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2010. 10. 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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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계도 대기업 성장하려면 해외시장 진출은 필수"글로벌 협업시대, 기술 국적 따지는 건 어불성설직원 평균 29세… 청바지차림의 자유로운 분위기"빌 게이츠 보며 꿈 키워… 일할 맛 나는 회사 만들것"

매일 오후5시면 이스트소프트 건물 1층 카페테리아에는 김밥과 옥수수 같은 간식이 나온다.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김장중(39) 이스트소프트 대표의 배려다.

이스트소프트. 대부분에게 낯선 회사다. 그런 이들에게도 '알집'이나 '알약'이라는 이름은 친숙하다. 이스트소프트는 그 알약을 만든 회사다. 현재 알약을 쓰는 인터넷 이용자는 1,7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은 이스트소프트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29세인 젊은 회사다. 300여명의 직원 대부분이 청바지에 자유로운 복장을 하고 머리 염색을 한 이도 몇몇 눈에 띈다. 이스트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도 검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제아무리 소프트웨어회사라지만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다.

"정신노동이 많은 회사다 보니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생활도 일상생활처럼 불편함이 없어야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봅니다."

그는 공부도 열심히 한다. 책상에는 경영학 서적이 수십권이 쌓여 있고 자신의 트위터(트위터 아이디 jangjoong)를 통해 경제학 전공자들과 지식도 나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하지만 경제 이야기를 자주 하려는 이유는 IT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경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기 공부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개발자보다 경영자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다 보니 경제학 공부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도 한 기업의 대표다 보니 가정경제를 꾸리는 데 도움이 되는 재테크 책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는 사람을 중요시한다. 해외출장이나 사업상 미팅으로 바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한다. 덕분에 3년차 이상 되는 직원은 김 대표를 허물없이 대한다고 한다. 사람을 곁에 오래 두는 것도 좋아한다. 근속기간이 긴 직원에게는 실질적 보상을 해준다. 3년차가 된 직원은 순금으로 3돈(11.25g)짜리 반지를 받는다. 5년차가 되면 10돈, 10년차가 되면 30돈을 해준다. 제아무리 사람이 좋다고 해도 요즘처럼 금값이 오른 시절에는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올해 직원들에게 쓴 금값만도 1억원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한 기업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더 대접받는 것은 장려해야 한다고 봐요.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암묵지'를 가진 경우가 많고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인재 욕심도 많다. 2008년 7월 코스닥 상장 당시만 해도 190명이던 직원이 2년 만에 300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의 설명으로는 2년 사이 너무 많은 인재가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용을 취소하는 대기업이 늘었잖아요. 그래서 당시 뛰어난 인재들이 소프트웨어 업계로 몰려들었다고 봐요.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뽑았습니다. 당시 경쟁률이 100대1 정도였는데 그때 뽑았던 직원들은 대부분 아직도 남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재가 없다고 생각하면 직원을 뽑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인사팀이 항상 고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300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크려면 확실한 수익구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인터넷 이용자가 쓰는 알약은 개인에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알약을 통해 노출되는 광고로 수익을 충당합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그래도 소프트웨어 제품주기를 30년 정도로 보는데다 기업에서 유료 백신을 구입하는 비중도 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업계에서는 이스트소프트의 알약이 순수 국내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절하하는 경우도 많다. 영국산 백신인 '소포스'와 루마니아 백신인 '비트디펜더' 기술과 융합했기 때문에 국내기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자 김 대표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소프트웨어 보안은 전쟁입니다. 전쟁에서 어떤 무기를 쓰느냐보다는 승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스트소프트는 2년 전 시큐리티인사이트를 인수하며 기술력도 보강했기 때문에 국내 여건에 맞는 보안 서비스 제공은 물론 외국과의 협업으로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협업을 강조하면서 기술의 국적을 너무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인터뷰 중 그가 지난 11월 구입했다는 아이폰이 눈에 띄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의 화두가 스마트폰이기에 이스트소프트의 전략이 궁금했다. 김 대표는 세간의 분위기와 달리 모바일 열풍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안드로이드용 백신 출시가 임박했지만 모바일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이유에서다.

