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환의 백 투 더 KBL] '크리스마스 빅딜의 추억' 현주엽-조상현 맞트레이드

최창환 기자 2010. 12.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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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는 겨울에 열리는 스포츠다. 온 국민의 축제인 크리스마스에도 시즌은 어김없이 진행된다. 각 구단들은 크리스마스에 체육관을 찾은 팬들을 위해 색다른 볼거리와 이벤트를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준비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이벤트보다도 크리스마스에 팬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1999년 발표된 한 건의 대형 트레이드.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1999년 12월 24일, 현주엽-조상현이라는 '빅딜'이 단행됐고 팬들의 시선은 단번에 농구 코트로 집중됐다.

1998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청주 SK의 유니폼을 입게 된 현주엽과 1년 뒤 똑같은 1순위로 광주 골드뱅크의 선택을 받은 조상현. 이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SK와 골드뱅크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이후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였을까.

정상 정복 나선 SK의 마지막 퍼즐

창단 이후 줄곧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1999-2000시즌을 앞둔 SK를 향한 팬들과 언론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서장훈, 현주엽이라는 확실한 원투 펀치가 건재한 가운데 경기 운영을 맡을 신인 황성인, 전천후 빅맨 재키 존스의 가세로 SK는 단번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으로 급부상했다.

기대대로 SK의 출발은 상쾌했다. SK는 탄탄한 전력과 최인선 감독의 지도력을 앞세워 시즌 초반부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갔다.

하지만 선두권을 질주하고 있음에도 SK의 고심은 끊이지 않았다. 서장훈과 현주엽, 존스 등 '한 체격'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 기동력을 앞세운 농구를 구사하는데 있어 한계가 분명했고 전문 슈터의 필요성도 절실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대전 현대만 만나면 움츠러드는 것도 SK의 마음 한구석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SK는 시즌 중반 선두를 질주하고 있음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SK는 1999년 12월 24일 현주엽이라는 리그 최고의 파워포워드를 골드뱅크에 내주며 슈터 조상현을 영입, 보다 짜임새 있는 전력을 꾸리는데 성공했다.

'트레이드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SK는 트레이드를 단행한 후 닷새 만에 열린 현대와의 경기에서 내·외곽의 조화를 앞세워 83-80의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팀 창단 이후 현대를 상대로 13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SK의 상승세는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됐다. 현대에 이어 2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S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삼성을 3연승으로 가볍게 제압,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SK의 기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SK는 객관적 열세라는 평을 듣던 현대와의 챔피언 결정전을 4승 2패로 장식, 꿈에도 그리던 챔피언 결정전 우승컵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서장훈과 존스가 버티고 있는 골밑, 황성인과 로데릭 하니발의 기동력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낸 완벽한 우승이었다.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SK에 입성한 조상현 역시 챔피언 결정전 6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15.5점 54.2%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 SK가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조상현은 그야말로 SK의 역사를 바꾼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골드뱅크, Amazing Christmas! 그러나…

재정난에 시달리던 골드뱅크가 조상현에 현금 4억원까지 더해 현주엽을 영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팀의 구심점을 맡기에 신인 조상현은 무게감이 떨어졌고 전 포지션에 걸쳐 전력이 약한 것도 골드뱅크가 모험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현주엽은 골드뱅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였다. 마음만 먹으면 20점 이상은 너끈히 올릴 수 있는 현주엽의 공격력과 다재다능함은 골드뱅크에 굉장한 플러스 요인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였다.

실제 골드뱅크는 현주엽 영입에 의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말이다. 에릭 이버츠는 현주엽의 가세로 집중견제에서 벗어나 더욱 매섭게 득점쇼를 퍼부었고 현주엽이 중심을 잡아주자 골드뱅크의 성적도 눈에 띄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골드뱅크는 현주엽 합류 이후 한층 안정된 경기력을 뽐내며 중위권과의 격차를 좁혔고 4라운드에는 두 차례나 3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시즌 종료까지 7경기를 앞둔 시점까지 골드뱅크는 5위를 마크, 원년 시즌 이후 첫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희망을 부풀렸다. 하지만 부상이라는 악령은 잘나가던 골드뱅크의 발목을 잡았다.

현주엽, 이버츠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뤘던 키이스 그레이가 시즌 막판 갑작스런 기복을 보인 골드뱅크는 거짓말 같게도 시즌 막판 7경기를 모조리 패배, 목전에 뒀던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현주엽은 골드뱅크 소속으로 27경기 평균 23.7점 6리바운드 7.6어시스트 1.3스틸이라는 MVP급 활약을 펼쳤지만 끝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 사진 KBL Photoro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0-12-19 최창환 기자( doublec@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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