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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세상의 중심] `지역구 살림꾼` 여성 구청장

입력 : 
2011-04-14 17:25:13
수정 : 
2011-04-17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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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은 두 명의 여성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부자동네'로 알려진 강남과 송파. 행정구역상 이웃인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취임 9개월이 된 지금 '살림의 여왕'처럼 구 살림살이를 똑 부러지게 챙기고 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여성의 강점을 십분 살려 지역 주민에겐 따뜻한 손을 내밀고, 다른 한편에선 지역구의 매머드급 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이들은 주민에게 행복과 감동을 주는 구정을 꿈꾸고 있다.

◆ 신연희 강남구청장…축제·민간위탁 없애'군살빼기'

사진설명
= '최초'란 수식어가 여러 번 붙는 사례는 드물다. '최장수' '유일한'이란 말까지 따라붙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서울시 여성 최초 소비자보호과장, 서울시 여성 최초ㆍ최장수 회계과장, 민선3기 전국 유일한 여성 강북구 부구청장, 서울시 여성 최초ㆍ최장수 행정국장, 서울시 복지ㆍ여성정책보좌관 등을 거쳐 강남구 살림살이를 책임지게 된 신연희 구청장이 그 주인공.

신 구청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시에서 늘 '여성 1호'라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공직계 '알파우먼'이라 불리는 그는 30년 넘게 한길을 오롯이 걸으며 곳곳에 여풍(女風)을 몰고왔다.

"1990년대 초 당시 시의원에게서 '여성이 소비자보호과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를 받았습니다. 찾아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울분을 삼키고 '일로 보여주자'고 결심했죠."

남성만 가는 자리로 여겨졌던 회계과장으로 발탁됐을 때는 여성의 꼼꼼함을 살려 10조원이 넘는 시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해 전자입찰과 시금고 경쟁입찰 지정 등 선례를 만들어냈고, 여성 부구청장 시절엔 청계천을 복원하며 처음으로 시행된 승용차 요일제에서 25개 자치구 중 2위를 차지했다.

신 구청장은 "보란 듯이 남자 구청장과 부구청장들을 물리치고 '일을 제일 잘한다'는 평을 들었다"며 "능력만 있으면 보직에 남녀 구별이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인 셈"이라고 말했다.

"연년생 둘을 낳고도 일에 매달리다 보니 속상한 적도 많았죠. 하지만 공무원의 덕목인 청렴, 친절, 성실 등 기본을 지키면서 인내하다 보니 엉킨 실타래가 풀리더군요."

신 구청장 업무 스타일은 그가 즐겨 입는 블랙과 브라운 색상의 깔끔한 정장처럼 꼼꼼하고 단호하다.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구조조정부터 시작했다. 재산세 공동과세제도 도입 등으로 올해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1000억원 가까이 줄자 군살 빼기에 나선 것.

신 구청장은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구 재정에 부담을 주는 축제성 사업과 민간위탁 사업들을 없애버렸다.

동별로 문화센터가 운영하는 1000개가 넘는 프로그램도 일일이 검토해 400여 개 강좌를 통ㆍ폐합하기로 하고 관장 자리도 일부 폐지했다. 물론 주민과 마찰도 적지 않았다.

"구청에 항의 방문하러 온 주민을 막지 말고 모두 모셔 오라고 했습니다. 구 재정 상태를 공개했더니 이해를 해주셨고 나중엔 격려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는 강남에서도 첫 여성 구청장을 맡게 됐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합니다. '여성 구청장'이 아니라 일 잘하는 구청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신연희 구청장은…

△1948년 출생 △고려대 행정학과 학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 석사 △서울시립대 행정학 박사 △ 2002년 강북구 부구청장 △2004년 서울시 행정국장 △2006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현재 강남구청장



◆ 박춘희 송파구청장…주민 이야기에 최대한 귀기울여 가정 돌보듯 따뜻한 區政 펼칠것

사진설명
=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38세에 사법시험에 도전해 1차시험에 합격하기까지 3년 걸렸다. 2차시험에 붙기까지는 6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9전10기. 법조인이 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매년 고배를 마셨지만 늦깎이 고시생에겐 포기란 없었다.

서울 신림동의 학원 맨 앞자리는 '왕누나' 차지였다. 검은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청바지를 입고 대학생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아들뻘 고시생들과 노래방에서 칩팔십년대 가요를 신나게 부르고, 다시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했다.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을 때 받은 축전에 '귀하의 인내와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10년간 최선을 다했던 지난 시간들이 제 경쟁력이 됐습니다."

송파 지역을 중심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하던 그는 작년 6ㆍ2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행정가로 변신했다.

9개월이 지난 현재 박 구청장은 "구정은 가정을 확대한 것과 같다"며 "대화가 많은 가정이 행복한 것처럼 주민의 이야기를 많이 듣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도 주민과의 벽 허물기였다. 박 구청장은 전통시장, 경로당 등을 먼저 찾았고, 지역 유지나 단체장을 주로 만났던 신년 간담회를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등 사회소외계층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바꿨다.

"지난해 말 난방비가 비싸 불을 때지 못하고 추위를 견디는 주민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거여, 마천동 200가구에 문풍지를 달아드렸어요. 송파는 강남3구라 부자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저소득계층도 많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아이를 돌보는 엄마처럼 주민을 돌봐야 합니다."

최대 공약인 일자리 창출과 대규모 개발 사업도 지역 주민이 최우선이다.

현재 송파구에서는 제2롯데 슈퍼타워, 문정동 법조단지,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등 각종 매머드급 개발사업들이 진행 중이다.

박 구청장은 "제2롯데 슈퍼타워 사업은 공사기간과 준공 후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자리의 일부를 송파구 주민의 몫으로 돌아가도록 했다"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도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에 주민이 즐겨 찾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만들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강점을 살려 사람 중심의 따뜻한 행정을 펼치고 싶다는 그는 여성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저는 마흔을 목전에 두고 새로운 일을 도모했습니다. 꿈을 갖고 첫발을 내디딘다면 경력, 나이 등 그 어떤 편견의 장벽도 허물어집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세요.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여성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최선을 다하면 그 열매는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아옵니다."

▶박춘희 구청장은…

△1954년 출생 △부산대 의류학 학사△부산대 행정학 석사 △사법시험 44회(사법연수원 34기) △2003~2004년 사법연수원 자치회장 △2004~2005년 초당대학교 겸임교수 △2004년~현재 변호사 △현재 송파구청장

[임영신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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