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총리 후보의 깜짝 놀랄 비리 의혹

2010. 8. 2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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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줌인]

도청 직원을 '가정부'로 부리고 뇌물 의혹 보도한 신문에 폐기 요청한 의혹 불거져…공사 구분 못하는 리더십, 김태호 총리 후보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8월24~25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깜짝 총리 후보'답게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그런데 자고 나면 의혹들이 엮여 나온다. 역설적이다. 의혹으로 실체를 파악하는 형국이다. 앞서 청와대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통해 소개한 실체가 있긴 하다. "따뜻하고 진솔한 리더십"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누구보다 잘 이해·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다. _편집자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던 6년 동안 도청사 내 식당 여직원(위탁업체 계약직) 등을 사택의 '가정부'(가사도우미)로 부린 사실이 확인됐다. 김 후보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한동안은 '입주 가사도우미' 형태였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이들의 업무는 밥하기, 빨래, 청소, 쓰레기 버리기 등이었다. 김 후보자는 재임 내내 관사 대신 자신의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 한겨레21 > 이 지난 8월17~19일 경남도청 공무원들을 다양하게 접촉해본 결과, 김 후보자의 지사 재임 기간에 모두 2명의 여성이 이 아파트에서 지사의 가사도우미 구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도청에서 직접 급여를 받았다. 최근치가 월 150만원 선이다.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실상의 일단이 잡힌다. 지난 8월18일 오후 3시께 그 가운데 한 여성을 경남도청사에서 만났다. 언론과의 첫 대면이다. 김 후보자가 퇴임한 지난 6월까지 2년 동안 지사의 가사도우미를 하다 도청 구내식당으로 복귀한 A씨다. "2년 동안 지사 사택에서 가사도우미를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밥하고 청소하고 그랬다. 다른 건 일절 모른다"고 말했다. "(이젠) 그만둔 상태다. 나보다 잘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라"며 당시 얘기 자체를 불편해했다.

"밥하고 청소했다… 다른 건 모른다"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지사 수행비서 최아무개씨의 지시로 도청 행정과에서 근무지를 조정해 '가사도우미'를 시작했다. 2008년 8월이다. 새 '근무지'는 김 후보자의 사택인 경남 창원시 용호동 ㄹ아파트였다.

구내식당은 도청 행정과 관할의 후생복지위가 운영한다. 한 직원은 "행정과에서 식당 직원 월급을 줬는데, 비정규직인 직원한테 윗사람이 가라고 하면 어떻게 안 가겠느냐"고 말했다. 행정과 실무자도 "(식당 직원이) 도지사의 사적인 일을 도우러 사택으로 출근했다"며 "(A씨가) 밥, 청소, 빨래 등을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아예 숙식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15년차 이상의 한 도청 직원은 "그쪽으로 출근한 게 아니라 숙식을 하며 뒷바라지를 한 입주 가정부 형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지사의 지시에 따라, A씨는 10여 명의 식당 노동자 가운데 '용모가 단정하고 집안일에 능숙한 자'라는 기준으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앞서 4년을 일한 다른 직원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증언의 수위가 조금씩 다르지만, 도청 월급을 받는 여성 직원이 김 후보자의 집에서 '가정부' 노릇을 했다는 건 예외 없이 일치한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설명만 다르다. 후보자 쪽은 지난 8월19일 보도자료를 내 "직원 A씨는 행정과 소속 일용직 공무원으로서 주업무는 도청 행정과의 일을 맡고 있다. 필요시 한 달에 한두 번 우편물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정도의 도움을 받은 적은 있으나, 가사를 전반적으로 도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의) 가족이 거창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용호동 소재 아파트는 후보자 혼자서 사용했으며,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 별도의 가사도우미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는 '배경'도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2004년 6월 도지사 후보 때부터 '호화 관사'를 시민 공간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도민의 지지를 샀다. 대신 행정부지사 관사를 수리해 입주키로 했다. 도는 7천만여원을 들였다. 그런데 돌연 6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지사가 거주할 60평형 안팎의 아파트를 물색한다. 경남 지역언론의 당시 보도 내용이다. 한 신문은 김 후보자가 관사 입주를 꺼린 이유로 "주택형 관사의 경우 가정부를 둬야 하는 등 부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자녀들이 활용할 방도 부족해 불편함이 예상된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듬달 아파트 구입 계획은 백지화한다. 김 후보자는 당시 "공관 아파트 3채 중 2채(26평형)를 매각해 그 대금으로 규모가 큰 아파트를 구입해 관사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공관 근무 요원이 필요 없고 관리·경비도 적게 소요돼 연간 2억원 정도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사실이다. 관리비용과 부대비용을 아꼈다. 매달 150만원짜리 도청 직원이 집안일을 도운 덕분이다. 청문회에선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조짐이다. 공사 구분이 전혀 되지 않는, 전근대적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사택에서 4년간 가사도우미 역할을 했던 다른 여성의 경우, (이후) 경남도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채 임용됐다는 제보를 받고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폐기 의혹 신문에 박연차 회장 2억 투자

