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비롯한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를 계기로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황식 국무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내놓는 등 정부 내에서 도 시각차를 보였다.

김 총리는 6일 오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신성범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유류세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과천 재정부 회의실에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끝내고 나온 윤 장관은 기자와 만나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 내 다른 목소리

김 총리와 윤 장관이 상반된 의견을 밝힌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근본적 인식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물가에 대한 국민 여론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반면 윤 장관은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책임지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유류세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물가 인상의 중요한 요인이 됐던 농축산물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개선 여지가 있고,환율은 원화가치가 상승돼 수입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 물가 불안감을 달래려는 노력을 했다.

반면 윤 장관은 "유류세 인하를 위해서는 여러 변수를 검토해야 하며 우리나라의 유류세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다"며 "석유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여서 유류세를 낮춘다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차라리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기름값 인하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낮춘다면 오히려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또 "그래도 계속해서 기름값이 오른다면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갖고 있다"며 "지식경제부가 지난 2월 아파트 옥탑조명과 유흥업소 네온사인 점등 등에 대한 규제를 했듯이 재정부도 유가가 특정 수준까지 오르면 단계별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독과점 단속으로 물가 잡겠다

윤 장관은 정유업계에 대해'독과점'이라는 표현을 되풀이했다. 독과점으로 일부 제품에서 물가가 급등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

윤 장관은 "지금 인플레의 원인은 기름값,3대 곡물,금융시장 불안,이상 한파,구제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정유사와 통신사는 대표적 독과점 기업들"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독과점 상태에 있는 기업들이 지나친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단속하려 한다"며 "공정위도 이를 위해 기업 활동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총리는 휘발유값 비대칭성 문제에 대해 "비대칭성 문제는 있지만 그게 정유사가 이득을 취하는 구조는 아닌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칭성 문제가 반드시 휘발유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