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선 "촛불 50번 들었건만 돌아온 건.."

2010. 11.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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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김어준이 만난 여자

금기에 도전하는 파란만장한 배우 김부선

① 어, 이게 뭐야. 두어 달 전이다. 배우 김부선 아침방송 출연해 심경 고백,

"대마초 손댄 것 평생 후회된다." 2010년 접한 연예 뉴스 중 가장 뜻밖의 소식이었다. 마약 전력에 미혼모인 에로배우가 이제는 나이 먹어 여식 장래에 혹여 방해될까 싶어, 혹은 먹고사는 문제에 부대끼다 마침내 굴복해, 공개 반성한 거구만 뭐. 그리 생각한 이들 적지 않았을 게다. 6년 전 그를 만나 장시간 인터뷰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후 그의 행보를 오랜 시간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그리 여기고 말았을 게다.

그러나 그건 내가 아는 김부선이 아니다. 처음 만났던 날, 그가 눈물 흘리며 했던 이야기를 생생히 기억한다.

<불새>와 <말죽거리 잔혹사>로 오랜만에 재기를 꿈꾸다 다시 대마초로 고초를 겪던 시절, 그는 아는 기자들 만나 "대마초는 마약이 아냐. 마약은 히로뽕, 코카인, 헤로인이야. 그건 내가 어릴 때 중독돼 6년 걸려 끊었어. 그때 오히려 대마초가 도움이 됐어. 대마초는 마약이 아니야. 이건 악법이야"라며 자신의 말을 그대로 기사화해 달라 했단다. 그러자 그들이 그랬단다. 절대 안 된다고. 그랬다간 큰일 난다고. 재기하고 싶지 않으냐고. 그럼 몇 년만 입 다물고 있으라고.

그때 그는 그들에게 이리 대들며 통곡했다 한다.

"피해자가 없는 범죄가 어디 있어? 야, 이 나쁜 것들아. 니들은 참 치사한 것들이야. 가장 진보적인 글쟁이들이, 참 비겁하구나. 진짜 꼰대들처럼 사는구나." 그러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금기인 마약에 관한 사회인식에 최초로, 단신으로,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다, 그가. 근데 그런 우는소리를 했다고. 그건 김부선을 몰라도 한참 몰라 하는 소리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게 2년 전 촛불집회 때 거리에서다. 모두가 두려워할 때 맨몸으로 '대마 비범죄화'를 이 땅에서 이슈화해낸 그가, 자신의 타고난 성정과 상극에 해당되는 이 이명박 시대는, 대체 어찌 버텨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하여 배우 김부선을, 다시 만났다.

② 그녀와 마주 앉아 제대로 말을 섞어본 이들이라면 알 게다.

일단 입을 열면 어떤 소재라도 즉석에서 재현 마임까지 곁들여 기승전결 갖춘 하나의 콩트로 요리하는 그 특유의 극장식 화술을. 난 그걸 '의식의 흐름' 활극화법이라 부른다. 무슨 액자소설 자동발생기처럼 그 콩트들이 도무지 끝도 없이, 역동적으로, 시공 넘나들며, 키워드 바이 키워드로 무한 링크되기 때문이다.

열이면 열, 그 휘몰아치는 입담에 취해 낄낄거리다 애초 만남의 이유는 시나브로 잊게 마련이다.

게다가 가식과 위선 따윈 지나가는 개에게나 던져주란 기세로 어찌나 있는 그대로를 거침없이 쏟아내는지, 결국 풀어놓은 이바구 모두를 지면에 옮기지도 못하고 만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무지 감당이 안 돼서. 이번에도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인척부터 유력 정치인까지 종횡무진 거론되었으나 역시 다 옮기진 못한다. 그러다간 일이 너무 커져서. 그렇게 더 끌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너무 넘치게 토로해서 고민되게 만드는 인터뷰이는 이 양반이 유일하다. 이 점 감안들 하시고, 자 가 보자.

단골이라는 국립극장 건물 한구석의 레스토랑에 마주 앉자마자 어찌된 거냐고 물었다.

바로 리턴 되는 거두절미 답변. "다 거짓말이야. 다 편집된 거야. 난 대마초가 아니라 강성마약 한 걸 후회한다고 한 거야. 그건 정말 무지막지하게 사람 작살내는 거거든. 히로뽕 말이야. 지난번(6년 전) 말씀드린 것처럼." 이 대목서 28년 전, 그러니까 1982년으로 단숨에 점프, 박 대통령의 아들과 당시 보사부 장관 아들과 경희대 기계체육 출신이었던 첫 애인까지 과거의 "뽕 동지들" 일거에 소환되어 한참을 등장인물로 부려진다. 시대배경이 그러하다 보니 그 틈틈이 딸의 생부까지 덩달아 불려나와 무지하게 욕먹다 퇴장당하고. 이게 바로 청산유수에 파란만장을 비빈 다음 무한 링크를 파죽지세로 걸어주면 완성되는 극장식 의식의 흐름 활극화법. 넋 놓고 듣다 20분 만에 겨우 되물었다. 그러니까 어떤 부분이 편집됐냐고. 스스로 대견하다. 그 격동의 일대 구라 속에서도 질문의 논리적 순서를 기억해 내다니. 그러자 2010년으로 순간 이동한 그녀, 다시 한 번 망설임 없이 속사포다.

