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1936년 미국 사진잡지 '라이프' 창간

임지영 기자 2010. 11. 22.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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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저널리즘의 꽃이 되다

순간이 역사가 되는 소리 '찰칵'…. 살아 움직이는 역사를 박제하는 것, 이것이 사진의 힘이다. 세계적 사진잡지 '라이프'는 이 단순한 사실로 포토저널리즘의 꽃이 된다.

잡지 '타임'과 '포천'을 만든 헨리 루스. 그를 세계적 잡지왕에 오르게 한 결정적 작품이 바로 '라이프'다.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말해 줄 수 있다." 1936년 11월23일 빨간 네모 바탕에 'LIFE'란 흰 제호를 가진 사진잡지가 탄생했다. 창간호 표지는 당시 뉴딜정책의 하나로 진행 중이던 포트맥 댐 사진이 차지했다. 9개 면에 걸쳐 댐 건설 노동자와 가족사진이 게재됐는데 1면에는 제왕절개로 탄생한 아기의 사진을 싣고 '라이프는 시작되었다'라고 제목을 뽑았다. 이 포토스토리는 포토저널리즘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46만부로 시작한 라이프는 창간 3개월 만에 100만부, 창간 3년 만에 200만부를 넘어섰고 1970년에는 850만부라는 경이적인 부수를 기록했다.

'라이프'의 여러 공신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다. 1938년 스페인 내전 때 찍은 '병사의 죽음'은 '라이프'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한다. 1944년 초점이 심하게 흔들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사진에 '라이프'가 붙인 한 줄의 설명.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폐기됐어야 할 사진이었다. 흔들린 사진에서 기계적 기술 대신 현장의 긴박함을 읽어낸 혜안이 느껴진다.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 속에서 승승장구하던 '라이프'는 TV라는 영상매체가 등장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다. 정보 전달 매체로서 정지화면이 동영상을 이기기는 어려웠다. 광고수입이 급감했고 이는 경영난을 불러왔다. 결국 '라이프'는 1972년 자진 폐간했다. 그 후 특별호로 종종 출판되다 1978년 월간지로 돌아왔으나 2000년 다시 휴간됐다. 2004년부터는 60개 신문 일요판 부록으로 끼워지는 신세로 명맥을 유지하다 2007년 4월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다. 창간한 지 71년 만이었다.

한 수병이 간호사의 허리를 꺾고 나누는 '종전의 키스'는 2차대전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유명하다. 그 기쁨의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그려볼 수 있는 건 이 한 장의 사진이 그 순간의 역사를 65년 동안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일 터다. 사진이 지금껏 존재한, 앞으로 존재할 이유다.

< 임지영 기자 iimi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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