"요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가격을 보면 대부분 무료거나 1달러 미만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1,000원짜리 앱 100만개를 팔아봤자 10억원의 수입을 거둘 수 있는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운영체제(OS) 개발자와 수익을 나누면 7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습니다. 개인 개발자가 아니고서는 매력적이 않은 수입구조라고 봅니다."

다만 포털이나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모바일시장 확대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김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은 해외시장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해야지만 장기적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이스트소프트는 알집을 일본시장에 출시하며 일본 내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순위 25위에 오르는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 매출이 몇조원에 이르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가 개발해 서비스 중인 게임 '카발온라인' 또한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은 필수입니다."

거리낌 없어 보이지만 주관이 뚜렷한 이 CEO에게 사업이라는 꿈을 심어준 이는 바로 빌 게이츠다. 그는 게이츠를 보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데 대해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게이츠를 본받아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해 '21세기'라는 한글화된 워드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교육용 버전을 내놓기도 하는 등 당시에는 히트를 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들뜨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기업을 꾸려왔다. '정도'를 걷는다는 철학 때문이다.

인터뷰 후 그의 책상을 둘러보니 직원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선물이 몇 아름 보였다. 하나하나 포장된 선물에는 사람을 아끼는 그의 마음도 놓여 있었다. 김 대표는 확실한 철학을 가졌으면서도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 냄새 나는 CEO다.

●김장중 대표는

▦1972년 서울 ▦1998년 한양대 수학과 졸업 ▦2005년 한양대 경영학석사 ▦1993년 이스트소프트 설립 ▦1999년 '알집' 출시 ▦2002년 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 산업자원부장관상 수상 ▦2005년 온라인게임 '카발온라인' 출시 ▦2007년 이스트소프트 재팬 설립 ▦2008년 시큐리티인사이트 인수, 벤처기업대상 대통령표창 수상

■ '알집' 탄생 비화'ALS'+'ZIP'… 프로그래머 아이디서 알 모양 착안

소프트웨어 압축 프로그램인 '알집'의 브랜드명은 사실 단순하게 착안됐다. 알집 개발 당시 이스트소프트 직원이었던 민영환(현 게임사업본부 본부장)씨의 성인 '민'의 영어자판인 'ALS'가 압축 프로그램 확장자 이름인 'ZIP'과 합쳐진 것이다.

알 모양의 아이콘은 디자이너의 착안이었다. 알집을 개발한 프로그래머의 아이디(alsdream)가 알 모양을 떠올리게 해 현재의 캐릭터가 탄생한 것이다. 김장중 대표는 "묘하게도 알집 캐릭터는 당시 디자이너의 이미지와 매우 비슷했다"며 "해당 디자이너를 직접 본 사람들은 본인 모습을 캐릭터화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알집이라는 브랜드명이 탄생하기 전에 알집 캐릭터가 먼저 선정됐다"고 덧붙였다.

이스트소프트는 이후에도 알씨ㆍ알FTPㆍ알송ㆍ알패스ㆍ알툴바ㆍ알약에 이르기까지 '알' 시리즈 제품을 계속 출시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알'이라는 브랜드명은 성공적 사례로 손꼽힌다. 서양인들은 알집의 '알(Al)'을 '올(All)'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양인들은 '알집이 모든 것을 푸는 압축 프로그램'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알집이 '아르지프'라고 읽히는데 일본어로 '아르'는 '있다' '존재한다'라는 뜻으로 통하기 때문에 긍정적 이미지로 인식된다.

이렇게 알집이라는 브랜드명과 달리 알집 캐릭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국내에서는 '알' 모양을 해 귀엽다는 반응이 많지만 서양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알집 캐릭터가 서양에서는 '몬스터'로 비치기 때문에 외국시장 진출시에는 캐릭터를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알집은 현재 국내 사용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PC의 성능이 워낙 좋아진데다 인터넷 속도도 빨라 소프트웨어 파일을 압축할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아직 수요가 많다. 국내처럼 인터넷 환경이 발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압축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스트소프트는 이러한 점에 착안, 알집을 내세워 인터넷서비스의 품질이 고르지 않은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 공략을 꾀하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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