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서해성의 직설] "청년백수를 군인 숫자보다 줄여라"

입력 2010. 10. 21. 20:40 수정 2010. 11. 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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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젊은 알바와 백수들의 조직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과 함께 분노의 출구를 찾다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제 22화 청년이 놀면 나라가 망한다

'노조'라고 하지 않는다.대신 '유니온'이라고 했다. 뜻은 다를 게 없다. 청년세대는 '노조'와는 벽이 있다고 했다. '노동자'에 스민 루저의 느낌을 싫어한다고 했다. 영어이름으로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서기를 원했다.'청년유니온' 김영경(30) 위원장을 모셨다. 청년유니온은 20~30대 임시직과 실업자들이 만든 조직이다. 지난 3월13일 창립했고, 조직원은 180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꿈틀대는 젊은 약자들의 세력화를 알리는 깃발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챙겨주지 않는 알바와 백수들도 권리찾기에 나섰다는 신호탄이다. 그는 지난 10년간 온갖 알바를 거쳐 6년째 학원강사직을 전전하는 임시직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눈물과 아픔을 이야기했다. 어른들이 가르치려 들지만 말고, 젊은 세대와 진심으로 소통하길 바란다고 했다. 올해의 주력목표는 구직자를 위한 구직촉진수당 도입과 자발적 이직자를 위한 고용보험제도 확대 입법활동이라고 했다.직설 사상 최초의 여성이다. 최연소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한홍구와 서해성의 관심사는 분노의 조직화였다. '권리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때마침 파리의 거리에선 청년 일자리 악화에 열받은 10대들이 행진하고 있었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홍구(이하 한)

연달아 두번 어른들을 모셨는데, 오늘은 젊어졌습니다.

서해성(이하 서)

첫 여성 손님이자 가장 젊고 가장 뚜렷하게 직업이 없는….

김영경(이하 김)

영광입니다.

1980년대엔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했는데, 지금은 청년이 망한 나라가 돼버렸어요. 청년유니온 구성원의 성분을 소개한다면.

180명인데, 구직자와 취업자 수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면 난감해요.

'일하는 사람이 없다'고 노조설립 신고서가 반려됐죠?

예, 근로자가 아니라고요. 우리 조합원들 처지가 자꾸 바뀌거든요. 창립 당시 실업자가 지금은 일을 하고, 그때 일하던 조합원이 지금은 실업자죠. 구직자 10명이면 노조로 인정 안 해주고, 1명이면 인정해준다는 정부 논리가 황당할 따름이죠.

한 정부 실업률통계를 적용하죠. 일주일에 1시간 일하면 실업자 아닌데, 그렇게 따지면 실업자 아무도 없겠네요.

서빙에서 등판 대여까지 '나의 알바투쟁기'

노조 설립할 땐 일하는 사업장이나 사장 연락처 다 써야 해요. 알바 잠깐 하는 사람들이 쓸 수 없잖아요. 그러니 돈을 벌어도 유령인 거예요.

인턴이란 게 유령이죠. 임시인생·날품팔이. 그래서 이번에 정부에서 새로 공적 일자리를 창출해냈죠. 지20(G20) 땜에 경찰들을 서울로 빼 올려야 해서 지역 파출소(치안센터)에 한달 동안 대학생들 일자리 만들어준다고.(웃음)

이 정권이 일자리 창출만 요란하게 고민하지, 일자리 유지를 안 시켜요.

자꾸 '눈높이 맞춰서 가라'고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 말이죠. 처음부터 눈을 낮추게 아예 신분에 따라 대학을 들어가게 하든가.

한국이 지난 두 세대 동안 열심히 눈 높이는 작업을 했고 그 완결판이 지금 청년들인데, 눈높이 낮추라는 건 눈을 빼서 발바닥에 박으란 얘기야.

대학 때까지 거의 20년 동안 펜대만 굴리면 거의 딴 거 할 줄 모르거든요. 이제 와서 갑자기 바꿔보라니. 헬스는 해도 막노동은 쉽지 않거든요.(웃음) 대통령은 그래 놓고 자기 아들은 큰아버지 회사인 '다스'에 취업시키고.

