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스마트폰과 새것 콤플렉스

입력 2010. 7. 22. 16:58 수정 2010. 7. 2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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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스마트폰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연초 아이폰이 지핀 스마트폰 불씨가 갈수록 뜨겁다. 옵티머스Q, 갤럭시S, 베가 등 국산 전략폰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휴대폰 시장을 삼켜버릴 기세다.

서 너 명이 모인 술자리에선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앱 자랑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기업체 CEO들의 비서들 중엔 '높으신 분' 스마트폰에 앱 다운받아주는 일거리까지 떠안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바일 신세계가 눈앞에 활짝 열린 것 같다.

기자 역시 스마트폰이 우리들의 일상사를 상당 부분 바꿔놓을 것이란 주장엔 흔쾌히 동의한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바일 뉴스 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스마트폰 열풍을 마냥 좋게만 볼 수가 없다. '스마트폰'이란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듯 해서다. (참고로, 난 아직도 피처폰을 쓰고 있는 미개인이다.)

'미디어 모포시스'란 저술로 유명한 로저 피들러는 일찍이 '30년 법칙'을 제시한 적 있다. 30년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새로운 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실제로 미디어 학자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 과정을 S자형 곡선으로 나타낸다. 초기에 얼리어답터들 중심으로 완만하게 보급되다가, 어느 변곡점에 이르면 급속하게 확산된다는 것이다. 변곡점에 이르기까지는 다양한 기술적, 철학적 논쟁이 뒤따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 많은 기술들은 대중화에 실패하고 그냥 폐기된다.

요즘의 스마트폰 열풍을 보노라면 'S자형 곡선'의 중간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 철학적 성찰 과정이 생략된 채 곧바로 대중화 단계로 들어설 태세다.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다 보니 40대를 넘어선 세대들은 본의 아니게 '스마트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언론들이 조장한 면이 적지 않다. 새 것을 띄우려는 언론들의 속성이 강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철 LG U+ 부회장은 최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아이폰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안되는 것처럼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언론은 단말 전쟁을 부추길 게 아니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맞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의 주장에 100% 공감한다.

최근의 스마트폰 열기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엉뚱하게도 한국 근대문학 초기를 떠올리게 됐다. 잠깐 그 얘기를 해 보자.

한국 근대문학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는 현해탄이다. 일본 유학생들을 통한 서양 문물 수입의 경로가 됐던 것이 바로 현해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들여온 서양 문물은 수 백 년 동안 잠자고 있던 이 땅에 적잖은 바람을 몰고 왔다. 그리고 그 바람은 한국 문학과 문화에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새것 추종이란 부작용이 뒤따랐다. 작고한 문학 평론가 김현은 이런 현상을 두고 '새것 콤플렉스'라고 불렀다. 조급증에 빠진 당시 지식인들의 부박한 서양 문물 추종 현상을 꼬집은 말이었다.

최근의 스마트폰 바람에서도 은연 중에 '새것 콤플렉스'의 혐의를 느끼게 된다. 참 좋은 기술이고 제품인 건 맞지만, 지나치게 조급하게 몰아부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좀 더 진지하게 성찰을 해 봤으면 좋겠다. 언론도 그렇고, 사용자들도 그렇고. 휘항찬란한 신기술과 몇 번 쓰지도 않을 새로운 기능보다는, 사용자들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마트폰 열풍에서 '새것 콤플렉스'를 걷어내는 길이 아닐까?

/김익현 통신미디어 부장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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