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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Life] 강원 태백 vs 홋카이도 韓日 눈꽃열차

입력 : 
2011-01-21 17:04:21
수정 : 
2011-01-21 20: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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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한번 氣차다…한국의 태백ㆍ정동진ㆍ대관령 설원
내가 진짜 氣차지…일본의 석탄 난로ㆍ도시락ㆍ눈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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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눈꽃은 활짝 핀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가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코레일 관광개발의 눈꽃열차엔 연일 단체 관람객을 포함해 400~500명씩 줄을 선다. <사진 제공=코레일관광개발>
살 떨리는 한ㆍ일전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등줄기를 구석구석 누비는 '눈꽃열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덜컹덜컹 낭만 열차에 눈까지 합쳐졌으니 절묘한 조합이다. 두 나라 눈꽃 대명사 태백과 홋카이도에서 추억을 만들어 보자. 韓국 눈꽃열차의 전력은 막강하다. 일출ㆍ일몰의 최고봉 정동진에 꽁꽁 언 동해를 한눈에 품을 수 있는 바다열차, 태백산 눈꽃 감상까지 겨울 절경 '클린업 트리오'가 총출동한 셈이다. 마침 동장군도 반갑다. 태백 눈꽃은 활짝 핀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다. 가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무엇보다 깔끔하다. 교통체증도 졸음운전 걱정도 없다.

당연히 만원 사례. 연일 단체 관람객을 포함해 400~500명씩 줄을 선다. 눈꽃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관광개발은 넘치는 관람객 덕에 홍보조차 꺼릴 정도. 피곤한 1박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무박 2일. 담백한 일정이다. 출발지는 서울역. 밤 10시 50분(청량리역 11시 20분, 양평역 11시 55분, 원주역 0시 50분) 출발이다.

한숨 자고 나면 정동진이다. 토끼해 톡톡 튀는 기운을 품은 금쪽 같은 일출 감상이 첫 번째다. 다음 코스는 꽉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바다열차(강릉~삼척). 통유리로 된 창가에 나란히 앉아 해묵은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버리는 코스다.

이 열차 흥미롭다. 전체 좌석이 아예 조망을 위해 설계돼 있다. 특실뿐만 아니다. 통유리 창을 향해 나란히 놓인 커플석에 프러포즈룸까지 갖춰져 있다. 마지막 방점은 태백 눈꽃 감상이다.

강릉에서 전용차량으로 곧바로 태백산으로 이동한다. 지금 태백은 설산 등정의 피크 시기다. 주말엔 한마디로 인산인해다.

설국으로 변한 태백시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맛도 색다르다. 태백역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해 서울역에 돌아오면 오후 9시 50분. 알토란 같은 무박 2일 일정이 끝나는 시간이다. 매주 금ㆍ토요일 출발. 요금은 8만4000원(어른 기준)이다. 바다열차 대신 정선의 최고 레저로 떠오른 '레일바이크'를 타는 코스도 있다. 이맘때 눈 내린 아우라지 순백의 풍광을 뚫고 레일바이크를 지치는 맛은 순백의 눈처럼 담백하다.

태백 대신 대관령 눈꽃을 감상하는 코스도 있다. 태백의 눈꽃이 수줍게 비치는 여성적인 느낌이라면, 대관령의 눈꽃은 웅장하고 대가 굵은 남성적인 분위기다. 눈 쌓인 풍력발전기와 사랑의 거리를 둘러보는 것도 가슴 설렌다.

