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행스님 "호스피스 활동이 곧 수행입니다"

입력 2010. 4. 22. 09:51 수정 2010. 4. 2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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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호스피스 활동은 불교에서는 하나의 수행입니다"능행스님(50)은 1996년 충북 청원에 정토마을을 세워 말기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보살펴온 불교계 최초의 호스피스 활동가다.

2007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등면에 마하보디교육원도 열어 불교식 호스피스교육, 웰빙-웰다잉 교육, 명상수행 등을 지도해온 스님이 지난 15년의 활동을 발판삼아 큰 목표를 세웠다.

현재 정토마을에는 호스피스 병상이 13개이지만 스님은 앞으로 울주군에 병상 70개 규모의 호스피스병원인 자제병원을 짓기로 하고 지난 18일부터 80억원에 달하는 병원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천일애(愛)행복기도운동'에 돌입했다.

기도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매일 3차례 3분씩 기도를 하고 108배를 하며, 매월 3만원씩 3년간, 또는 일시불로 108만원을 자제병원 건립기금으로 보시하기로 했다.

21일 만난 능행스님은 "우연한 기회에 호스피스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이제 호스피스 활동은 나의 수행이 됐고, 환자나 가족들에게 내가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얻는 것도 많다"고 소개했다.

"살면서 별다르게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없었지만 33살 때 처음으로 암환자를 보면서 마음 속에 고통이 일었습니다. 그분이 입원한 병원에서 수십명의 암환자를 보고 부처님이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하신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곳에서 지옥을 본 것입니다"

이후 스님은 3년에 걸쳐 소록도, 꽃동네 등 환자들이 많은 곳을 다니면서 "슬픔과 분노, 충격을 경험했고, 이 세상 사람들이 좀더 안락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능행스님이 현재 정토마을에서 하고 있는 호스피스 활동에는 간호사 4명과 의사 2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3-4년 전부터는 비구니 스님 10명 정도가 동참하고 있다.

능행스님은 "통증은 최대한 줄이되 의식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또렷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환자들은 자신들의 마지막을 동행해주는 스님들의 행동을 통해 불교의 자비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능행스님은 자제병원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호스피스 활동의 경험을 소개한 책 '이 순간'(한겨레출판 '휴' 펴냄)도 최근 출간했다.

스님은 책에서 생사(生死)가 둘이 아니라고 한 옛날 큰스님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호스피스 일을 할수록 생사가 둘이 아님을 절감한다고 썼다.

"죽어가는 사람을 보면, 오직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할 뿐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 임종 직전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눈을 맞추며 마음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온기를 나눴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그 순간, 오직 그 찰나에만 존재하는 삶이 아니겠는가. 그 순간이 모여 십년이 되고 오십년이 되고 팔십년이 된다…찰나 멸(滅), 찰나 생(生)사이에서 너와 내가 만났으니 이 얼마나 고귀한 인연인가" (64-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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