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나눔] 흥부네 11남매 "꿈꾸던 공부방이 생겼어요"

2010. 10. 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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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의 집 고치기로 새 희망 얻은 김정수씨 가족대림산업이 후원, 장판 바꾸고 담장 보수하고…"오늘 받은 큰 선물, 잊지 않고 사회에 환원할게요"

"이곳이 정말 우리 집이라니 낯설고 신기해요. 오늘 밤에 잠이 올까요?"

경기 용인시 백암면 처인구 근삼리의 김정수(49) 함은주(39)씨 부부와 11남매, 그리고 아이들의 할머니까지 '흥부네 11남매'에게 22일은 밤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설레고 벅찬 날이었다.

군데군데 갈라져 찬 바람이 들던 외벽에는 벽화 그리기 경험이 풍부한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들의 손끝을 거쳐 붉은 꽃과 초록빛 나무가 살포시 내려 앉았다. 새 벽지로 꾸민 각 방은 흰색으로 통일된 새 가구로 채워졌고, 남자 아이들 방에는 이층 침대까지 등장했다. 마감 처리가 덜 된 창 틈으로 바람은 물론 벌레까지 오가던 낡은 집은 온데간데 없었다.

변화는 한국해비타트 서울지회와 대림산업 임직원의 방문 덕분이었다. 이날 해비타트서울지회와 후원 기업인 대림산업은 '희망의 집 고치기' 사업을 진행했다.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무너진 담장과 단열재를 보수해 벽화로 마무리하는 리모델링 작업이다.

희망의 집 고치기는 저소득층에 주택을 제공하는 '희망의 집 짓기'와 더불어 해비타트 서울지회가 추진하는 주요 프로젝트다. 집 짓기 사업은 주택을 주고 건축원가를 오랜 기간 무이자로 상환케 함으로써 저소득층이 스스로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결혼 21년 간 첫째 영광(21)씨부터 6월에 태어난 막내 영국이까지 아들 여섯에 딸 다섯을 낳은 김씨 부부에게는 이마저도 꿈 같은 이야기다.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김씨의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기엔 식비부터가 만만치 않다.

라면 한 박스가 이틀 만에, 쌀 120㎏가 한 달 만에 뚝딱 없어지는 게 이 가정의 현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땅 주인은 따로 있다. 건물 값 조로 430만원을 내고 이곳을 빌렸고 집은 김씨가 직접 지었다. 매년 약간의 토지세만 내면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

이들 11남매 가정은 KBS TV '인간극장'을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사연이 소개되면서 때마침 다자녀 가정의 환경 개선을 모토로 삼고 있던 해비타트 서울지회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이렇게 연을 맺게 된 대림산업과 해비타트 관계자, 자원봉사자들까지 50여명이 다녀간 이날, 아내 황씨는 "아이들의 생활공간이 달라진 점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방이 부족해 남동생과 함께 생활하던 딸들은 독립된 공간을 갖게 됐고, 헛간에 가까웠던 별채는 버젓한 공부방으로 변신했다.

황씨는 "좁은 집이지만 싫은 내색 없이 잘 견뎠던 딸들이 이제서야 '우리만의 공간이 생겨 무척 기쁘다'는 소리를 반복하는 걸 보니 그간의 마음 고생을 알 듯하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일이다. 평소 "사람은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에게 아르바이트를 독려해 온 그였지만 내심 다른 평범한 가정이 그렇듯 물심양면으로 자녀의 학업을 지원하는 부모가 되고 싶은 꿈이 왜 없었을까.

김씨는 사회복지사를 꿈꾸며 강남대 사회복지과에 수시 원서를 접수한 둘째 영완(19)군의 손을 꼭 잡으며 "오늘 우리 가정이 받은 이 큰 선물을 잊지 않고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물을 받은 것은 11남매만이 아니다. 후원기업 자격이자 직접 자원봉사자로 현장을 찾은 대림산업 직원들 역시 그 어느 때 못지 않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이전에도 남양주 지역아동센터 등에 자원봉사자로 찾아간 적이 있지만 또래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아동센터와 달리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자녀들이 열악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을 보니 더 가슴이 아팠다"는 최상철 건축관리팀 차장은 "'동생들이 공부할 공간을 만들어 줘 고맙다'는 둘째 아들의 인사에 무척 흐뭇했다"고 말했다.

"방송에 많이 소개돼 후원금이 많을 거라 예상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나빴고 그나마 아이들의 성격이 밝아 인상적이었다"고도 했다.

현재 김씨는 백암면 사무소를 방문, 국유지 중 쓸모 없는 땅이라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지 부탁을 해 놓은 상태다. 해비타트 서울지회는 김씨가 땅을 구하는 대로 11남매 가정을 위한 집 짓기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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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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