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K리그 정상 향한 제주의 외침, '원포올, 올포원'

이경헌 2010. 11. 21.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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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안산] 이경헌 기자= "전체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전체를 위해." 프랑스 소설가 뒤마의 '삼총사'에서 달타냥과 삼총사가 외치는 구호다. 무리 전체는 구성원 하나하나의 안위를 챙기고, 구성원 각자는 전체를 위해 헌신한다는 뜻이다. 올 시즌 K리그 심장부를 강타한 돌풍의 주역 제주유나이티드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객관적인 면에서 제주의 2위 질주는 올 시즌 K리그의 최대 이변으로 손꼽힐 만하다.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경훈 감독은 프로지도자 경험이 일천했고 주장 김은중을 비롯해 배기종, 박현범, 김호준 등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은 생존 가능성을 의심받으며 저평가 받았다. 지금은 승리의 초대장으로 자리매김한 외국인 공격수 산토스 역시 낮은 신장과 해외리그 첫 경험이라는 이유로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제주는 시즌 초반부터 안방불패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더니 정규리그가 종착역에 다다른 현재 1위 FC 서울을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순위경쟁 속에 간판수비수 조용형의 해외 이적과 키플레이어 구자철과 홍정호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되는 연이은 악재에도 매 경기 승점쌓기에 성공하면서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ACL 진출권을 거머쥐는 기염도 토했다.

이러한 제주발 돌풍의 원동력은 바로 '탄탄한 조직력'이다. 올 시즌 제주의 총 득점은 54골로 전체 3위이며 실점은 25골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제주의 공수 밸런스가 뛰어난 이유는 그만큼 조직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축구 전문가 역시 제주를 15개 구단을 통들어 전술의 완성도와 선수들의 작전 소화능력이 가장 뛰난 팀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는 지난해와 비교해 베스트 멤버의 절반 이상이 새 얼굴이지만 호흡에 전혀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전력을 구성해 상대팀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의 완성도 높은 조직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원포올, 올포원(One for all, All for one)'으로 대표되는 선수단의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마인드다. 화려한 대형 스타가 없는 대신, 제주에는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는 기류가 흐른다.

개개인을 놓고 봤을 때 제주 선수들은 타 구단의 주전들에 비해 딱히 압도적이지 않지만 모든 선수들이 두 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출전시간과 역할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몫을 다하는 이타적인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래서일까. 주전 선수들의 공백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는 다른 팀과 달리 제주는 1~2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대표팀 차출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해도 다른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그 자리를 훌륭히 메운다. 이는 국가대표급의 화려한 선수구성에도 불구하고 조직력 부재로 내내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몇몇 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개인은 약하다. 그러나 팀은 강하다'라는 제주의 철학은 안산 전지훈련장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경훈 감독은 보통 연습시 경기장을 15등분으로 나눈다. 선수들에게 좁은 공간에서 어떤 방벙으로 상대를 공략할지 알려주기 위해서다. 사각형의 박스 안에서 서너 명의 수비가 유기적으로 배치돼 상대의 공격수를 효율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상대가 밀집 수비를 구사할 시 빠져나오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크로스, 풋백 등 다양한 개인 전술로 공략하되 불필요한 드리블 돌파를 하지 않고 볼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들은 패스가 오지 않더라도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공간을 창출한다. 그 결과 한 두명 주축 선수의 공백에도 플레이 방식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협력과 조화를 통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꾀하는 박경훈 감독은 "공간 훈련을 반복하면 민첩성이 향상된다. 반대로 상대가 밀집해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할 수 있다"라며 그라운드 위에서 제주 선수들의 모습은 마치 잘 들어맞는 톱니바퀴와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제주는 올 시즌 K리그에서 '팀 스피릿'(team sprit)의 미학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제주가 K리그 정상에 서는 그 날까지 선수들의 외침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원포올, 올포원(One for all, All fo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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