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 / 이해영

2010. 10. 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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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동석씨가 외교통상부 2차관에 임명됐다. '그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귀환'을 맞이한 반응들이 참 이채롭다. "민동석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저를 분노케 한 것은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진 공직자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유린하고 어떻게 대접했는가라는 현실이었다."(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민동석 대사의 도서가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가치관을 제고함은 물론 전 도민에게 확산되도록 관련 부서에서는 적극 협조해주기 바란다."(경기도) "2년 전엔…매국노로 매도당했지만 이젠…정의가 살아있다는 느낌."(조선일보) "공직자가 소신을 갖고 묵묵히 일을 하다 부당하게 피해를 볼 경우 정부가 잊지 않고 챙긴다는 메시지."(동아일보)

그의 어록을 뒤져 본다. 먼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두고 민씨는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했다. 최근 경기도가 영업을 자처하고 나선 <대한민국에서 공직자로 산다는 것-협상대표는 동네북인가>라는 책에서 민씨는 "대한민국 형법은 자유민주주의를 공산혁명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87조와 제91조에서 내란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바로 촛불폭동에 딱 떨어진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힌다. 또 같은 책에서 <피디수첩>이 촛불집회를 선동했으며, "<pd첩>의 거짓 방송 폭탄에 이 사회가 반 동강 나 버렸다"고 언급했다.

그는 외교통상부 외교역량평가단장으로 밀려난 와중에 <피디수첩> 제작진에게 전원 무죄판결이 나오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담당 법관과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또 무죄판결 법정을 나오면서 "자유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민씨의 신분은 공무원이다. 그래서 대통령령 제22274호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따라야 한다. 외교부 차관으로서 그는 법에 정해진 대로 이렇게 선서해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 그것이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의 본분이다. 마찬가지 위 규정 "제4조(친절·공정) ①공무원은 공사를 분별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친절하고 신속·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여야 한다"에 따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또 공무원은 위 규정 제27조에 의거해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제27조 ②항의 1은 이렇게 되어 있다. "시위운동을 기획·조직·지휘하거나 이에 참가 또는 원조하는 것."

그래서 보자. 첫째, 민씨는 촛불에 참여한 시민을 두고 '내란' 가담자라고 생각함으로써 공직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친절"은 고사하고, "인권 존중"의 의사조차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둘째, 헌법상 국가기관이라 할 "담당 법관과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 ②항의 1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위운동의 기획" 의사를 표명했다. 나아가 소위 "자유민주주의와 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위 복무규정에서 금하는 "시위운동"의 조직·지휘·참가·원조의 의사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불법적 정치활동의 예비음모에 다름아니다.

셋째, 외교부 2차관의 주 업무에는 국제조약과 영사업무가 포함된다. 하지만 그가 주도했던 이른바 '고시류 조약'인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이 심각한 사회불안을 야기한 점에 비춰, 그가 조약 업무를 다루는 것은 일종의 제척 사유에 해당된다 할 것이다. 그리고 촛불에 가담했던 100만명이 넘는 국민의 해외활동 시, 그가 이들을 '내란' 행위자 또는 '폭도'로 간주한다는 점에 비추어 그로부터 어떠한 영사 조력도 기대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이런 업무적합성에 관련된 이유에서 그는 외교부 2차관으로 부적절하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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