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내분, '해체'로 치달을까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입력 2011. 4. 7. 18:19 수정 2011. 4.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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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6일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교인 네트워크' 회원들이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스뱅크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내분 사태의 끝이 안 보인다. 금권 선거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길자연 한기총 회장(70)의 직무가 정지되었다. 지난 3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기총개혁범대책위원회(이하 개혁 범대위) 소속 목사 16명이 길목사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1월의 정기총회에서 있었던 대표 회장 인준 결의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용호 변호사(로고스 대표)를 대표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길자연 목사는 회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었다. 김용호 회장 직무대행은 향후 임시총회를 열어 대표 회장 인준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향후 길자연 목사와 전임 회장인 이광선 목사(67)의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선 목사측의 개혁 범대위는 길목사의 '직무 정지' 이후 '당선 무효 소송'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당선 무효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즉, 이광선 목사측은 '길자연 회장'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계에서는 '당선 무효'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길자연 목사는 지난해 12월21일에 있었던 실행위원회의 차기 회장 투표에서 1백85명의 실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1백25표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 법원 결정문도 인준 과정을 문제 삼은 것이지 '당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에서 '당선 무효'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소송 등으로 맞설 경우 임기 동안 싸울 수도

교계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광선 목사측은 임시총회에서 길자연 목사의 당선을 무효화하고 '제3의 인물'을 회장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길목사가 금권 선거 의혹으로 흠집이 난 만큼 길목사가 소속된 '예장 합동'측의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라고 말했다.

길목사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인준 절차를 다시 밟아서 합법적으로 회장에 복귀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임시총회에서 제3의 인물을 내세우려고 할 경우 임시총회 자체의 무력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카드는 '법적 투쟁'이다. 한기총 회장의 임기는 1년이다. 법원의 '직무 정지' 결정에 반발해 소송 등으로 맞불을 피운 후 회장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길목사는 3월30일 서울중앙지법을 통해 "총회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본 법원 결정을 무효화해달라"라며 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갈 경우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벌어지는 상황도 심상치 않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 한기총 해체 운동이 갈수록 탄력을 받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10개 개신교 단체는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이탈자가 생겨나고 있다. 한기총 법률고문을 맡고 있던 전재중 변호사와 또 한 명의 변호사가 탈퇴를 선언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도 3월30일 한기총에서 탈퇴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최근 한기총의 부도덕성이 문제가 되는 등 정치적인 분쟁이 있는 것 같아 우리는 인도주의 실천에 더 집중하기 위해 탈퇴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가 속해 있는 예수장로교 고신총회도 한기총 탈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한기총 탈퇴가 가속화되면 한기총의 위상과 권위는 엄청 쪼그라들 것이다. 그러면 개신교의 대표성을 잃을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정락인 / freedom@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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