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트위터 '곱잖은 시선' 만만찮네

입력 2010. 8. 15. 19:14 수정 2010. 8. 1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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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세요? 트위터 하세요?"

박용만 ㈜두산 회장이 최근 여행을 다녀온 뒤 느낌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자 뒤 따라 올라 온 댓글이다. 박 회장이 트위터에 소감을 올린 시간은 금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3시30분쯤. 직장인이라면 한창 바쁠 시간에 트위터를 하고 있다니 의아하다는 반응인 것이다.

트위터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이 각광을 받으면서 유명 기업인들이 속속 '트위터러(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을 진두지휘해야 할 CEO가 트위터에 빠져있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왜 트위터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하고, 사람들 만나느라 바빠 트위터를 할 시간이 없다. 트위터에 시간을 쏟는 CEO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CEO가 트위터에 접속하는 것은 '너무 한가하다'는 지적이다.

트위터에 쓸 수 있는 말은 140자 이내 짧은 문장이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접속을 하다보면 그만큼 트위터를 하기 위한 시간을 내야 한다. 트위터를 한다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에 매진함으로써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다보니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CEO 트위터러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트위터는 곧 소통'이라는 공식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대기업은 촘촘히 짜여진 조직이고 경영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CEO가 고객의 민원을 듣고 즉각 시정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기업의 변화는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때문에 "고객 지적에 따라 CEO가 직접 직원에게 지시해 고치도록 했다"는 식의 트위터 통신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밀히 말하자면 트위터를 통한 대화는 기업인과 고객의 소통이라기보다는 유명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소통에 가깝다.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박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모두 재벌 3세다. 그들은 대기업 CEO인 동시에 시시콜콜한 사생활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유명인사인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일은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아니라 말단 직원부터 임원까지 자신의 몫을 해내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CEO들의 트위터에 대한 관심도 그들이 유명인사이기 때문이지 기업의 일과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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