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희.이보희.이미숙, 브라운관 쇼크

2010. 5. 1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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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스크린 섹시스타..드라마서 내공 분출(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장미희(52), 이보희(51), 이미숙(50).50대 초반의 비슷한 나이에, 1980년대 나란히 스크린을 주름잡았던 최고의 섹시 스타였던 이들 세 배우가 지금 안방극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의 연기는 가히 '쇼크'라고 할 정도로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20대 때는 빼어난 미모와 스타성으로 어필했던 이들 세 배우는 50대가 된 지금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기를 선보이며 브라운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침이 심한 연예계에서 오랜 세월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이들은 내공을 분출하며 원숙한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장미희 - SBS '인생은 아름다워' 조아라'인생은 아름다워'의 조아라는 재일교포 2세다. 재벌 아버지의 무남독녀로 기업의 상속녀지만 경영에는 전혀 뜻이 없는 인물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조아라는 이혼 후 심신의 안정을 찾을 겸 아버지의 사업체가 있는 제주도에 머물며 인생을 즐긴다.

장미희는 재일교포 여성 특유의 하이톤, 나긋나긋한 억양에 고생 없이 자라난 특권계층의 순수함을 기막히게 소화해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BS 2TV '엄마가 뿔났다'에서 도도하지만 귀여운 부잣집 사모님을 연기하며 김수현 작가와 연을 맺은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도 김 작가의 인도로 파격 변신을 선보이고 있다. '엄마가 뿔났다' 보다 한층 더 강화한 '장미희표 우아한 코믹 연기'는 유쾌함의 향연이다.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 '불새' '깊고 푸른 밤' '황진이' '적도의 꽃' '사의 찬미' 등의 작품을 통해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장미희의 엣지 있는 변신이다. 우아함은 여전히 한 손에 쥐고 있지만 푼수기 다분한 유쾌한 캐릭터를 더해 새롭게 태어난 것.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영섭 SBS CP는 "장미희 씨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비일상적인 인물인 조아라가 주는 재미와 맛을 너무나 잘 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CP는 "장미희 씨의 연기는 어찌 보면 주변 인물과 부조화를 이룰 수 있지만 약간의 부조화가 오히려 보는 맛을 키워주고 있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조아라의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해내고 있다"라며 "김수현 작가와 장미희 씨 모두 '엄마가 뿔났다'에 이어 서로의 호흡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보희 - KBS '수상한 삼형제' 계솔이'수상한 삼형제'의 계솔이는 사회적으로 하층민이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다. 그러나 남자관계는 복잡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여자다. 교양이나 예의도 없고 말도 참 거침없이 한다. 일단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알록달록 짙은 화장, 늘어진 충청도 사투리가 캐릭터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바보선언' '무릎과 무릎 사이' '어우동' '외인구단'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접시꽃 당신' 등의 작품에서 한 떨기 꽃 같은 청순함과 불 같은 섹시미를 넘나들었던 이보희로서는 그야말로 세상이 뒤집어지는 변신이다.

이보희는 '개소리'라는 뉘앙스를 지닌 계솔이 캐릭터를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서 솜씨 좋게 균형을 잡으며 맛깔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자칫 '밉상'이 되기 쉬운 캐릭터지만 그는 볼수록 정이 가는 인물로 그려내고 있다.

'수상한 삼형제'의 문보현 KBS CP는 "이보희 씨가 그간 우아한 역할만 해서 과연 계솔이 역이 가능할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분은 실제 성격도 우아하다"라며 "하지만 오랜 기간 그와 호흡을 맞춰온 내 입장에서는 변신의 폭이 넓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문 CP는 "본인도 처음에는 당혹스러워했지만 캐릭터가 이색적인 만큼 준비를 더욱 철저히 했다"라며 "덕분에 결과가 아주 만족스럽게 나왔다"고 라고 덧붙였다.

계솔이는 답답한 상황마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시원하게 속에 말을 토해내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캐릭터다.

문 CP는 "남들이 체면 때문에 못하는 얘기도 계솔이는 거침없이 해버리니, 그 말이 과격한 듯하면서도 결국엔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돼 시청자의 호감도도 아주 높다"라며 "한없이 우아하던 이보희 씨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는 연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숙 - KBS '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신데렐라 언니'에서 이미숙은 마치 1인 2역을 하는 것 같다. 그가 연기하는 송강숙은 생존본능으로 똘똘 뭉친 밑바닥 여성. 그래서 상황에 따라 돌변하며 살길을 찾는데 그런 송강숙을 이미숙은 감탄이 터져 나올 만큼 기막히게 연기해내고 있다.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악독한 계모지만, 남편이 죽기 전까지는 세상에 다시 없는 유순하고 부드러운 현모양처 행세를 한 송강숙은 조금 전까지 발톱을 드러내다가도, 분위기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천연덕스럽게 위선을 떤다. 그런 송강숙을 연기하는 이미숙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는 이 드라마의 젊은 스타들을 모두 압도한다.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뽕' '겨울 나그네' 등의 작품으로 젊은 시절 뭇 남성의 마음을 빼앗았던 그는 '신데렐라 언니'에서 남녀노소를 사로잡는 명불허전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신데렐라 언니'의 배경수 KBS CP는 "이미숙 씨의 연기는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배 CP는 "송강숙은 몸뚱아리 하나밖에 가진 것이 없는 여자로 모든 게 쉽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치열하고 악착같이 인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야누스적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이미숙 씨는 그런 캐릭터의 양면성을 빼어나게 소화하고 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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