"대마초, 의료용으로 합법화해야 한다는 거지.(대마의 약효를 언급했던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캐나다 맥길대학의 연구결과가 올 8월 캐나다 의사협회저널에 게재되었다. 만성신경통증에 큰 효과 있다고.) 그리고 단순 흡연자들은 비범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지. 오바마 대통령도 대마초 비범죄화 지지했잖아. 캘리포니아에선 의료용은 이미 합법이야. 합법화 주민투표까지 한다잖아. 세계보건기구도 중독성이 커피보다도 낮고 의존성이나 내성 없다고 했어. 내가 진술할 게 있어서 남양주 경찰서에 얼마 전 갔었는데 형사들조차 수긍해요. 자기네들도 동의한다는 거야. 대마초가 마약이 아닌 거는. 자기들도 안다는 거예요."

근데 왜 잡아간다고 하던가.

"괜히 이의 제기하면 자기한테는 생기는 것도 없으면서 골치 아프고 시끄럽고 불이익이나 당하니까. 그냥 까라면 까는 거지. 국가보안법이나 대마법이나 간통법, 다 그런 법이잖아. 하지만 나처럼 평생 당한 사람 입장에선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대검찰청 마약반이나 국과수 같은 곳에서 대마가 어떻게 나쁜지,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연구한 적도 없어. 그냥 미국 따라 만든 법이라고. 내가 그랬어. 술·담배·커피하고 비교하자. 그래서 대마가 정말 더 해롭다면, 더 세게 벌을 줘라. 10년, 20년 감옥 가둬라."

여기서 이야기는 그 불이익으로 인한 그의 궁박한 처지에 대한 하소연으로 넘어가

몇 년 전 갑자기 나타나 딸 유학시켜 준다고 했다가 또다시 잠적해버린 생부의 탈세 이야기가 디테일하게 펼쳐지다가, 못 믿을 게 남자란 키워드를 연결고리로 지난 대선 직전 만난 "변호사 출신의 피부 깨끗한" 한 정치인과의 인연 이야기로 숨 가쁘게 워프한다. 아, 이 스펙터클. 게다가 그 술회는 또 얼마나 적나라한지.

"총각이라는데 그 인생 스토리가 참 짠하더라고. 인천 앞바다에서 연인들처럼 사진 찍고 지가 내 가방 메주고 그러면서 데이트했지. 어머, 대선 안 바쁘세요, 하니까 하나도 안 바쁘대.(폭소) 그러고서는 같이 잤지 뭐. 며칠 안 가서. 난 그때 급했으니까.(폭소) 얼마 만인지 몰라. 내가 쓸데없이 자존심은 세 가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정말 오랜 세월 혼자 외롭게 보냈거든. 그렇게 나한테 적극적인 남자는 없었어. 진짜 행복하더라. 다 지난 일이지만 그땐 고마웠어. 여자로서."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반전이다.

"그런데 그 새끼가(폭소), 다음날 아침에 내가 해 주는 밥이라도 먹고 가는 게 내 시나리오인데 바로 옷을 주섬주섬 입는 거야. 그래서 내가 농담처럼 여우 같은 처자와 토끼 같은 자식 있는 거 아니에요, 했는데 답이 없네. 하늘이 무너지는 거지. 유부남이었던 거야, 그 새끼가(폭소). 발소리도 안 내고 도망가더라고." 이후 갖은 곡절로 이어지던 줄거리는 그 '남자'로부터 다시는 정치하지 않겠단 약조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나 싶다가 결국 그 '남자'가 지난 지방선거 출마해 당선됐단 걸로 맺음 된다. 후, 숨차다. 듣고 보니 유명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명은 내지 말란다. 그가 가진 권력으로 자신을 괴롭힐 거라고. 그저 말하지 않고선 억울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했단다.

그 지점에서 스토리는 정치를 고리로 다시 한 번 "이명박 대통령 되고 나서 얼마나 촛불집회를 많이 다녔는지"로 숨 가쁘게 내닫는다.

촛불 참석 횟수 무려 50회란다. 주차비만 몇 백이었단다. "그렇게 많은 촛불과 함께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있으면서 민주화가 이런 거구나, 직접 체험을 한 거야. 좋아졌다고 말만 했지 우리 같은 사람들 의식은 늘 70, 80년대를 살고 있었거든." 왜 그렇게까지 많이 나갔냐. "너무 비겁한 거야. 이 새끼들이 정권 바뀌자마자 한다는 게 겨우 그따윈 거야. 부시한테 잘 보이려고, 에프티에이(FTA) 성사시키려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깐깐하게 지켜놓은 걸 말이야."

그냥 참석만 하지 왜 무대 올라 발언까지 했나.