'똥돼지사건' 패러디물에 기가 막힌 대사가 있어. '없는 집 애들처럼 고시공부 시킬 수도 없고.'(웃음)

김영경씨는 1997년 아이엠에프 맞았을 때 고등학생이었죠?

고1이었는데 대학 들어가면서 심하게 영향 받았죠.

한번 쭉 소개해주시죠. 나의 알바투쟁기 또는 생존기.

아버지가 노가다로 나름 자수성가한 분인데. 아이엠에프 때 친구하고 동업하고 계셨어요. 어려웠지만 그래도 날 지방에서 수도권(안산)으로 대학 보내주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집이 어려운 줄 실감 못했어요. 근데 2학기에 당장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2학년 때 아버지가 실업자 되고, 그때부터 알바에서 알바로. 시작이 학교식당이었죠. 주말엔 고깃집. 허리를 다쳤죠. 2학년 1학기 마치고 휴학하고 집으로 내려갔어요. 석유집 경리하면서 1달 60만원, 하나로마트에서 1달 80만원, 그렇게 6개월 일했는데도 한 학기 등록금을 못 모았어요. 생활비도 써야 하고. 편의점, 전단지, 엑셀 워드작업, 전화설문 안 해본 게 없어요. 4학년 때부터 학원강사 일을 한 거고.

계속해 보세요. <흥부전>을 보면 흥부가 한 알바가 다 나오잖아요.

흥부의 마지막 알바가 뭔지 알아요? 매 맞는 거죠. 매 맞는 알바 해서 아이들 밥 사주잖아.

화장품 등판 알바도 해봤어요. 등을 내주고 한쪽만 선크림을 바르는 거예요. 피부를 비교한다고. 전등을 대고 한 시간을 있어야 해요. 하루 4만원.

소비욕망은 환상적으로 길들여놓고…

특수용병 수준이군. 자본주의의 하층 용병이 해야 할 거의 모든 일을 다 했네.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자사고, '일류대', 그리고 외국연수와 유학. 이런 스펙이 없는 사람이 가는 길이 알바 인생인 거죠. 앞의 건 부모 '빽'이고, 그거 없으면 20대를 임시인생으로 살아야 하는 거지. 임시인생의 커다란 문제가 두가지죠. 우선 저임금체제를 이 사회에 양산하는 거거든. '순간노동자'로 살면서 저임금으로 결국 자본가들 살찌우는 거지. 둘째는 미래를 차압당한다는 거예요. 카드깡 같은 깡세대죠. 미래를 '땡겨와서' 살아야 하는. 그런 게 '알바' 안에 묻어 있는 거죠.

1년 후도 예측이 안 돼요. 내 주변 백수, 준백수들 상당수가 우울증을 앓고 있어요. 친구들 만나면 잠시 잊어도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는 순간 그냥 섬으로 있는 거 같고, 미래가 안 보이는 거죠. 그래서 자꾸만 눈물이 난대요.

일하고 싶은데 일할 수 없는 세대는 연애도 실패하기 십상이죠…. '루저 제너레이션'.

며칠 전 정부가 2012년까지 일자리 7만개를 늘리겠다고 했어요. '7만'을 엄청 홍보하거든요. 현 정부 들어 청년 일자리 23만개가 줄었는데 7만이랬자 마이너스 16만인 거죠.

청년실업과 관련된 말들을 정리해볼까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은 아실 테고, 청년실신(청년들이 실업 때문에 실신), 십오야(십오세 이상이면 이십대 때 깜깜해진다), 삼일절(31살 이후엔 절망), 도시락족(돈 없어서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 처지), 알부자족(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 취업5종 세트도 있어요. 자격증, 봉사활동, 해외연수, 토익점수, 수상경력. 스펙으로 안 되니까 여자들은 성형수술에 매달리기도 하고. 취업 준비하면서 쌍꺼풀 안 깐 사람 없어요.

