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건 넥슨 데브켓스튜디오 본부장 "게임은 책 쓰는 것과 같아"
김동건 넥슨 데브켓스튜디오 본부장은 이른바 `천재형` 개발자로 꼽힌다. 주전공인 그래픽 아트웍은 물론 코딩과 기획까지 1인 3역이 가능한 만능개발자 이기 때문이다. "골방에 감금하고 개발 장비와 컵라면 몇상자만 넣어주면 혼자서 게임 하나를 만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넘쳐나는 게임 시장에서 참신성을 인정받았으나 상업성 면에선 `메이플 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사내 다른 게임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마비노기'가 서비스 7년여만에 최고 매출 기록을 갱신하며 뒤늦게 상업성 면에서도 재조명 받고 있다.
"고교시절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며 디자인 적인 감각을 익혔지요. 여러 콘텐츠를 접하고 게임 많이 하다보니 기획도 직접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김 본부장은 학창 시절 이미 게임 영재로 꼽혔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러브콜을 통해 2000년 넥슨에 입사했다. 정상원, 서민 등 쟁쟁한 거장 들의 옆자리에 책상을 둔 당시의 그는 아무도 일을 지시하지 않아 한동안 면벽수행만 했었다고 한다.
"누가 일을 지시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서 하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스스로 아이템을 짜서 제출하고 인정받으면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지요."
그가 제작한 `마비노기'는 국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 유일하게 `리니지'의 그늘에서 벗어난 게임으로 꼽힌다. 반복되는 무한사냥이 주종인 다른 MMORPG와 다른, 차별화된 게임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허스키 익스프레스', `마비노기 영웅전' 등 후속작품을 만들면서 마니아 층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가장 존경하는 개발자로 이현기 이누카 인터랙티브 개발이사를 꼽은 그는 사내 개발자 중에선 정영석 개발 본부장을 `최고수'로 평가했다.
"대중적인 감각을 읽는 면에서 탁월합니다. 제가 갖지 못한 점을 갖고 있는 분이지요. 이승찬 본부장과는 또 다른 장점이 있는 분 같습니다."
그가 제작중인 `마비노기2'는 넥슨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자산이다. 때마침 넥슨은 이승찬 본부장의 복귀에 이어 인수합병을 통해 김태곤, 백승훈 등 걸출한 개발자가 합류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김 본부장은 "걸출한 개발자들이 합류하는 것은 회사로선 좋은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게임시장에 돈줄이 쏠리는 만큼, 그에게 창업을 권유하는 투자자들의 `유혹'도 적지 않으나 그는 순수 개발자 이외의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게임으로 크게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없습니다. 독립은 물론 분사도 원치 않습니다. 개발 이외의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요. 게임은 책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용자들도 나처럼 즐기기를 바라는 것이 개발자입니다. 앞으로도 이야기꾼의 역할에만 주력하고 싶습니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게이머들의 귀에 어떠한 재미를 들려줄지, 그와 넥슨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해갈지 관심이 쏠린다.
서정근기자 antilaw@<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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