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한미사진미술관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전

2011. 1. 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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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을 잘 찍고 싶은가. 그렇다면 '윤미네 집'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성균관대 부총장을 역임한 고 전몽각 선생이 딸 윤미 씨가 태어나서부터 결혼할 때까지 찍은 가족사진을 담은 책 '윤미네집'은 1990년 처음 출간할 때 화제를 모은데 이어 올해 복간돼서 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십 년 전 사진들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지금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가면 답이 보일 것 같다.

엄마의 젖을 움켜쥐고 힘차게 빠는 아가의 행복한 표정, 냄비에 든 마지막 국물까지 비우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 화장을 하다가 거울을 바라보는 딸의 환한 얼굴, 숙녀가 된 딸의 옷매무세를 잡아주는 엄마의 진지함과 새 옷을 걸친 딸의 약간은 겸연쩍은 듯한 표정….

거기에 아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정(父情) 만큼은 화면 가득이 차고도 넘쳤다. 그러다가 몇몇 사진에서 아빠는 딸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거울 안에서 환하게 웃는 딸의 모습을 찍으면서 아빠는 거울 속으로 따라 들어간다. 아니 거울이 아니라 딸의 웃음 속으로 빠져든 것 같다.

이런 사진을 찍은 전몽각(1931-2006) 선생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중책을 맡았던 토목공학자로 나중에 성대 교수를 거쳐 부총장까지 지냈다. 그러나 사진에서 드러났듯이 지금은 그의 이름 석 자보다는 '윤미네 집'의 윤미아빠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예술이 그만큼 길어서일까.

여기엔 사연이 있다.

한국 사진의 조형주의를 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한국 사진의 초창기를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초기 사진가들의 동호회와 같던 '싸롱 아루스' 산하로 현대사진연구회를 창립한 그는 조형주의 사진을 추구해 한국 현대사진이 다양한 시각과 경향을 갖고 발전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었다.

대상의 디테일과 사실성을 생략하고 화면 구성과 조형성을 강조한 사진을 추구한 것이다. 권명광 전 홍대 총장이나 조순형 의원, 사진가 박영숙·황규태 씨 등이 그 때 멤버였다.

사진가 주명덕은 "그 당시는 모두가 아마추어였다. 내가 (현대사진연구회에) 들어갔을 때 전몽각 선생은 현인 같은 선배였다"고 회상했다.

그렇지만 원래 그의 직업은 토목공학자였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그는 국립건설연구소에 들어가면서 고속도로와 인연을 맺었고 나중에 토목학회에 큰 족적을 남기기고 했다.

이번 전시회엔 이런 다양한 길을 걸었던 그의 자취를 담은 사진이 모두 나온다.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회는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가족의 풍경 '윤미네 집', 2부는 현대화의 풍경 '경부고속도로', 3부는 한국사진의 풍경 '현대사진연구회' 등으로 나뉜다.

전체 150여점의 사진 가운데 70점 정도를 차지하는 '윤미네 집'은 전몽각 선생 가족의 사진이지만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의 보편적 가족사의 미시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집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지냈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녔어도 낙이 있었다.

전 선생의 부인 이문강 여사는 "10평짜리 마포 아파트에 살 때 32공탄을 땠다. 꽤 무거웠을 뿐 아니라 불이 붙은 것이라 옮기는 게 쉽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많이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지금 보아도 부끄러워 내놓기가 싫은 사진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사진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사진은 제목만 봐서는 다소 딱딱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힘든 시골 모습을 보여줘 귀할 뿐 아니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이기도 하다.

시골집 바로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 한 아낙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빨래를 널고 집안일을 하고 있다.

갓 쓴 노인들이 흙을 밀어대는 불도저를 구경하거나 마을 아낙들이 공사장 가운데를 건너가는 장면도 보인다. 돌담 밖에 흙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불도저를 화난 듯 바라보는 사내의 사진도 있다.

지금은 사진에서만 겨우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문강 여사는 "애들에겐 자상한 아빠였지만 고속도로 건설 때는 까다롭기로 소문이 나 건설사들이 흠을 잡으려고 할 정도였다"고 고인을 소개했다.

'싸롱 아루스·현대사진연구회' 편에선 한국 사진사에 남을 만한 초기 조형주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묘하게도 최근 네티즌들이 자주 올리는 사진들이 이들 사진을 많이 닮은 것 같다. 전홍각 선생이 얼마나 앞서 갔는지를 새삼 생각게 된다.

전시를 기획한 주명덕 사진가는 "'윤미네 집'에 나온 사진들은 작품 이전에 우리 삶의 보편적 이야기다"면서 "전시장엔 경부고속도로 사진을 더 크게 걸었는데 사람들이 보고 배우라고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술관은 매일 오후 4시 도슨트 설명을 한다. 10인 이상이 단체로 갈 경우 원하는 시간에 전시 설명을 해줄 방침이다.

또 전시기간 중 토,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2시30분까지 '우리 가족을 소개 합니다'라는 주제로 아이들을 위한 가족사진꾸미기 프로그램도 연다. 참가인원은 회당 10명으로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보호자 입장료를 포함한 참가비는 1만원.

전시일정

12월12일 ~ 2011년 2월19일 관람시간오전 10시 ~ 오후 7시, 주말 오전 11시 ~ 오후 6시30분. 관람료성인 5000원, 학생 4000원한미사진미술관 (02)418-1315 [글 = 정진건 기자 / 사진 = © 전몽각]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60호(11.01.11일자) 기사입니다] [화보] 아이유, 치마 너무 짧아 '속바지 노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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