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스위치' 어떻게 킬러 콘텐츠가 됐을까?

입력 2010. 9. 9. 09:44 수정 2010. 9. 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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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TV 녹화장을 가봤지만 방청석에 앉아 이렇게 웃어보기는 처음이다. 녹화시간 내내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케이블 채널 tvN의 연애 프로그램인 '러브스위치' 얘기다.

'러브스위치'는 여성 30명이 남성 1명을 두고 외모와 능력, 장기 등 총 3단계의 관문을 거쳐 평가한 후 짝을 짓는 '21세기형 사랑의 스튜디오'다. 영국 네덜란드 등 10개국에서 동일 포맷을 기본으로 하되 자국의 특수성을 가미해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6개월을 넘긴 현재 케이블 채널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평균 시청률이 2% 정도로 7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월요일 밤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러브스위치'는 왜 인기가 있을까? 20~30대 싱글남녀의 가치관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여성의 욕망을 마음놓고 말할 수 있는 포맷이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놀림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변화했음을 잘 반영한 것이다. 주도권이 상당 부분 여성에게 넘어가 있다.

30명의 여성이 1차 관문에서는 남성을 오로지 외모로만 판단해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속에 있는 욕망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남성의 외모가 뛰어나면 스위치를 누르지 않지만, 키가 작거나 비주얼이 세련되지 않으면 스위치를 눌러 거절 의사를 즉각 표시한다.

첫번째로 벤처기업 CEO인 남자가 나타나자 "남자가 파스텔톤 옷 입는 것 싫다" "옷 색깔 매치가 전혀 안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정도 '지적질'은 약과다. 두번째 남자인 콧수염을 기른 사업가에게는 "일본 순사 같다" "경포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남자" "내가 안 좋아하는 것 다 갖췄다" "아무한테나 끼부리는 것 싫다" "수염은 자르면 되는데 키는 늘릴 수 없다" 등등 보다 노골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심지어 한 여성이 "콧수염이 있어 뽀뽀할 때 아플 것 같다"고 말했더니 다른 여성이 "내가 수염있는 남자와 키스를 해봤는데 괜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남성은 여성 30명의 '지적질'에 때로는 열받고 때로는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는 건 세련되지 못한 행동이다. 여성이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해도 표정관리를 하는 것 같았다.

2단계는 여성이 VCR로 남성의 직업과 가족관계, 취미, 인생관, 여성관 등을 보며 선택하는 관문이다. 남성의 단점으로 지저분하다는 점이 지인의 인터뷰로 알려졌을 때, 딸이라도 동거하겠다면 허용하겠다고 했을 때, 남자 어머니가 며느리를 1년 정도 데리고 있고 싶다고 했을 때 여성들은 스위치를 집중적으로 눌렀다. 3단계는 남성에게 중요한 발언 기회를 한번 더 줘 선택에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단계다.

3단계가 끝나면 이제 남자가 자신을 선택했던 여성을 대상으로 선택하는 차례다. 벤처남(男)은 3단계에서 남은 6명 중 4명을 제외시키고 2명만 남겼다. 그리고 이 남성은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그러고는 벤처남은 따뜻한 밥 먹고 사는 것이라고 말한 여성에게 "저랑 따뜻한 밥 드실래요"라고 말해 커플이 이뤄졌다. 또 3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콧수염남은 3단계까지 한 명의 여성밖에 남지않은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 남자는 남은 한 명의 여성을 거절하는 바람에 성사가 되지 않았다.

여성 출연자들은 횟수가 경과하면서 성격과 특성이 캐릭터화돼 나타나므로 더욱 재미있어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방송에서는 아마추어들이다. 이들의 개성을 살려주고 토크를 맛깔스럽게 만들어주는 건 MC인 신동엽과 이경규 몫이다. 진행자들도 참가자들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한다. 모른 채 토크를 진행해야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 출연자를 인터뷰하는 신동엽은 순발력과 재치로 프로그램을 살린다. 아마 신동엽의 장기가 가장 잘 발휘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 출연자의 단순한 토크를 순발력으로 유머로 만들어내고 때로는 성적인 농담도 공론화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끼워넣고, 때로는 약간 깐족거리며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재주는 신동엽만이 가진 감각과 원천기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 여성이 남자 키가 무조건 180㎝는 넘어야 한다고 하자 신동엽이 "키가 큰 남자가 빈둥빈둥 놀아도 괜찮겠네요"라고 보조를 맞춘다. 신동엽은 "어린 여성일수록 남성 외모를 많이 보고 나이가 들면 직업, 성격을 중시하는 건 신세대들도 마찬가지지만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해 나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면서 "그래도 가능하면 출연자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규는 남자 출연자 옆에서 어색하고 딱딱한 분위기를 이완시킨다. 두 사람은 워낙 대형 MC여서 보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역할 분담이 워낙 잘 돼 있다. 원래의 포맷은 1MC 체제지만 한국에서는 이경규 신동엽 2MC 체제가 좋은 하모니를 이룬다.

이경규는 "2MC 체제는 50대 50은 아니다"면서 '러브스위치'는 가장 신동엽과 맞는 프로그램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경규는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본다고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볼 때 수만 가지를 보는 것 같다"면서 " '러브스위치'는 사석에서 해온 말들을 공론화한 것이다. 가끔 위험 수위에 도달할 때도 있지만 그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특성이고 매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러브스위치' 황의철 PD도 "자연스럽고 솔직하고 리얼한 방송이라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러브스위치'는 짝짓기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핫'(hot)하고, 트렌드를 잘 반영한 콘텐츠다. 그리고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의 특징을 잘 살려 지상파 콘텐츠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10~20대 시청자는 물론이고 40~50대 중년 남성과 아줌마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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