< 한겨레21 > 이 다른 광역단체를 확인해본 결과, 도지사 관사의 가사도우미에게 도청이 월급을 주는 경우는 없다. 20세기엔 어땠을까. 1998년 임창열 당시 경기도지사의 부인을 전담 수행하던 경기도청 여성 공무원(여성정책국 소속)은 "파출부는 개인 비용으로 고용했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사람한테 가사일을 시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한 달에 몇 번 와서 청소해준 것으로, 극히 인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기갑 의원은 "경남도청 기능직 공무원(운전)인 ○○○씨는 6년간 관용차를 이용해 김태호 후보자의 부인인 신아무개씨의 운전 수행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며 "도청 위탁업체 직원과 공무원을 개인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부인(46)이 인사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보도하려는 지역신문에 압력을 행사해 해당 보도가 나간 신문을 모두 폐기시켰다는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8월19일 보도자료를 내 " < 조간경남 > 이 2006년 3월27일치 창간호에 '김태호 지사 인사 관련 뇌물수수' 의혹을 기사화해 6만 부를 찍었으나 돌연 전량 폐기하고 다른 기사로 교체·발행했다"고 밝혔다. 기사 요지는 앞선 2004년 도지사 보궐선거의 후보자였던 김 후보자의 아내가 경남도청 과장 출신의 강아무개씨로부터 거액을 받고 경남개발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실제 강씨는 사장이 됐다.

그즈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이 신문사에 2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로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돈을 건넸다는 이가 조사받지 않은 점 등으로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둘의 '접점'이 새로 추가된 셈이다.

이용섭 의원은 "사건 관련자들은 '신문 폐기'를 조건으로 김태호 후보자가 박 회장에게 요구해 2억원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자료는 "신문을 폐기한 날 신문사 사장과 해당 기자가 김태호 후보자와 식사를 했으며, 해당 기자와는 단둘이서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신문이 폐기된 사실은 두루 확인된다. < 경남도민일보 > 의 한 기자는 "당시 제보자가 인쇄됐지만 배포되지 않은 < 조간경남 > 창간호와 실제 배포된 창간호 두 개를 갖고 와 김태호 지사와 언론사 간에 뒷거래가 있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취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공들인 로봇랜드 사업은 표류 중?

김 후보자 쪽은 "너무 소설 같고 황당무계해서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이용섭 의원은 "기사를 썼던 이아무개씨와 임원 등 당시 신문사 간부 4명의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이 수사하면 녹취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두 사안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공직자로서의 엄격성을 검증할 핵심 쟁점들이다. 행정 능력은 어떨까?

< 한겨레21 > 취재 결과, 김태호 후보자가 특히 공을 들였던 사업 가운데 하나인 마산시 로봇랜드(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공회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울트라건설 컨소시엄의 재정 상태 탓이다. 당장 이 건설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일로부터 40일 안에 이뤄지는 실시협약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는 내년 착공, 여수엑스포 기간에 맞춘 2012년 일부 개장을 목표로 지난해까지 500억원(시설 등 투자 49억원, 토지 보상 45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이미 투자한 상태다. 국비도 포함돼 있다.

경남도청 실무자는 "(자금조달 계획 등 사전에 갖춰야 할)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기업이 협상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며 "도청 역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고, 단체장이 바뀌어 새 업무 분석을 하기 위해서라도 기간 연장이 필요해 현재는 (울트라건설 쪽과) 사전 미팅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본격적 협상 기간으로 5~6개월을 추가로 예상한다.

그사이 울트라건설 쪽은 대출약정 등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업계에선 △울트라건설 쪽이 2년 전부터 인수·합병(M & A) 시장에 나온 점 △대주주 변경 신청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점 △사채시장 등 제2금융권의 신용평가 등을 들어 자금 조달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엔터테이먼트 사업전문가로 로봇랜드 사업의 자문위원을 맡았던 한 인사는 "두 컨소시엄이 경쟁입찰에 지원했는데, 둘 다 결격 사유가 컸다는 얘기가 많다. 그럼 재공모를 해야지 한 사업자를 굳이 끌고 가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타당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남도청에 울트라건설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와 심사평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도청은 "규정상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울트라건설 쪽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월드콰이어 챔피언십'(세계합창대회)을 무리하게 유치했다 80억여원의 예산을 날린 전력이 있다.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거북선 원형을 찾겠다고 수십억원을 쏟아부었지만 거둔 실적은 없다.

청문회에서 다 검증하기에 숨차다

인사청문회는 사실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 2006년 말 3800만원이던 재산이 3년7개월 만에 3억7천만여원으로 급증한 배경 허위 재산신고 의혹 등을 추궁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해 보인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5년 내구연한(5년)이 지나지 않은 관용차(다이너스티 2002년식·3천cc)를 에쿠스 리무진(3500cc)으로 바꿔 호된 질책을 받았다. 보궐선거로 도지사에 당선된 지 1년도 안 된 때다. '젊은 지사'는 "업무의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도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고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청문회가 관용차 문제까지 살피기엔 '젊은 총리 후보자'의 의혹이 지나치게 많다.

창원=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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