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선거'방해'위원회.. 위원장 고발할 것"

2010. 5. 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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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주연 기자] [기사보강 : 6일 오후 10시 10분]< 사례 1 >참여연대는 '남한강 물소리 따라 걷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원행사의 일환이었다. 여주선관위는 '선거와 무관한 걷기 행사 개최는 무방하나, 4대강 사업에 반대하기 위한 행사 개최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가 되어 금지된다'며 참여연대 측에 경고공문을 발송했다.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은 낙동강 순례행사를 계획하고 있었다. 달성군 선관위는 해당 순례행사 등 '4대강 사업반대운동'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통보했다.

< 사례 2 >경희대 학생회가 '등록금 해결 위해 투표에 참여하자'는 홍보물을 만들었다. 배포 전에 동대문 선관위에 선거법에 저촉되는 지점이 있는지 물었다. 선거 관련 행위들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일들이 워낙 많아 그야말로 '혹시나' 하고 문의했는데 '역시나'였다. 안 된다는 것이다. 동대문 선관위는 "대학 총학생회는 공정선거 관련 행위를 직접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선거'를 독려하는 활동을 '선거관리위원회'가 막은 것. 경희대 학생회가 이른바 '운동권'이어서 문제가 되었다는 설이 학생들 사이에선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해할 수 없어 다시 중앙선관위에 문의했다. 이번엔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선관위가 앞장서서 사회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발언과 행동을 막아서고 있다. 위의 사례처럼 선거기간엔 답사·순례 행사도 불허된다. 워낙 불허되는 항목들이 많아 경희대 학생회 사례처럼 선관위 내에서도 허·불허가 갈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선관위는 4대강, 무상급식 등을 선거 쟁점이라 지칭하며 이와 관련된 시민단체, 정당, 종교단체 등의 찬성·반대 활동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 반대하는 이들에겐 매서운 선관위, 정부·여당엔 너그러워

4대강 사업 반대, 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에게 매서운 선관위가 유독 너그럽게 대하는 대상이 있다. 정부와 여당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김영숙 후보를 지지 후보로 선정하기로 대책회의를 연 것을 선관위가 파악했음에도, 조사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50명이 답사하는 건 어떻게 알아서 공문을 보내도 정부 여당이 하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며 선관위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6일 오후 2시 참여연대에서 열린 '선관위와 선거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안 국장은 선관위와 경찰이 유권자 캠페인을 탄압한 사례에 대해 발표했다. 상징적인 것만 추렸음에도 30건에 달했다. 더불어 선관위가 정부 여당의 관권선거 의혹을 묵인한 다섯 건의 사례도 발표했다.

6일 오후 2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선관위와 선거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연

사례를 이야기하며 선관위의 부당한 행위에 실소를 짓던 안 국장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선관위가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경고성 공문을 보내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다수의 참여단체들이 선관위의 맹공에 위축되어 운동을 포기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선관위의 경고 공문 발송이 잦아지자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도 등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누리꾼 '샤'는 "'4대강 사업 반대와 무상급식 실현 지지는 선거법 위반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그래서 투표를 합시다, 6월 2일' 이런 식으로 최대한 선거법 적용범위 내에서 표현하자는 아이디어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원장 고발할 것"

토론회에서는 소극적 대응 대신 적극적 반발을 주도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선희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사무처장은 "선관위가 공정선거를 위해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직권을 남용해서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며 "선관위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은 2010유권자연대,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등의 단체 주도로 다음 주 초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6일,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이 '선관위와 선거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선관위의 부당 개입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이주연

안진걸 국장 역시 "직권남용으로 선관위원장을 고발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선관위가 경고만 하고 고발은 한 건도 안 하고 있는데, 2000년에 선관위가 굉장히 빨리 고발 조치를 한 것과 대비"된다며 "고발하면 사법판단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길 자신이 없어서 고발을 못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경고장 발송에는 적극적이지만 고발에는 소극적인 선관위에 역으로 맞서 시민·사회단체가 선관위를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 위원들의 면면을 살피자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선희 사무처장은 "뉴라이트 계열 선관위원들이 위원회에 들어가서 선관위가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선관위 위원들이 어떤 성향인지 낱낱이 정보 공개해야 한다"며 "우리도 선관위를 위축시킬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장유식 변호사 역시 "선관위의 본질에 대해서 직접 나서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선관위 예산, 직원 등에 대한 국감 자료로 선관위 자체를 분석하여 선관위에 반대하는 전선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장 변호사는 "선거철에 선거 쟁점에 대해 토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선관위를 '관제선거관리위원회, 선거방해위원회, 선거개입위원회' 이렇게 이름 붙여도 될 듯하다"며 선관위의 행태를 비꼬았다.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종교계도 선관위에 우려 목소리

