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서장훈 '존경과 비난 사이'

2010. 12. 29. 11: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김종수 기자]

◇ 서장훈은 전체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대단히 특이한 케이스다. ⓒ 인천 전자랜드

'실력과 반비례하는 호감도?'

인천 전자랜드 주전센터 서장훈(36·207㎝)이 또 다시 농구 팬들에게 섭섭함을 토로, 팬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장훈은 지난 25일 열린 '201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전에서 프로통산 12000점과 4800리바운드를 달성했다. 프로농구 사상 최초의 기록으로 2위와 격차를 감안할 때, 당분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이다. 그러나 이런 대기록을 세우고도 서장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내 삶이 우습다. 다른 선수가 기록을 세웠다면 더 빛났을 것 같다"며 안티 팬들을 겨냥했다.

서장훈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각 농구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다시 성급한 발언을 내뱉음으로서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질책성 견해부터 "얼마나 힘들었으면 대기록 순간까지 저렇겠느냐"는 옹호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충돌했다.

서장훈은 전체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도 대단히 특이한 케이스다. 역사상 최고의 센터로 꼽히면서도 거기에 걸맞은 사랑을 못 받고 있기 때문. 상당수 농구 팬들은 그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좀처럼 스타 대우를 꺼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안티팬들은 "팀 승리보다는 기록부터 챙기기 바쁘고, 궂은일보다는 슈터처럼 외곽에서 슛을 난사하기 바쁘다"며 플레이 스타일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한다. 출장시간과 볼 소유에 대한 과도한 욕심, 그리고 심판과 후배들에 대한 거친 태도를 언급하는 의견도 많다.

반면 그를 옹호하는 팬들은 "과거 선배들에게 린치에 가까운 폭력성 수비를 당해 예민하고, 현재처럼 플레이하지 않으면 지금 나이에 이렇게 경기를 뛸 수 있겠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사실 스포츠 스타 가운데 안티팬을 몰고 다니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스타급 선수들은 안티팬 못지않게 열성팬들도 많다. 열성팬들이 안티팬들과 격돌하며 스타를 보호하고, 또 선수는 열성팬들로 인해 힘을 얻는다. '농구 대통령' 허재(전주 KCC 감독)와 영원한 오빠 이상민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서장훈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안티팬과 열성팬이 갈리기보다는 싫어하는 팬들과 싫어하지 않는 팬으로 구분하는 것이 빠르다. 서장훈을 옹호하는 팬들조차 열성팬이라기보다는 뛰어난 농구실력을 갖춘 선수에 대한 격려 내지는 동정론에 그칠 뿐이다.

물론, 수년 전에 비하면 서장훈의 안티도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영리한 서장훈이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는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 적극적인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억울한 심경 등을 알렸고, 이는 농구 팬들에게도 동정심을 끌어내는 효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서장훈은 여전히 슬프다.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또 매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팬들의 사랑을 많이 못 받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대기록을 세운 날까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은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이 이는 등 역효과도 없지 않다.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묵묵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안티팬들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더욱 낮추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장훈이 농구를 잘하는 선수라는 것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팬들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선수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인내하며 묵묵히 코트에서 활약한다면, 언젠가는 서장훈 또한 농구계의 거목으로서 분명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을 것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관련기사]

☞ KCC 대반전 비결 '3번 구멍 메웠다'

데일리안 스포츠 편집 김태훈 기자 [ ktwsc28@dailian.co.kr

] - Copyrights ⓒ (주)이비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