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련 "배우는 솔잎을 먹어야죠"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아저씨' 출연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출연료 문제 때문에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하차했지요. 그 뒤로 16년 세월이 흐른 건 역시 돈 문제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방송사에서 섭외가 계속 왔지만, 그쪽은 적게 준다고 하고, 난 더 받아야 한다고 했죠. 자존심이 아니라 아집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최근 영화 '아저씨'의 개미굴 노파 역과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복남(서영희)의 시고모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백수련을 그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운영하는 주점에서 만났다.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중도에 하차한 이후 이따금 연극 무대에 선 것을 제외하면 많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6년만이다.
"한 7~8년은 괜찮았는데 그다음부터는 '이러고 있으면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연극도 했지만, 방송을 하고 싶었죠."
50년에 가까운 연기 인생 동안 연극 무대나 드라마에서는 잔뼈가 굵은 그지만 영화에 출연한 것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처음이었다.
그는 "생전 처음 했는데 영화는 참 매력이 있다"면서 "TV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영화는 배우를 최고로 생각한다. '아저씨'에서는 다섯 신밖에 안 나왔는데 칙사 대접이라 민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출연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기대만큼 관객을 모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러닝개런티 계약을 했는데 이것도 운인가 봐요. 주변에 친한 사람들이 하나도 안 본 거에요. 선전이 많이 안 됐는지…."
그는 '김복남 살인사건…'에서 낫을 들고 덤비는 복남을 상대하다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는 장면을 찍을 때 아찔했다고 했다. "몸을 줄로 묶고 찍었어요. 혹시 실수로 사람들이 줄을 놓쳐도 물에 떨어지면 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밑이 바위더라고요."
'김복남 살인사건…'의 독한 시고모나 '아저씨'의 개미굴 노파처럼 그가 이제까지 맡은 역할은 악역이 많았다.
"악역 말고 얌전한 역을 하고 싶죠. 그런데 제 인상이 그렇지 않은가 봐요. 문제는 (배역을) 주는 사람이에요. 하나를 했을 때 무난하게 넘어가면 계속 그런 쪽으로 주잖아요."
그는 이어 "감독이나 작품에 따라 배우는 확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자리에서 만 24년을 운영한 주점을 폐업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연기에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저도 솔잎을 먹어야죠. 일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그런데 가게를 하니까 그렇게 못 하게 돼요. 빨리 처분해서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해요. 이 가게가 그동안 일을 많이 못 한 이유 중 하나죠. (연기를 안 해도) 먹고는 사니까."
그는 "연기자는 두 가지를 할 수 없다. 두 가지를 하다 보면 다 부업이 돼 버린다"면서 "그래서 오늘날 백수련이가 이것밖에 안 된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신발을 신고 다닐 때까지는 연기하고 싶다"면서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는 재계약을 앞두고 출연료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하차하고 이후에도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한 것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적당한 선에서 섭외가 오면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에 복귀하고 싶지만 달라진 현실에 대한 그의 우려는 컸다. "제가 할 때는 팀워크가 기가 막혔죠. 지금은 그게 없고 '너는 너, 나는 나'라고 하더라고요. 위계질서도 없고. 너무 서글프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들어요."
그의 남편과 아들도 배우다. 남편 김인태와는 연극을 하다 만났으며 두 아들 가운데 장남인 김수현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해 최근에는 주로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그는 아들 칭찬에도 열을 올렸다. "나는 노력을 별로 안 하는데 우리 아들은 그걸 별로 안 닮았어요. 죽기 살기로 해서 연극계에 소문이 났어요. 어떻게 연습 3시간 전에 나가는지…."
kimyg@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
< 포토 매거진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CGV, 오페라 '카르멘' '투란도트' 실황 상영
- <새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
- 김현석 "감정표현 못하는 캐릭터에 애착"
- "비싼 3D상영관 대신 2D관서 보고싶어요"
- '인디애니페스트 2010' 30일 개막
- 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꺼내 먹은 화물차 기사, 벌금 5만원 | 연합뉴스
- 억대 돈다발 든 가방 훔친 중국인…출국하려다 인천공항서 덜미 | 연합뉴스
- 강원FC, '김병지 대표 사퇴 촉구' 현수막에 춘천시 '출입금지' | 연합뉴스
- 시어머니 배 걷어차고 머리채 잡은 며느리 항소심서 벌금형 | 연합뉴스
- 오피스텔서 전 여친과 그의 남친 살해한 30대 자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