"아니 참여연대 박원석씨가 한마디 해줄 수 있냐 하더라고. 처음엔 싫다 그랬지. 근데 김장훈, 윤도현도 온다는 거야. 난 김장훈이 이명박 취임식 갔다고 해서 나쁜 새끼라고 했었거든.(폭소) 그런데 온다네. 오, 멋진 놈이네. 편협하게 바라본 걸 반성하면서, 아 걔들도 와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볼까요.(폭소) 그날이 마침 5월17일이야. 그래서 광주 이야기 하면서 지금 우리가 광장에서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그분들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김부선이가 빨갱이냐고. 아니지 않으냐고. 끝까지 잘 해보자고. 그런데 나이 먹은 여배우가 그 정도 이야기하면, 윤도현·김장훈은 아우, 엠비(MB) 죽어라, 이렇게 나올 줄 알았거든. 그런데 이 자식들이 한마디도 안 하네.(폭소)"

그렇게 촛불집회 참석하고 발언한 덕에 또다른 불이익은 없었나.

"엠비시(MBC), 케이비에스(KBS) 연달아 들어왔던 드라마에서 계속 잘렸지. 그때 한참 드라마 제안 들어올 땐데, 피디와 작가가 다 알아봤는데 공식적으로 출연 안 되는 사람은 이모, 황모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직접 국장한테 갔어. 북한산 국립공원 연회비 3만원짜리 입장권 그 앞에 던지면서 그랬어. 나 이런 사람이다. 나 낼모레 50인데. 우리나라에서 영화배우 이 나이쯤 되면 호텔 클럽 다니고 골프 치러 다닌다. 하지만 나 호텔이고 골프고 다 모르고 그저 내 자식 하나 지키려고 열심히 일하며 살았다. 내가 전 국민한테 대마초 피우자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처벌 위주의 지금 방식은 옳지 않다고 비범죄화하자고 한 건데 이건 너무 치사하고 가혹한 거 아니냐. 그랬더니 국장이 자기 혼자 그런 게 아니래. 다른 국장들과도 의논한 거래. 아우, 비겁해서 정말."

이후 다른 드라마 배역 확정됐다가 마지막 순간 엎어진 사례들이 한참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피디와 국장들의 실명들. 하도 답답해 자신이 아는 인맥 죄다 동원해 그 이유 추적했단다. 결국 친했던 한나라당 모 의원 통해 그 연유 들어본 즉, "김부선이 너무 찍혔더래. 정치적인 발언 너무 많이 해서. 그러면서 너 왜 쇠고기집회 나가서 그런 이야기 했냐고 그러더라고." 이 대목에서 그런데 아침방송은 왜 그 발언들을 편집을 했던 거냐고, 무려 한 시간 반 만에, 이어 물었다. 다시 한 번 스스로 대견해진다. "시사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강성마약인지 연성마약인지 구분해 설명해줄 필요를 못 느꼈대요." 그러면서 제대로 흥분하기 시작한다.

"내가 80년대 살벌한 전두환 시절부터 대마초는 마약 아니라고 고개 빳빳이 들었던 사람인데, 이제 와서 겨우 밥이나 얻어먹으려고, 밥벌이나 하자고 나 자신을 부정하라고. 난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 않았다고. 그건 나에 대한 모독이야. 난 누가 뭐래도 내 자신에게 떳떳하게 살았다고. 그래서 김부선이 대마초 후회한다는 왜곡기사 낸 국제방송인가, 그 가스통 언론사 고발했다고." 그러다가 채널은 또다시 돌아간다. 노회찬 전 대표와 함께 아무도 찾지 않는 전인권 면회 간 사연부터 안티 이명박 카페에 첫 회원으로 가입한 에피소드까지 쉼도 없이 이어진다. 아, 무지하게 재밌다.

③ 그의 주장은 언제나 감정적이고 일방적이며 좌충우돌이다. 그건 틀림없다.

그러나 난 대선후보의 정연한 비장 출사표는 면전에서 반박할지언정 그의 두서없는 격정은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그의 말이 언제나 옳아서는 아니다. 거기 흠결과 하자가 왜 없겠나. 허나 웬만해선 토 달지 않는다. 왜.

생겨 먹은 대로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구현하며 육탄으로 살아내는 그가, 하도 우아해서.

그 거칠고 불안정한 액면가의 삶이, 온갖 규범과 비겁에 포박된 품위와 체면보다, 백배는 더 격조 있어서. 책 속엔 없는, 원시적이며 자생적인 진보가 당대의 금기와 벌이는 그 치열한 육박전이, 거의 장엄하기까지 해서. 게다가 그로 인한 손실은 철저히 그만의 것이었고, 그로 획득된 이익은 고스란히 사회화되어 오지 않았는가. 그 정도 쟁투 앞에서 알량한 율법과 논리로 깐죽대는 건 예의가 아닌 게다. 하여 난 언제나, 언제까지고, 편파적으로, 김부선의 편일 것임을 선언하는 바이다. 김부선, 만세!

PS -

이 뒤죽박죽 인터뷰를, 왜곡 기사와 먹튀 수컷에 작렬 직전까지 간 그의 복장에 바치는 바이다. 이상.

글 딴지일보 총수·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헤어·메이크업 휘오레 임용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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