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마 출신 소이가 무슨 음악을 알겠어?"[인터뷰]

2010. 7. 2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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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의심했죠. '소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같이 음악을 할 친구를 찾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소이? 티티마 소이? 아이돌 출신이 무슨 음악을 알겠어?'라고 했으니까요."

2007년 5월, 2인조 어쿠스틱 밴드 라즈베리필드에서 기타를 치는 장준선은 그렇게 소이를 만났다. 당시 장준선은 유명 작곡가 회사에서 미디(Midi)를 다루는 프로그래머였고 장준선에게 소이를 소개시켜 준 것은 한국 밴드신의 대표주자 중 한 팀인 피아의 키보드 심지였다.

라즈베리 필드의 달콤쌉싸름한 음악

장준선의 소이에 대한 편견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고 굉장히 깊이 있게 알더라고요. 아이디어가 넘쳤고 그런 얘기를 함께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 곡도 들려주게 되고 그렇게 시작됐죠."

소이 역시 동갑내기 장준선이 음악적 파트너로서 잘 맞는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았죠. 준선이는 제가 갖지 못한 밝은 감성을 갖고 있어요. 함께 있으면 제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니까요. 싱글앨범에 수록된 '토요일 오후에'는 준선이의 느낌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죠. 반대로 제 정서는 다소 쓸쓸한 사랑 노래인 '3月(feat. 조규찬)'에 가까웠고요. 결과적으로 '달콤쌉싸름 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제 바람과 잘 맞았죠."

라즈베리필드는 대한민국의 모든 밴드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그리고 여느 신인 밴드와 마찬가지로 곡을 쓰고 홍대에 작은 클럽들을 전전하며 공연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자학에 가까운 노력

클럽에서만 활동하며 수익을 기대하고 앨범 제작비를 충당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소이가 다시 음악을 함에 있어서 과거의 이름값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년 간 클럽을 전전하며 따로 연기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자신들의 첫 앨범 제작비를 충당할 이유는 없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편견만 극복해야 하는 건 아니었어요. 저부터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제 이미지를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자학적으로, 극단적으로 저 스스로를 몰고 갔어요."

장준선도 같은 생각이었다. "쉽게 앨범을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이라는 친구가 앨범을 만들고자 할 때 소위 메이저 기획사들과 함께 한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그냥 뒀을까요? 그런 간섭이 어쩔 수 없다면 소이가 음악을 다시 할 이유가 없었겠죠." 라즈베리필드의 첫 앨범은 순수하게 두 사람의 노력과 자본, 주변인들의 자발적 봉사와 희생(?)으로 탄생했다.

라즈베리 필드의 성공은?

"저희 작은 카페에서 단독 공연도 해요. 앨범도 나왔으니 좀 더 공연도 많이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네요. 방송사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불러주시면 무조건 나가려고요."(웃음)

앨범제작비의 출처가 다를 뿐 음악자체에 인디와 메이저의 차이가 있을 리 없다. 소이는 "우리 음악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거든요. 스스로 소모된다는 느낌이 없다면 어떤 곳에서 노래를 불러도 좋다는 마음이죠. 도움 주신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갚아야 하기도 하고요."라며 웃었다.

장준선은 "현재의 음악시장의 시스템이 다양한 뮤지션에게 기회를 골고루 못주고 있다는 진부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위치에 있는 뮤지션이라도 스스로가 소위 메이저로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론을 찾는 건 필요하다고 봐요."라고 덧붙였다.

라즈베리 필드의 성공은 순위프로그램 차트 1위도, 수십억의 제작비를 쏟아 초대형 콘서트를 여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라즈베리 필드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주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는 것 뿐이다. 또 하나의 매력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의 첫 성공은 8월 7일 서울 동교동 카페 쏘울 언더그라운드에서 목격할 수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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