취업성형이란, 백수양산사회가 여성 스스로 차별을 정당화하게끔 강요하는 박탈적 행위죠. 성형한 여자가 말 잘 듣는다는 게 이거죠. 체제순응한 거니까. 예전엔 '20세에서 25세까지 용모 단정한 여성 구함'이라고 노골적으로 내걸었다가 지금은 없어졌다지만 어차피 면접하니까 걸러지는 거죠.

엄마들이 더 난리죠. 면접 보기 한달 전부터 저녁 쫄쫄 굶고. 여자들 실업률이 남자들보다 두배 가까이 되다 보니 공무원 고시에 매달리잖아요.

20대 백수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돼버렸어요. 연속극에서 백수가 등장해도 웬걸 자연스럽고.(웃음) 이 사회가 청년실업에 대해 숫제 무감각해지고 말았어요.

서울대 사회대 교수들이 하는 말이, 20년 전에는 학생들이 세상을 뒤엎는 꿈을 꿨는데 지금은 공사 가는 게 꿈이래. 신이 내린 직장. 개별 회사로서야 공부도 잘하고 스펙도 쌓고 봉사도 많이 하고 얼굴까지 예쁜 사람을 뽑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은 어마어마한 거지.

광범한 백수사회인데도 분노가 조직화되지 않잖아요? 아이엠에프 때부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게 됐는데, 간단히 말해 '자본가 맘대로 해고하기'죠. 미디어의 '설득'을 통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했고. 과거와 달리 스펙이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돼버린 사회란 시장이념에 의한 포섭이 교육과정에서 이미 완성되었다는 걸 뜻하죠. 그에 따라 상실과 분노 또한 개별화하고 있는 거죠.

산업구조적 변화만 있다면 이들의 고용을 창출하고 재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학력자는 양산해놓고 그들이 갈 수 있는 일자리는 만들지 않고 있죠.

부유세를 걷거나 국립대학네트워크를 하거나

다수의 고학력자는 있지만, 학력이 신분상승 통로 기능을 이미 상실한 거죠. 계급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진입 불가능이죠.

아이엠에프를 통해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찼지. 인류역사에서 단 한번도 이런 문제를 위에서 해결해준 적은 없어요. 정말 그 문제 때문에 못 살겠다는 사람들이 들고일어나야 해. 말로 들고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우아하게 쓰는 말로 '연장 들고'(웃음) 일어서는 경우도 있고.

지금 청년들이 더 답답하게 생긴 게 소비욕망은 극단으로 포스트모던해졌죠. 환상적이잖아. 근데 현실은 밑바닥이거든.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거죠. 우리 세대로는 체감 못하죠.

조선왕조 유교질서가 500년을 간 게 꼭대기 있는 놈들이 그렇게 사치를 안 했어요. 박정희도 변기에 벽돌 넣고 했다잖아요. 80년대 후반부터 차차 오렌지족 나오고 조기유학들 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지.

요즘 친구들은 영화 안 보면 대화가 안 돼요. 밥은 굶어도 인기 영화는 꼭 보죠. 또 6개월 일해서 호주나 유럽을 여행하는 것도 당연해졌어요.

그러니까 눈높이를 낮추라는 거죠.(웃음) 네가 지금 직장 제대로 못 잡고 시급 4천원을 왔다갔다 하는 처지에 유럽이 웬 말이냐.

욕망을 한껏 길들여놓고선 나만 하지 말라고 하니.

너도나도 스마트폰 사는데, 못 하면 미치는 거죠. 열등해지는 거 같고.

임시인생으로 미래까지 갈 텐데…영어로 '워킹푸어'(working poor)라고, 일을 하지만 한없이 가난한 거지. 그대들은 워킹푸어 제너레이션.

6월에 정부에서 낸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취업률이 30년 만에 최악이라죠.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게 건설분야예요. 4대강 사업이 허구라는 걸 알 수 있죠. 공공부문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야 해요.