오후엔 또 한번 감동이 이어진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바람이 훅 불 것 같은 '의야지 바람마을(해발 750~800m)' 주변을 둘러본다. 스노파크에선 눈썰매와 스노모빌도 즐길 수 있다. 오전 9시 청량리역을 출발해 오후 10시 25분 서울역에 도착한다. 24일부터 29일까지는 매일 기차가 다닌다. 요금 4만9000원(어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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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홋카이도선이 골동품처럼 보유한 "C11형 증기기관차". 이 기관차가 달리는 라인은 일본 최대 습원인 구시로 습원. 자연 그대로 보존된 구시로 습원의 전경과 함께 다양한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다. <사진 제공=북도호쿠3현ㆍ홋카이도 서울 사무소>
日본도 만만치 않다. 어쩐지 한국이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 겨울 명소 홋카이도 주변을 누비는 그 유명한 '칙칙폭폭' 스토브 열차가 선봉에 선다. 샛노란 튀김옷을 먹음직스럽게 입고 있는 새우 튀김. 느끼함을 싹 없애주는 새빨간 우메보시(매실 장아찌). 군침 꿀꺽 넘어가는 도시락도 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스토브. 열차 칸마다 4~5개씩 놓여진 스토브(석탄 난로)엔 오징어가 꿈틀꿈틀 몸부림을 치고 있다. 까만 옷을 껴입고 칙칙폭폭 허연 입김을 연방 뿜어대는 검정 증기차. 거기에 에키벤(사각 벤토)이라. 낭만 기차 여행에 이만한 소품이 있을까.

일본에서 기차 여행으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홋카이도와 북도호쿠 3현이다. 최근에야 속도의 상징인 신칸센이 뚫렸지만 그 전까진 이렇다 할 '발'이 없었던 터. 당연히 지역 구석구석을 느릿하게 둘러보는 기차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이곳 기차들의 매력은 한마디로 아날로그적이라는 것. 하나같이 정겹고 따스하다. 느리게, 더 느리게 시간을 더듬어가는 추억의 여행이다. 그중에서도 최고 명물은 아오모리현 서부 쓰가루 지방을 가로지르는 쓰가루 철도다. 재미있다. 4명의 좌석이 나란히 마주본 곳엔 옛날식 석탄 난로가 어김없이 놓여 있다. 그래서 '스토브 열차(ストブ列車)'로 불린다. 이 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은 그 옛날식 '증기'다. 뜨거운 입김을 확확 뿜어대며 쓰가루고쇼가와라역에서 쓰가루나카사토역까지 20.7㎞를 쉼없이 오간다.

일본 기차에 에키벤이 빠질 리 없다. 이 기차의 명물은 1000엔짜리 스토브 벤토. 추억의 양념을 한입 한입 씹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운이 좋으면 창밖에 세차게 몰아치는 '지후부키(地吹雪ㆍ땅에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리며 일으키는 눈보라)'를 만날 수 있다.

JR 홋카이도선이 골동품처럼 보유한 'C11형 증기기관차'로 '습원호'도 인기몰이 중이다. 이 기관차가 달리는 라인은 일본 최대 습원인 구시로 습원. 자연 그대로 보존된 구시로 습원의 전경과 함께 다양한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다. 여행이 끝나면 승차증명서가 나온다.

극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빙(표류하는 해빙)'을 품을 수 있는 놀라운 열차도 있다. 북부 오호츠크해를 품을 수 있는 전망 관광열차다. 오호츠크해의 유빙은 시베리아 연안 아무르 강 하구에서 생겨 해류를 타고 1월 하순부터 일본으로 흘러든다. 절경을 만들어 내는 시기가 3월 말까지다.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큼직한 통유리로 오호츠크 유빙을 감상하는 낭만 추억. 노릇노릇 구운 오징어처럼 바삭하고 고소하다.

▶여행 정보 : 코레일관광개발(1544-7755 www.korailtravel.com) 패키지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코스가 다소 바뀔 수 있다. 일본 최대 구시로 습원종단 열차(jrkushiro.jp)와 오호츠크해 해안전망 열차(jrkushiro.jp)는 해당 사이트 참조. 북도호쿠3현ㆍ홋카이도 서울 사무소에 문의하면 된다. (02)771-6191, beautifuljapan.or.kr

[신익수 여행·레저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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