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의 메아리 '매드체스터' 품다

2010. 3.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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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120] 프라이멀 스크림의 '로디드'(1990년)

개별 음악 장르에 특정 지명을 붙이는 것은 새로운 경향의 발상지로서 지역 음악계(local scene)의 역할과 성격을 반영한 결과다. 애팔래치안 포크나 머지비트처럼 지역의 상징적 자연지물에서 이름을 차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던 록과 노던 솔의 경우처럼 광역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것은 도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명명이다. 뉴올리언스 재즈부터, 시카고 블루스, 필리(필라델피아) 솔, 디트로이트 테크노, 브리스틀 사운드까지. 구체적인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맨체스터 사운드 혹은 매드체스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목할 점이 있다면, 매드체스터가 음악 자체의 독자성은 물론이고 하위문화의 전후 맥락을 연계하는 과도적 매개로서의 개연성에서도 유의성을 띤다는 점이다.

매드체스터는 영국 인디 록의 요람으로서 맨체스터 음악계가 발육시킨 전통의 필연적인 산물이었다. 버즈콕스가 설립한 영국 최초의 본격 인디 레이블 뉴 호르몬스를 필두로 1980년대 가장 중요한 구실을 인디 레이블 팩토리가 모두 이 도시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게다가 영국 최초의 인디 록 스타인 스미스와 영국 인디 역사상 최대의 성공작인 오아시스가 공히 맨체스터 출신이기도 하다. 영국 제2의 도시이자 잉글랜드 북부의 핵심이면서도 런던의 위세에 눌리고, 비틀스의 리버풀과 헤비메탈의 버밍엄에 뒤처져 있던 맨체스터가 영국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다가갈 수 있었던 배경에 펑크 록과 인디 레이블이 있었던 것이다.

펑크(Punk)와 펑크(Funk)를 결합한 매드체스터의 독특한 음악적 실험도, 미국 흑인음악에 강한 영향을 받은 노던 솔의 중심지로서, 맨체스터의 전유적 산출물이었다. 매드체스터의 영광이 불과 3년 만에 영락을 맛봤음에도 1990년대 전반의 영국 음악계가 그것의 자장 아래 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도 거기 있다. 펑크(Punk) 기타와 펑크(Funk) 리듬의 결속, 록과 춤의 결합, 라이브 클럽과 디스코텍의 통합을 통해 레이브 문화의 확산과 정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이다. 프라이멀 스크림의 '로디드'는 바로 그 진화의 증거다.

프라이멀 스크림이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매드체스터의 전국적 임팩트를 방증하는 것이다. 1987년 발표한 그들의 데뷔 앨범이 펑크 록 색채를 띠고 있었던 반면에 이 노래가, 댄스뮤직 전문지 <뮤직>으로부터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디 댄스 레코드"라는 찬사를 받은 데서 알 수 있다시피, 매드체스터의 그루브를 전향적으로 수용했다는 점도 그렇다. 더구나 '로디드'가 두번째 음반 수록곡인 '아임 루징 모어 댄 아일 에버 해브'의 골간을 재활용한 노래이며, 영화 <더 와일드 에인절스>(1966)에서 샘플링한 피터 폰다의 대사­"우리는 자유로워지고 싶어 /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유로워지고 싶어" ­를 인용해 대처 행정부 말기의 영국 젊은이들의 정서를 포착한 점도 마찬가지다. 음악지 <엔엠이>가 이 노래를 "(지난 50년의)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40장의 레코드" 가운데 하나로 꼽은 음악적, 사회적 근거다.

지역색이 창조적 영감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서 이 노래의 입지는 특별하다. 모든 것이 서울로 통하는 우리 현실에서 지역의 독자적 문화발전이란 언감생심이니까.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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