일 안 하거나 일하기 위해 준비하는 동안 나라와 재벌들이 인심 좀 쓰면 안 될까요. 불가능하지만은 않거든. 사실 대학도 그냥 다닐 수 있게 해야 해. 공부해서 취직한다는 게 결국 자본에 서비스하는 것 아닌가요. 4대강 사업비면 중산층 자녀까지 '공짜' 대학교육 몇년씩 시킬 수 있죠. 부유세 어때요? 가난은 부자가 해결해야죠. 혜택을 받아야 그 사회를 사랑하죠. 더 양질의 노동력도 거기서 나오죠. 세계에서 청년(동반) 자살 1위인데, 그 핵심 이유가 무엇일까요. 돈이죠. 돈이 없으니 삶이 돌아버리는 거죠. 청년유니온이 투쟁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난 반댈세. '부유세'는 용어 자체로 엄청난 저항을 부를 거야. 답은 간단해. 있는 세목에 세율을 조정하자, 재산세·소득세에 누진 개념을 정확히 도입하자!

같은 말인데요, 전기요금도 누진제가 있는데.(웃음) 심야전기 쓰면 요금 낮고 말이죠.

4대강 사업을 할 게 아니라, 지방에서 망하는 대학을 인수해 '국립한국대' 같은 걸로 통합 네트워킹을 해야 해. 청년실업과 교육 문제와 입시제도를 다 묶어서 큰 방향에서 국립대학네트워크를 현실화시키는 거죠. 등록금 절반 공약이란 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이런 방향 없이는 불가능해요. 다음에 청년유니온에서 제기해야 할 게 군대 문제예요. 국가가 차출해서 노동력을 제공했으니까 제대할 때 몇 푼이라도 줘라 이거야. 말도 안 되는 가산점 갖고 싸우지 말고. 대한민국 군필자가 변두리에 원룸 하나 마련할 돈은 주라 말이지. 최저임금 준다고 치면 되거든.

노동운동은 정치운동이어야 하죠. 88만원세대란, 계급모순을 세대모순으로 치환한 거죠. 불행하게도 계급모순이 특정한 세대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거지. 이전까지는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였는데, 진짜 계급문제가 제기되기에 이른 거죠. 청년유니온이 그 주체를 만드는 계기를 열어가고 있는 거죠.

유니온 활동하면서 여러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어요. 더 대담하게 가야겠다고 고민하죠. 해야 할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주체 형성이 제대로 안 되어 있다 보니….

'청년유니온을 왜 만들었냐'고 하자 '억울해서 만들었다'고 한 적이 있죠? 무엇이 그렇게 억울했는지. 기성세대에게 한 말씀, 노동운동도 좋고.

광장에 있을 것이냐, 골목에 있을 것이냐

어떤 분은 '손을 펴보라'고 하더니 손에 기름때도 없으면서 무슨 노조냐고 핀잔을 줘요. '개량이다' '노동운동을 분열시킨다'는 비판도 있어요. 나도 학원 강사로서 노동자라고 생각하는데, 기존 노조에서는 내 노동권리를 보장받을 수가 없잖아요. 나는 그분들한테 '꼰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우리들은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고 싶어요. 돈 좀 못 벌어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기성세대가 그저 가르치려고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합비는 얼마나 걷히는지.

대학생과 백수들은 3천원. 알바 포함해서 일하는 사람은 수입의 1%. 하루에 100원이라도 동참한다는 뜻에 따라. 처음엔 월 30만~40만원 걷혔는데, 지금은 100만원이 넘어요.

청년이라고 묶었지만, 내부 구성은 너무 복잡할 것 같아요. 180명이면 작업환경이 적어도 50~60개 될 텐데 일하는 사람들이 파편화될 수밖에 없죠. 고도의 자본주의 전략이지. 현장에서 싸우려다 보면 영세사업주의 경우 오히려 연대해야 하는 일도 있을 텐데.

부천에서 편의점 알바 하던 재수생이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고 연락이 왔어요. 어찌어찌해서 가까스로 돈은 받아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이거 땜에 가게 문을 닫는다는 거예요. 육십 넘은 분인데…알바 구하기도 힘들고 운영비도 안 나온다면서. 참 씁쓸한 아이러니죠.