토론회가 끝난 후 못내 아쉬웠는지 참석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지중 국민주권운동본부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후보자들의 선거 운동을 돕기 위해 지방에 내려갈 계획"이라고 말하자 김선희 사무처장은 "지역에서 굉장히 반길 것"이라며 반색했다.

안 사무처장은 "오늘 진보연대로 4대강 범대위에서 공문이 왔다"며 "단체가 폐쇄될 각오로 열심히 운동하겠다는 결의를 밝히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집중적으로 결의를 다져서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의지를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종교계도 선관위의 과도한 개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독교 모임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은 6일 오후 7시 반 국가인권위 앞에서 '탄압받는 유권자운동을 위한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 기도회'를 열었다.

촛불을켜는그리스도인들은 "4대강, 무상급식에 대해 강제적 여론통제를 선언한 선관위는 정책선거를 논할 자격이 없다"며 "경찰의 선거개입 시도에 대한 선관위의 태도가 국민 신뢰 회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기도회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북풍 조장하는 MB 입 막는 것이 선관위 역할"종교계에서 이어지는 '선관위' 규탄 목소리

"친환경 무상급식 하자는데 선거법 저촉이 웬 말이냐, 선관위는 각성하라!""표현의 자유 가로막는 선관위는 각성하라!"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구호들이 이어졌다. 선관위를 규탄하는 집회에서 나온 구호로 들리지만 실은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이 꾸린 예배 현장에서 터져 나온 외침이다. 예배에 함께한 신도들은 "각성하라"를 따라 말하며 기도에 참여했다. 이른바 '외치는 기도'다.

6일 오후 7시 30분 인권위 앞에서 열린 예배는 선관위에게 "올바르게 행동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한 기도회였다. 선관위가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무상급식 추진 단체들에게 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경고장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를 드린 것이다. 예배에 참석한 최헌국 목사는 "앞으로도 이러한 행태를 반복하면 그 같은 선관위는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헌정 목사는 "남과 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북풍은 선거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며 "천안함 사건이 북한과 연관이 있다는 듯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그야말로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줄 발언"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북풍을 조장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을 막는 것이야 말로 선관위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배 참석자들은 큰 웃음으로 조 목사의 발언에 화답했다.

예배를 진행한 김종환 목사가 "추운 날씨가 국가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만큼 5월답지 않게 추운 날이었다. 인권위 앞 대로에 얇은 방석을 깔고 앉은 20여명의 예배 참석자들은 촛불에 손을 쬐며 몸을 녹였다. 몇몇은 갖고 있던 종이봉투를 무릎에 올려놓아 추위를 피했다.

예배에 참석한 유병주씨는 "기독교에 대해 안 좋은 생각들이 있었는데 사회적 이야기를 하는 예배를 보니까 이제껏 찾던 종교를 본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도자로 선 정은숙씨는 "관권 선거에 동원되며 일자리 보전을 위해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사람들이 인권위 위원들"이라며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관위는 선거'탄압'위원회"라고 선관위를 비판했다. 정씨는 기도 말미에 "이번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서 투표로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선관위는 선거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고 외쳤다.

예배 중간 중간에 '외치는 기도'가 이어졌다. 구호를 외치면 집시법 위반이라며 경찰 측에서 제동을 걸어와 꼭 '기도'라는 설명이 뒤따른 뒤 외치지만 사실상 '구호'다. 김종환 목사는 "구호도 기도의 일환"이라며 웃었다.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의 예배는 오늘로 53번째를 맞았다. 1년 전부터 매주 예배를 열고 있다. 김 목사는 "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있었던 목요 기도회의 전통을 잇는 것"이라며 "MB 정권 들어서면서 독재 시절만큼 나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자각이 있어서 예배를 부활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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