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칼럼]이겼다고, 그래서?

신승환 가톨릭대 교수·철학 2010. 6.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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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민심이 승리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가 중요하며, 투표로 표출된 민심의 힘이 놀랍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금 그 말이 우습게만 느껴지는 까닭은 왜일까? 이번 선거로 민주주의가 진전하거나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 같은가. 이번 선거는 결코 민주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람다움을 위한 최소한의 목소리가 드러난 결과일 뿐이다. 이 정부의 퇴행과 폭주에 대해 차악밖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픈 현실이었다. 여전히 낮은 투표율은 이 시대의 역행을 막을 새로움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 다만 자신들의 욕망을 향해서만 움직이는 정치 때문이 아닌가.

선거에서 드러난 시민 요구 무시

그나마 선거에서 드러난 최소한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이런 시민의 요구는 억압되고 있다. 오히려 현란한 말로 화장한 욕망의 독주가 속도를 더하고 있다. 욕망의 정치는 결코 지지 않았다. 이 선거와 그 이후의 상황을 보면서 다시금 민주주의와 그 원리, 우리 사회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된다.

사적 욕망에 맞선 정치, 정의와 공동선, 보편적 인권에 대한 합의가 우리 시대의 정치 원리가 아닌가. 그 뒤에는 이성의 원리와 역사의 진보, 인간다움에 대한 동의가 자리한다.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우리 사회는 기득권을 지닌 소수 계층이 과도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사적 욕망에 빠진 이들이 대표성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선과 정의,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 정신을 무시하며,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권력의 독선과 재벌 그룹의 맹목적 이익 추구는 여전하며, 이런 독주체제에 머리 숙인 언론과 법은 현란한 말로 사람을 속이고 있다. 소수의 욕망과 자본의 논리가 과도하게 작동하여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원인이다.

교육은 사적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었으며, 학문과 대학은 전문 지식의 영역으로 축소되어 다만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거나 그 틈새를 메우는 여분으로 전락한다. 민주주의와 합리성의 원리는 물론 그에 대한 신뢰조차 무너지고 있다. 사람이 죽어가며, 생명이 부서지는 그 자리에 다만 자본과 성장 신화만이 날뛰고 있다. 모든 것을 사물화하는 문화, 삶 대신 죽음의 춤이 현란하게 날뛰는 시대가 되었다.

이 폭주를 넘어설 정치적 대안과 자본의 독주를 넘어설 문화, 사람을 위한 교육과 학문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작동하는 사물화의 논리를 비판하면서, 가야할 길과 인간성을 지켜내며, 깨지는 공동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생각과 변화 없이 전략적 사고나 정치공학적 접근만으로 이 난폭한 독주를 막을 수 없다.

지금은 전략보다 진정성 필요

지금은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이 필요한 때다. 이런 폭주와 싸우려면 그들이 지닌 패러다임과 그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 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죽어가는 생명과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담아 이루어내는 새로운 사유와 그를 위한 행동의 변화이다. 자유와 정의는 물론, 이러한 새로움도 투표만으로는 이룩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잘못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 굴종하고, 지켜야할 내적 가치와 규범을 포기한 사회는 사람의 세계가 아니다. 그 세계에서 오직 개인의 욕망을 극대화하려는 마음으로는 결코 새로움을 만들지 못한다. 우리의 욕망을 자본과 성장 신화에 함몰된 형태가 아니라, 삶과 존재를 위한 욕구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움과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때 끊임없이 이런 폭주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악은 죽지 않는다! 잘못된 세계는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들의 잘못 때문에 생겨난다.

지금은 한 번의 정치적 승리가 아니라 이러한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와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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