주체형성과 함께 싸움의 수준도 필요하죠. 청년 실업자를 몇 명으로 보는지.

정부통계로 취업준비생 합쳐 만 29세까지 120만명 정도? 39세까지라면 200만이 넘죠.

군인 55만을 합치면 250만쯤 되겠네.

대학원생도 무지 많아.

거칠게 셈해서 300만 칩시다. 20, 30대 다 하면 대략 1천만인데, 실업자가 4분의 1인 거죠. 근데 실업자가 군인 숫자보다 많아서야 안 되죠.(웃음) 실업자가 조직화해서 힘이 세지면 어떡하죠.

싸움은 쪽수로 하는 게 아니지.

민중은 쪽수로 해.(웃음) 청년들이 군대 갔다 오면 노동자잖아요.

알바 학생들. 군대 다녀오면 등록금 뛰어 있고.

실업자가 의무복무하는 군인보다 많은 사회는 여러모로 안정이 불가능한 사회죠. 백수는 혁명가와 깡패 사이에서 서성거리는 존재인데, 광장에 있느냐 골목에 있느냐의 차이. 그러니까 국가권력과 자본은 실업자를 군인보다는 줄이겠다는 약속을 내놔야 해. '실업자를 군인 숫자보다는 줄이겠습니다'라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해요.

좋은 거 가르친다. 군대 늘겠네.(폭소)

청년유니온 후원계좌 신한은행 110-274-628392 조금득

■ 직설잔설

전태일 또는 편의점 알바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고약한 시인은 "이룰 수 없는 욕망을 키워주느니 차라리 아기를 요람 속에서 죽여 버려라"고 외쳤다. 그런데 어쩌랴, 아기들이 훌쩍 커버려 청년이 된 것을…. 청년백수 문제가 집안의 골칫거리를 넘어 나라의 골칫거리가 된 지 벌써 여러 해다.

단군 이래 가장 화려한 스펙을 쌓고 공무원시험 합격선을 10여점이나 끌어올린 세대가 '청년 실신'의 경지에 돌입하더니, 핸드폰 요금 늘어나는 게 무서워 연애도 못 한단다. 미선이 효순이 촛불집회도, 2008년의 촛불집회도 만들어냈지만 누구는 청년들이 보수화되었다고 혀를 차고, 누구는 20대는 '개새끼'라고 눈을 부라린다.

'직설'이 연 3주 어른들만 모시다가 젊은이와 댓거리를 하려니 서해성과 한홍구가 갑자기 꼰대가 된 느낌이다. 역사의 중요한 사건은 대개 20대가 저질렀다는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모든 꼰대들이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전태일은 그때 겨우 스물셋이었다. 한문투성이 근로기준법을 한 자 한 자 옥편을 뒤적이며 읽어가면서 전태일은 '내게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이라는 애달픈 꿈을 꿨다. 그리고 40년, "살기 위해 허리띠를 조인 작업장 안의 꼬마는 너무나도 훌쩍 커버린 지금 우리네 아버지"가 되었고, 대한민국은 어느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 대한민국에서 지금은 대학생들이 죽어가고 있다.

<소금꽃나무>의 김진숙이 울부짖었던 것처럼 그 대한민국은 1970년에 죽은 전태일의 유서와 21세기에 죽은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이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고 노래한 블레이크는 새장에 갇힌 한 마리의 로빈새가 천국을 분노케 한다고 썼다. 이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의 절망에서 대한민국은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인가.

요즘 어린아이들은 만화 <태일이>로, 젊은이들은 MC스나이퍼의 랩을 통해 전태일과 만난다고 한다. 김영경 위원장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전태일은 어떤 존재냐는 물음에 세월의 차이가 크지만 전태일이 가슴 아파했던 어린 공순이, 공돌이들의 처지나 편의점 알바생으로 빌빌대는 자기네 처지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답했다. 청년유니온의 출현은 전태일 40주기를 기념하는 사건이리라.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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