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완표│신입사원 홍완표입니다

위근우 2010. 4. 20.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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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전설의 신입생 혹은 폭풍의 전학생 분위기를 풍기는 신입사원의 등장이다. "이번 코펜하겐 기후협약이 동아시아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보시겠습니까"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심각하죠"라 대답해 입사에 성공하고, 역시 화장실에서 만난 면접관이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1초 단위로 요금을 못 매기는 경제학적 이유가 뭐냐"고 묻자 어눌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T는 되는데요"라는 대답을 남기는 '생각대로 T - 신입사원 편'의 신입사원 홍완표. 동기들 혹은 선배들에게 '쟤가 걔라며?'라는 수군거림을 들을 것 같은 이 흥미로운 캐릭터를 연기한 낯선 청년의 이름 역시 홍완표다.

"태어났던 것부터 얘기할까요?"

중학교 때 다리를 다쳐 농구부를 그만 둔 뒤, 미술 쪽으로 진로를 선회했다가 수능이 끝나는 날 술 먹고 팔을 다쳐 미술 역시 그만둔 과거를 말하다 불현듯 "이거 지금 인터뷰죠? 전 인터뷰면 노트북을 앞에 놓고 막 두드리며 질문하는 건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는 이 신인과의 대화가 마치 신입사원 면접처럼 느껴진 건 분명 광고에서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태어났던 것부터 얘기할까요?"라고 먼저 치고 들어오는 그에게서 광고에서보다 더한 무적의 신입사원 느낌이 난다는 사실이다. 사단 행정병 시절, 간부들이 미룬 일 때문에 잠도 못자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상황을 부대 종교 행사가 있는 성당에서 별 두 개를 단 사단장과의 독대를 통해 일거에 바꿨던 일화를 듣는다면 실제 면접관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사단장님은 밑에 병사들 사정을 모르잖아요. 그래서 우리 전투 체육도 없다, 건강은커녕 밤에 행정 업무만 해서 허여멀쑥한 게 무슨 군인이냐 이랬죠." 사람이 사람 만나 대화한 건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는 태평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광고 속 홍완표는 오히려 평범한 모범사원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처럼 권위에 쉽게 주눅 들지 않는 태도는 < 구니스 > 같은 어드벤처 영화가 좋아 연기를 최종 진로로 선택한 이후에도 그가 정말 원하는 방향을 잃지 않는 키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극단에서 같이 활동하던 선배가 술을 마시다가 상업 영화 연기는 별 거 아니라고 폄하하는 것을 봤어요. 더 있으면 거기에 젖어들 거 같아 떠났죠." 소속사도 에이전시도 없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만든 개인 홍보 브로슈어를 수많은 영화제작사와 광고사에 밀어 넣었지만 좋은 소식은 쉽게 오지 않았고, 확정됐던 영화 배역이 주연 배우의 소속사 신인으로 대체되는 것도 봐야 했다. "정말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나온 한국 영화 중에 프로필을 안 넣은 작품이 없을 거예요." 하지만 빛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비춰졌다. 비록 영화는 아니지만 광고 에이전시로부터 공중파에서 하루 내내 볼 수 있는 '생각대로 T - 신입사원 편' 광고 출연을 제의받았고, 연기의 대선배인 주진모와 함께 할 기회도 얻었다.

파고 또 파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신인

물론 그가 앞으로 경험해야 할 길고 긴 연기생활 안에서 이제야 광고 두 편으로 대중의 눈에 들어온 건, 기껏해야 서류 전형 1차 합격의 수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함께 연기한 주진모는 파트너라기보다는 친히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고 자신의 공연에 불러줘 황송한 존재고, 같은 미술학원 선배인 장훈 감독은 "네가 먼저 잘해서 내가 너를 찾게 만들라"고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건, 그가 긴 기다림 끝에 분명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을 통해 언젠가 대면할 대중과의 면접에서 흥미를 끌만한 " < 헤드윅 > 오디션 탈락에 분노해 친구들끼리 모여 < 쇼 헤드헤즈 > 를 홍대 무대에 올린" 경험 같은 다양한 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 끝이 합격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파고 또 파도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그와의 면접 같은 인터뷰는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글. 위근우 eight@사진. 이진혁 eleven@편집. 이지혜 seven@< ⓒ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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