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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원장 의학칼럼(영화 러브 앤 드럭스를 보고)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23 15:01

수정 2014.11.07 06:03

▲ 이승환 보건당한의원 원장
영화‘러브 앤 드럭스’를 보고

영화 ‘러브 앤 드럭스(Love and Drugs)’는 바람둥이 제약회사 직원 제이미(제이크 질렌할)와 파킨슨병 환자 매기(앤 해서웨이)가 육체적인 사랑을 시작으로 점점 진정한 사랑을 알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는 ‘달콤 쌉싸름’했다. 여주인공 ‘매기’가 앓고 있는 파킨슨병에 대한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과 딱히 치료제가 없는 의료계의 현실이 오버랩 되면서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회와 이웃에서 소외받고 있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모습이 비쳐질 때는 먹먹한 감정이 극에 달했다. 영화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의 발기부전 치료제와 파킨슨병 치료제가 없는 가난한 현실대조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강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추정되고 있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대략 7만 명. 이 가운데 치료를 하고 있는 환자는 20%에 불과하며, 더구나 상당수가 증상이 악화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


증상조절이 가능한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치매보다 예후가 좋은 것이 파킨슨병인데, 시기를 놓치면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몸이 떨리고 걸음걸이가 이상하거나 수시로 넘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부족한 도파민 호르몬을 채워주는 항파킨슨병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일단 몇 시간은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는데, 반복 되다보면 약물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는 이유는 증상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다. 잦은 악몽과 수면 중 몸부림 등이 파킨슨병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많은 환자들이 이런 정보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갔지만 딱히 치료제가 없는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삶을 원망하고 포기하는 쪽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치매에 비해 빈약한 정부대책도 문제다. 파킨슨병은 보통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년실업문제, 고령화 사회 등 다각적인 원인으로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스트레스 강도 또한 커지면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들까지 파킨슨병 발병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6개월 동안 내원한 파킨슨병 환자 110명을 조사한 결과, 15%(17명)가 40∼50대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아직까지 드문 경우지만 영화 속 ‘매기’처럼 30대로 밖에 안 돼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과다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파킨슨병에 걸릴 수 있다.

영화가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 덕분에 자칫 신파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파킨슨병을 끝까지 ‘불치병’으로 그려낸 것은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적어도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은 난치병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가능한 배경에는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에서 파킨슨병은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뇌와 신장은 척추 속의 척수액으로 이어진다고 보며 ‘간 기능’이 뇌의 혈액공급과 관련이 있는 등 뇌의 활동이 오장육부와 연관돼 있다는 견해다.
바로 이 점이 파킨슨병을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으로 인식하는 한의학적 접근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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