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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드르릉, 컥컥 코 골다 숨 멈추는 남편 .. 걱정되시죠

황운하 입력 2011.03.21. 00:12 수정 2011.03.21. 22: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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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황운하]

잠이 보약이 되려면 숙면을 방해하는 수면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방치하면 치매·뇌졸중·파킨슨병 같은 뇌혈관질환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서울의 한 치과대학 학장을 지낸 박민철(68·가명·서울 중구)씨. 평소 코골이가 심해 지난해 식구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 자면서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수면다원화검사를 받았다. 수면 중 호흡이 자주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으로 판명 났다. 무호흡 증상이 1시간에 50회나 됐다. 5회 미만이 정상이다. 뇌파도 불규칙해 1시간에 40~50회 반응했다. 이미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박씨는 뇌혈관질환 위험이 크다고 진단받았다. 공기를 넣어 기도를 넓혀주는 기계를 처방받았지만 불편해서 거부했다. 3개월 뒤 박씨는 부인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미 뇌경색이 와 신체 왼쪽이 마비됐다.

 숙면은 '보약'이다. 하지만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독약으로 변한다. 수면질환은 무기력증·기억력 저하를 부른다. 세계수면학회는 매년 3월 셋째 주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로 정했다. 올해 수면의 날 표어는 '양질의 수면, 건강한 성장'이다. 수면의 날을 계기로 수면질환의 심각성을 살펴보자.

수면무호흡증, 부정맥 등 합병증 불러

대한수면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국내 수면질환 환자는 20~30%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질환별로는 불면증이 가장 많다. 이어 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수면지연증후군·수면과다증 순이다.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수면무호흡증. 목젖과 입천장이 떨려 발생하는 코골이 환자에서 많다. 기도가 좁아져서 수면 중 수십 차례 숨을 쉬지 못한다.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원인의 70~80%는 비만 때문이다. 체중 90㎏, 체질량 지수 (체중/키(m)d의 제곱) 30 이상인 비만이면 증상이 심하다 "고 설명했다. 목 안의 편도나 혀가 커도 나타난다. 기도를 확장하는 근육이 가슴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도 그렇다.

 수면무호흡증이 심각한 것은 다른 질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홍승봉 회장은 "신체에 필요한 산소량이 부족해져 혈압·뇌압·중심정맥압이 상승한다"며 "결국 고혈압·부정맥·심근경색·뇌졸중·치매·당뇨병·녹내장 같은 합병증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조선대병원 수면센터는 지난해 296명 뇌경색환자의 수면검사를 한 결과 82%에서 수면무호흡을 보였다. 이 결과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수면학회는 지난 15일 수면무호흡증 환자 통계를 발표했다.

젊은층 환자 8년새 2배이상 증가

2001년과 2008년에 15세 이상 6200여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 환자는 2001년 2.9%에서 4.7%로 늘었다. 여성도 1.7%에서 2.6%로 뛰었다. 특히 젊은 층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불면증은 수면무호흡증과 달리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나타난다. 스트레스·불안·우울처럼 심리적인 요인과 불규칙한 수면습관도 영향을 준다. 카페인 섭취·하지불안증후군·만성질환도 원인이다.

 잠자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날이 일주에 4일 이상이면 의심한다. 주 4회 이상 자다가 깨도 마찬가지다. 잠을 못 자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 감염질환에도 쉽게 노출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유삼 교수는 "수면 부족은 A형간염이나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항체 형성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잠들기 전 다리가 심하게 불편한 병이다. 뇌 신경세포에 작용하는 흥분 전달물질인 도파민 이상 때문으로 추측한다.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소리를 지르고 발길질을 한다. 꿈을 꿀 때 행동을 억제하는 뇌와 척추를 잇는 뇌교 부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주로 50대 이후 발병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뇌교 부위 근처는 파킨슨병과 연관이 있다. 꿈 행동장애 환자를 10년 이상을 추적 한 결과 환자의 50~60%에서 치매와 파킨슨병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수면질환도 있다. 야경증과 몽유병이다. 야경증은 4~12살에 많이 걸린다. 한진규 원장은 "잠든 뒤 1~2시간 내에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운다. 눈은 뜨고 있지만 기억을 못한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자다가 일어나 배회하는 몽유병은 초등생의 약 15%가 경험한다. 역시 성장하면서 없어진다.

 수면무호흡증은 마스크 같은 기계착용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 기도에 일정한 압력의 공기를 넣어 기도를 열어주는 양압호흡기는 증상을 90% 이상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황운하 기자 < unha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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