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를 전복한 비주류 '너바나'

2010. 5. 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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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126] 너바나의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1991년)

1992년 1월11일, 너바나의 메이저 데뷔작 <네버마인드>가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를 정상에서 밀어내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그건, 대중음악사의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공식적으로 분기시킨 작용이라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팝의 황제'와 자본 귀족의 지배를 끝장낸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혁명적' 상징이었다. 이에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지나 아널드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란 대체 누굴 가리키는가? 그리고 '우리'가 '그들'과 그토록 다른 점은 무엇인가?" 거기에 보태어 스스로 반문을 제기한 비평가 마이클 애저래드는 "메인스트림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10여년 전부터 성장해온" 언더그라운드와 인디펜던트와 아웃사이더의 저변이야말로 승리의 주체였다고 지칭했다. 너바나는 그와 같은 비주류 연대의 총아였다.

주지하다시피 너바나는, 비평가 짐 디로거티스의 말마따나, "펑크 록 앨범으로 사상 처음 차트 정상에 오른" <네버마인드>를 통해 "얼터너티브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이 신호탄이었다. 앨범의 첫 싱글로 차트 6위까지 오른 이 노래는 <네버마인드>를 미국에서만 1000만장, 전세계적으로는 2600만장 이상 팔려나가게 만든 원동력이었을 뿐만 아니라, 비주류로서 주류를 전복시킨 의외성, 평단의 찬사와 대중의 호응을 아우른 포괄성, 대중음악사의 흐름을 뒤바꾼 시대성에서 공히 1960년대의 반문화 절정기 이래 가장 두드러진 역사적 유의성을 획득한 혁명가요였다.

그렇게 '…틴 스피릿'은 세상을 다시 바꾸고 음악사를 새로 썼다. 록 음악은, 거칠게 말해서, 이후 현재까지도 이 노래가 남긴 영향력의 자장 안에 있다고 할 정도다. 그렇기에 음악전문 방송 '브이에이치1'은 이 노래를 "록 시대의 가장 뛰어난 노래"로 꼽았고, '엠티브이'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와 롤링 스톤스의 '새티스팩션'에 이어 "역사상 최고의 팝송" 3위에 올려놓았으며, '롤링 스톤'은 1990년대 작품으로 유일하게 "역사상 최고의 싱글 500선"의 톱10에 선정했던 것이다.

이로써 '세상을 바꾼 노래'의 연재를 일단락한다. 반역의 시대를 살아가며 하나의 노래가, 그리고 그런 노래에 대한 언급이 도대체 어떤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자문하며 작성한 원고들이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대중음악이 레코드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화하기 시작한 1920년대부터 지금 여기의 음악적 현상을 배태한 1990년대의 도입부까지를, 더러 고의로 배제한 노래가 있었고 간혹 실수로 누락한 노래도 있었지만, 일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나마 작은 의미를 찾을 뿐이다. 아무쪼록, 2년 8개월 동안이나 지면을 할애해준 <한겨레>에 감사드린다. 나로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연재를 지속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변변치 않은 글을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도 역시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언제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다면 여기로부터 21세기의 첫 10년을 결산하는 시점까지도 다뤄보겠다는 다짐으로 끝인사를 갈음한다. <끝>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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