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기획부동산의 꾐에 빠져 산 땅 때문에 노후 대비는커녕 집도 없다

서명수 2011. 1. 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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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명수]

Q

서울 신정동에 살고 있는 김모(40)씨는 초등학교 교사다. 남편은 자영업자고,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아이가 하나 있다. 맞벌이로 월 소득 500만원이 넘지만 아직 내 집이 없고 빚을 뺀 순자산은 2억5000만원이 채 안 된다. 5년 전 기획부동산업자의 말만 믿고 덜컥 땅을 산 게 화근이었다. 대출을 받아 매입한 데다 땅값도 오르지 않아 골칫거리다. 앞으로 전세도 옮겨야 하고, 자녀 교육자금이라든가 노후 준비도 해야 하므로 걱정이 많다.

A

김씨네는 5년 전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강원도 대관령과 원주 일대에 땅 3필지를 1억원에 매입했다. 아는 사람이 소개한 기획부동산회사의 권유에 따라서다. 대관령 지역은 평창 겨울 올림픽 개최 예정지로 개발붐을 타던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세차익은 고사하고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땅 인근에 도로 개설이 돼 있지 않은 데다 매입가격도 비싸다. 게다가 공유지분 형태로 돼 있어 팔기도 쉽지 않다. 한마디로 기획부동산회사에 사실상 속은 것이다. 기획부동산회사는 대규모 토지를 싼값에 사들인 후, 이를 잘게 쪼개 개별 필지로 비싸게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긴다. 하지만 법적 구제를 받기가 쉽지 않다. 피해 여부를 매수자가 입증해야 하고, 매수자는 기본적인 조사를 하지 않은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금이 비교적 소액이어서 승소하더라도 소송비용 때문에 별 실익이 없다. 토지는 투자자 본인이 직접 법적 규제와 현장 상황, 시장 여건을 조사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 투자 전 등기부등본이라든가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열람해 규제사항을 확인해야 함은 물론 공시지가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씨네는 잘못된 토지 투자의 덫에 걸려 재무목표를 추진하는 데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게다가 40대로 접어들어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지금 현금흐름 부족을 초래한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보유한 세 곳의 토지를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버리자. 다만 얼마라도 투자금을 건지면 적절한 투자 대상을 물색해 재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허리띠 죄어 대출금 상환을=토지든 주식이든 빚을 얻어 투자하는 건 금물이다. 또 엎질러진 물이라도 이자부담을 줄이는 길이 있다면 만사 제쳐두고 그것부터 착수하는 게 좋다. 김씨네는 소득을 당장 늘릴 수 없으므로 지출구조에 손을 봐야 한다. 생활비와 교육비를 과감하게 줄여 매월 63만원 정도를 따로 떼어 놓자. 이 돈을 대출금 상환과 자녀 교육, 보험 등에 투입하면 되겠다. 노후 준비는 교원연금이 있으므로 조금 뒤로 미뤄도 괜찮다. 대출금은 목돈을 만들어 한꺼번에 갚을 필요는 없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고 금리가 높은 대출을 하나 골라 매월 30만원씩 갚는 것부터 시작하자. 대출금 상환은 연 6~7%의 이자를 주는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같은 훌륭한 재테크 방법이다. 자녀의 결혼과 교육자금은 20만원 정도를 별도로 준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장기자금 성격이어서 성장주와 가치주 펀드에 나누어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것도 괜찮다. 나중에 급여가 오르거나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대출금 상환에 우선 쓰고 이에 따라 절약되는 이자 지급금으론 금융자산을 늘려나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도록 하자.

 ◆국민연금, 계속 유지해야=김씨네의 불입 보험료 비중은 가계 수입 대비 4%로 일반 가정의 평균치보다 낮다. 보장 내용도 만족스럽지 않다. 실손보험에 남편 7만5000원, 부인 5만5000원을 새로 가입하길 바란다. 김씨는 교사로 노후를 다른 가정보다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중단하지 말고 60세까지 지속적으로 불입하길 권한다. 지금까지 부은 금액으론 연금 수령조건이 되지 않아서다. 60세까지 국민연금을 유지할 경우 65세 이후엔 매월 60만~7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은 물가에 연동해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수익률이 높은 축에 속한다. 현금흐름이 개선된 후엔 좀 더 많은 금액을 가입해 연금 혜택을 듬뿍 누리도록 하자.

서명수 기자 < seomsjoongang.co.kr >

◆이번 주 자문단=김한수 밸류에셋자산관리 서울본부장,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전문위원, 김재욱 국민은행 여의도영업부 부부장, 범광진 푸르덴셜투자증권 압구정지점 PB팀장(왼쪽부터)

◆신문지면 무료 상담=직접 방문이 어려울 경우 e-메일(asset@joongang.co.kr)로 전화번호와 자산현황, 수입·지출 내역, 상담 목표를 알려주십시오. 상담은 무료고, 상담 내용은 신분을 감추고 신문에 싣겠습니다.

◆대면 상담=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상담을 받으려면 재산리모델링센터로 신청(jasset@joongang.co.kr·02-751-5852)하십시오. 다만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인 '위스타트 운동'에 5만원을 기부하도록 돼 있습니다.

◆후원=미래에셋증권·삼성생명·외환은행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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