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풀렸네..대리운전 웃돈 줘야 '콜' 응답

2010. 5.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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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고객 40만명…베테랑 기사는 월 500만원 벌어年 3조원 시장…사모펀드서 업체 M&A 나서기도

직장인 박창익씨(43)는 지난 11일 저녁 술자리를 마친 뒤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에서 "고객님 죄송합니다. 지금은 기사가 모자라 어쩔 수 없습니다"라는 대답이 들렸다. 그는 몇 군데 업체에서 같은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꿔 5000원을 더 준다고 했지만 기사는 오지 않았다. 결국 1만원을 더 주고서야 그는 운전기사를 만날 수 있었다.대리운전 요금은 요즘 '부르는 게 값'이다. 서울 종로에서 만난 대리운전자 김희열씨는 "수요가 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 밤에 대리기사를 부르기가 힘든 것은 기사들이 밀려드는 콜 사이에서 '골라타기'를 심하게 하는 탓"이라며 "우리도 조금 더 주는 사람한테 간다"고 말했다. ◆대리 없는 밤은 상상불가'대리'없는 대한민국의 밤은 이제 상상할 수 없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리운전 이용 고객은 전국적으로 하루 최대 40만명에 육박한다. KTX의 1일 이용객인 10만명을 훨씬 웃돈다. 불경기 때 된서리를 맞기도 하지만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요즘 대리를 부르는 콜은 급증하고 있다.대리운전의 시장규모는 업계 추산 연간 3조원에 달한다. 1위 업체인 코리아드라이와 2위인 세븐콜은 월 매출이 1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업이 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200억원대의 사모펀드와 개인투자자들이 굵직굵직한 대리운전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사모펀드는 세븐콜에 인수 러브콜을 보냈으나 거절당했다.대리운전 번호를 수억원에 사겠다는 개인들도 나오고 있다. 크고 작은 업체를 모두 합하면 전국적으로 7000개 대리운전 업체가 영업 중이다. 500만원만 투자하면 업체를 차릴 수 있는 등 시장진입 장벽은 거의 없다. ◆A급 기사는 월 500만원 벌어전국에 7만1000여명으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맹활약' 중이다. 이 중 A급 기사는 월 500만원까지 벌고 있다. 나머지는 170만~200만원 정도 벌어간다. 김호 한국대리운전협회 사무처장은 "자기가 하기 나름이지만 서비스 노하우에 따라 기사들이 가져가는 돈도 다르다"고 말했다. 서비스 요금은 대개 1만2000원이지만 영세한 경우 1만원 밑으로 저가공세를 펴기도 한다. 회사와 기사 간 배분 비율은 대개 20 대 80이다.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5 대 75인 곳도 있다.대리운전 기사는 외제차 운전은 꺼린다. 작은 흡집만 내도 한 달 수입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하기 때문이다.이 업계는 규칙이 없는 정글이다. 대리운전 업체의 수와 운전기사의 수,매출액 등의 규모는 국세청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관련 법규가 없어 통계조차도 없다. 업계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없는 셈이다. ◆무보험 대리운전 위험 수위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영세 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험가입도 안한 상태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김호 사무처장은 "기사 1인당 연 72만~80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현재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법규가 없어 무보험 대리운전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운전 기사의 자격이나 전과 유무를 제한할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도 이용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 ◆잠자는 법안지난 17~18대 국회까지 의원입법으로 6건의 대리운전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이들 법안은 업체의 설립기준과 보험가입 의무화,대리운전기사 자격의 검증과 재교육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들은'사단법인 한국대리운전협회' 등 협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임현우/이현일 기자 tardis@hankyung.com<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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