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근의 유쾌한 민란, 그것이 알고 싶다!

김은지 2010. 8. 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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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배우 문성근을 스쳐 지나갔다. 무시는 기본, 행여나 눈을 마주칠까 다른 곳을 보며 걸어가는 사람도 있고 손을 내젓는 사람도 있다. 연기경력 25년인 문성근이지만 그도 머쓱한 지, 현장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이게 이렇게 참 힘든 일이예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지나가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문성근입니다. 받아주시겠어요?”라며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野! 합쳐!’라는 제목의 제안서를 건넸다. 서 있기만 해도 절로 땀이 난 8월30일 저녁 6시30분, 서울 강남역 6번 출구에서 문씨는 ‘사서 고생’을 했다.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자며 ‘유쾌한 민란 100만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나흘째이다. 그가 거리에 나온 이유는 간명하다. “한나라당이 저렇게 엉망인데도 야권이 희망을 주지 않으니 국민이 기댈 곳이 없다. 2012년 정권 교체를 하려면 야권단일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뜻을 모아 각 정당에 압력을 넣겠다.” 정치권에서는 대답 없는 메아리 취급을 했다. 진보 진영 쪽에서도 돈키호테 행보로 읽었다. 그러나 문씨는 유쾌한 민란을 멈추지 않을 태세이다. 

ⓒ시사IN 조남진 문성근씨는 천명, 만명, 십만명, 백만명이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라는 ‘국민 명령’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문씨는 “가능하냐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하지도 말라”고 못을 박았다. 해보지도 않고 가능성을 운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벌써 많은 사람이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씨는 천명, 만명, 십만명, 백만명이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라는 ‘국민 명령’을 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31일 오후 3시 현재, ‘국민의 명령’ 홈페이지(www.powertothepeople.kr)에 9870명이 서명했다.  거리로 나선 문씨를 응원하기 위해 삼순이 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맹봉학씨, ‘진실을 알리는 시민(진알시)’ 회원도  함께 제안서를 나눠줬다. ‘준법 민란’을 시작한지 10여분, 먼저 그에게 다가와 “수고하세요, 파이팅!”이라고 인사하는 40대 남성이 있었다. 모처럼 문씨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는 같이 파이팅을 외치며 “됩니다. 되게 되어 있어요. 이 방법 밖에 없거든요”라며 제안서를 나눠줬다. ‘이럴 때 힘이 나겠다’라는 기자의 물음에 문씨는 “며칠째 거리에 나와 있다 보니 알아보고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제일 힘이 날 때는 ‘국민의 명령’에 가입했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다”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흐르자 먼저 제안서를 받아가거나 질문을 하는 시민도 늘었다. 한 시민은 “이념이 다른 정당이 어떻게 같이 할 수 있냐”라고 문씨에게 물었다. 즉석 토론이 벌어졌다. 문씨는 “현실정치에서 우파가 2/3 이상인데 자유주의와 좌파를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소선거구제에서는 그 어떤 진보적인 정책도 채택되기 어렵다. 같이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새 정당을 만들자는 거냐”라는 백준성씨(39·사업가)의 질문에는 문씨가 “지금에 있는 거대 당이 선생님의 이념에 안 맞지 않냐?”라고 되물었다. ‘50분 선전전 10분 휴식 스케줄’을 운용하는 문씨에게, 10분간 휴식 시간을 틈 타 기자도 궁금한 점을 물었다. 이런 구상을 언제부터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는 “6·2 지방선거를 보고 초안을 만들었지만 그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단 한 장의 필승카드’였다면, 2012년 대선에서는 야권단일정당이 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샛강과 장강이 흐른다며 차이를 강조했던 민주당과 진보정당 간의 간극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물음에 문씨는 “지금은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연합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답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말솜씨가 빼어난 그답게 논리도 정연했다. 

ⓒ시사IN 조남진

그러면서 문씨는 모든 야당에 쓴소리를 던졌다. “민주당 역사상 가장 비민주적인 당헌당규를 가지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완화된 경향이 있다고 좋아만 해서는 안 된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목숨 값이 반영된 결과를 손 놓고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국민참여당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얼마나 다르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사회가 진보적으로 움직이는 걸 막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각 당을 비판한 문씨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2012년 따로 할 이유를 찾는다면 수만 가지겠지만 같이 해야 할 이유 하나, 정권교체라고.  10분간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거리에 선 문씨에게 20대 시민이 사인을 요구했다. 이 시민은 “응원합니다. 하시는 일 꼭 잘 되길 바랍니다”라고 하자, 문씨는 “바라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이팅”을 외쳐주는 지지자에게 제안서 30여장을 맡기기도 했다.  ‘무보수 노가다’를 자청한 문씨의 원동력은 뭘까? 혹시 정치를 할 생각일까? 문씨는 “‘유쾌’를 콘셉트로 하는 이번 운동에서 처음부터 ‘아니다’라고 하면 재미가 없으니, 그 질문에 처음부터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난 자유인이다. 그 누구도 나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문씨의 ‘유쾌한 강남습격’은 저녁 9시가 되기 전에 끝났다. 10시까지 계속할 작정이었지만 준비해 온 제안서가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6000장을 나눠줬다는 문씨는 지지자와 함께 “유쾌하게 즐기자”라고 소리치며 선전전을 마무리했다.    9월8일부터 14일까지 베니스 영화제 참석으로 잠시 한국을 뜨는 문씨는 15일부터 다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행동에 돌입한다. 광주·부산 등 지방까지 돌며 민란의 불씨를 지필 예정이다. 

김은지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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