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남자는 다 어디로? 미성년만 우글우글"

권성희 기자 2011. 2. 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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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그 많던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소위 '잘 나간다'는 여자들은 궁금하다. 좀 괜찮다 싶은 남자들은 모두 유부남. 주위에 남은 남자들은 죄다 '찌질이'들 뿐이니, 과연 결혼을 해야 해?

이런 고민은 비단 한국 여성들만의 것이 아니다. 미국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분석했다.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나?(Where Have The Good Men Gone?)"

◆뒤바뀐 성의 지위, 성인이 되지 못하는 남성들

▲잘 나가는 여자와 백수 남자가 사고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 '사고친 후에(Knocked up)'

요즘 여성들은 결혼 상대자가 될만한 또래 남성들이 의지할만한 성인인지 헷갈린다. 우선은 뒤바뀐 성의 지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미국에서는 여성 대졸자 비율이 남성을 추월했다. 미국 25~34세 여성 가운데 대졸자는 34%로 남성의 27%보다 높다.

여성은 남성보다 더 강렬한 상향심을 갖고 대학원에 더 많이 진학하며 직장에서도 더 많은 성과를 거둔다. 이미 미국 상당수 도시에서 여성들은 오빠나 남동생 혹은 남자 친구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하지만 이런 여성들이 만나는 또래 남성들은 대개 나이만 먹은 철 없는 대학 남자친구들이거나 센스 없는 괴짜에 꾀죄죄한 게으름뱅이들이다.

미국의 여성 코미디언 줄리 클라우스너는 '나는 너희 무리들에겐 관심이 없어(I Don't care your band)'라는 책에서 "우리는 남자들과 데이트하는게 지겹다"며 "그들은 자기보다 절반은 어린 소년들을 겨냥해 만들어진 '스타워즈' 따위에나 열을 올리며 가장 완벽한 밤이란 친구들과 어울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나이상으로는 성인이지만 여전히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남성을 지칭하는 사회학 용어도 생겼다. 사춘기는 지났으나 아직 성인은 되지 못했다는 의미의 '미성년기(Pre-Adulthood)'이다. 말장난 같은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미성년기는 이미 사회의 지배적인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고학력 추세와 노동시장의 고도화로 미성년 등장

사실 사춘기가 인간의 성장단계에서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10대만 되면 일꾼으로 나서 밥벌이를 해야 했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교육기관인 고등학교가 생기면서 소년기와 사회에서 한 몫을 하는 성인기 사이의 10대를 지칭하는 '사춘기'란 성장 단계가 생겼고 이는 사회 문화적 현상은 물론 기업들이 주로 공략하는 마케팅 대상이 됐다.

그렇다면 21세기 들어 사춘기와 성인 사이에 미성년기란 기간이 새로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이동하면서 점점 더 많은 지식이 있어야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지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학위이고 사람들은 더 안락한 미래를 위해 학위를 따느라 더 많은 기간을 투자해야 한다.

둘째는 노동시장이 복잡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일어난 경제 성장과 디지털 혁명으로 금융과 문화 분야에서 고소득 직종이 새로 생겨났다. 이런 분야에 진입하려면 학교와 인턴, 인턴과 정규직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끊임없이 경력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이전처럼 한번 '직장'을 얻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경력(커리어)'를 쌓으며 발전시켜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경력'이란 지금까지 해온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경력'은 재능과 열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자신의 '정체성' 그 자체다. 젊은이들에게 '하는 일'이란 곧 내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신분증'이다.

더 좋은 '경력'을 쌓는데 배우자와 아이는 부담일 뿐이다. 게다가 경력이 곧 정체성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선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과거보다 더 많은 기간이 걸린다. 결국 결혼 연령은 자꾸 늦어지고 독립하는 나이도 연기된다. 1970년에는 25살 젊은이 10명 중 7명 가량이 결혼을 했으나 200년에는 3분의 1만이 결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성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정체성 혼란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경력을 쌓기 위한 기간이 길어지며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것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공통적인 현상인데 왜 미성년기는 유독 남성에게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이는 현대사회 속에서 남성의 역할이 점점 더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수렵시대, 정복과 피정복의 시대에서는 남성이 가진 육체적 힘의 우월성이 사회 속에서 확고한 역할을 갖고 이었다. 하지만 근무환경이 밀림이나 초원이 아닌 도심의 빌딩 사무실로 바뀌면서 남성의 근력이 갖는 의미는 점점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남성들이 취미생활로 사냥이나 낚시를 즐기는 것, '플레이보이'를 보는 것, 전쟁을 벌이고 쏘고 부수는 게임에 빠지는 것은 과거의 남성성에 대한 향수 혹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 속에서 소녀는 그저 육체적으로 성숙하면 여성이 된다. 하지만 소년은 여러 민족의 전설이나 신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듯 성인으로, 진정한 남성으로 인정 받기 위해 용기와 육체적 힘, 필요한 기술을 증명해보여야 했다.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질 가장으로서의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 발전된 지식사회 속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추월당하는 환경 속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남성의 역할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선택사항이 돼버렸다. 아울러 남성이 한 때 사회 속에서 제 몫을 해내기 위해 응당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자질들, 육체적인 힘과 극기력, 용기, 의리 같은 것은 이젠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혹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게 됐다.

오늘날 미성년기 남성들은 치열한 일자리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과도한 보스 기질을 드러내서는 안 되며 세심해야 하지만 너무 온정적이어선 안 되며 똑똑해야 하지만 너무 잘난 체해서는 안 된다.

현대 여성들은 아마도 '스타워즈' 포스터를 붙여 놓고 찌그러진 맥주캔을 방 안에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다니게 만들며 여성에 대해 책임감을 못 느끼는 미성년기 남성들이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 때문에 문제 많은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느니 차라리 독신의 길을 선택하거나 더 나아가선 정자은행으로 발을 돌리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선택은 여성의 입장에서 참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성들의 이러한 선택이 오히려 결혼 대상이 될만한 남성들을 미성년기에 묶어두며 '괜찮은 남자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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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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