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부산 야구의 컴플렉스 씻다
[JES 최민규]
2009년까지 프로야구에선 모두 12명의 40홈런 타자가 배출됐다.
롯데와 LG만 40홈런 타자를 보유하지 못한 팀이었다. 롯데는 과거 '투수 왕국' '포수 왕국' '소총부대'라는 이름은 얻었어도, 홈런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홈런 부문 최하위를 기록한 시즌만 12회. 1993년엔 29홈런으로 역대 최저 팀 홈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해 홈런왕 삼성 김성래의 28홈런보다 딱 하나 많았고, 그 중 두 개는 장내 홈런이었다.
홈런은 가장 남성적인 플레이다. 화끈한 한 방이다. 그 홈런이 많지 않았다. 화끈한 부산 팬들에게 웬지 모를 열등감으로 남았다. 사고뭉치 펠릭스 호세가 롯데 시절 압도적인 팬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가 홈런이었다.
호세는 1999·2001년 두 차례 36홈런을 기록했다. 그 외 30홈런 타자는 1999년 마해영(35개)과 2008년 카림 가르시아(30개) 뿐이었다. 2006년 이대호가 타격 3관왕에 오르고도 MVP에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뭐였을까. "홈런 수가 30개(26개)도 되지 않는다"였다.
올해 이대호는 구단 사상 가장 위대한 홈런 타자가 됐다. 동시에 부산야구의 '소총 컴플렉스'도 넘어섰다. 여기에 두 번째 타격왕에 도전하는 정교함마저 더했다. 한 구단 직원은 "롯데가 처음 보유하는 세계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국제 대회에서의 활약,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오 사다하루 회장도 탐을 내는 타격 실력으로 볼 때 이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이대호의 기량은 어디까지 솟아오를 수 있을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는 배리 본즈를 연상시키는 선수"라고 말한다. 본즈처럼 커리어 중반 이후 더 위대한 타자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말이다. 본즈가 개인 통산 처음으로 40홈런을 기록한 1993년 나이는 만 28세였다. 이대호의 올해 나이도 스물 여덟살이다.
부산=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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