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후예들의 도발적인 변칙 음악

입력 2010. 2. 16. 20:50 수정 2010. 2. 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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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113] 소닉 유스의 <틴 에이지 라이엇>(1988년)

이른바 '노 웨이브'라 불렸던 1970년대 후반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동향은 구체적 작품이 아니라 인적 유대를 통해, 성취가 아니라 실패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대중음악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다. 명칭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노 웨이브는 뉴 웨이브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비평가 마이클 애저래드의 말마따나, "펑크의 단물을 뽑아내 뉴 웨이브라고 내뱉은 음악업계에 분노한 소수"가 공유하던 태도를 가리킨다. 반동적 음악자본에 대한 거부의 연대로서 노 웨이브는 로큰롤의 문법을 해체하는 극단적인 아방가르드를 추구했다. 물론 한계도 명백했다. 급진적인 실험이 대체로 그렇듯, 일관성을 결속하지 못하고 단명했던 것이다. (뒷날 유투의 작품들로 찬사를 받게 되는)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가 그와 관련한 최초의 편집앨범 <노 뉴욕>(1978)을 마침내 완성했을 때, 노 웨이브의 연대는 이미 해체에 이른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웨이브는 유의미한 시행착오였다. 1980년대 전반의 하드코어 펑크와 1990년대 초반의 얼터너티브 록을 연계하는 미싱링크, 소닉 유스를 배태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노 웨이브의 세례를 받고 태어나 현재까지도 건재한 그들은, 비평가 토비 크레스웰로부터 "얼터너티브 록의 대부"라는 헌사를 받은, 살아 있는 화석이다. 소닉 유스는 노 웨이브의 프리즘을 통해 로큰롤의 방법론을 투과하고자 했다. 미니멀리즘의 구조 안에서 전위적 소음과 독자적 음향을 실험했던 그들은 통산 여섯 번째 앨범인 <데이드림 네이션>을 통해 그 완성형을 제시했다. 로큰롤의 오래된 미래 혹은 새로운 과거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비평가 제스 하벨은 <데이드림 네이션>이 "아방가르드에 경사된 그들의 과거를 순수 로큰롤의 황홀한 마력으로 결합해낸 난장"이라고 평했고, 크리스 스미스는 그것을 통해 소닉 유스가 "대학가 라디오 방송에 노 웨이브 파급의 근거지를 세우고 다가올 얼터너티브 록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실을 했다고 썼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포토리얼리즘 회화를 사용한 표지에서부터 레드 제플린의 경우를 차용한 4개의 심벌까지, 팝 컬처의 레퍼런스로 가득한 이 앨범은 또한 소닉 유스 식 시대정신의 반영이기도 했다. 이란-콘트라 게이트 등의 정치 스캔들과 금융 위기 같은 국내정책 실패로 얼룩진 레이건의 두 번째 임기가 미국을 '백일몽의 제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그들은, 거기에 맞서 자신들의 백일몽을 풀어내는 것으로 당대 사회에 항의했다. '로큰롤을 대통령으로'(로큰롤 포 프레지던트)라는 워킹 타이틀 아래 완성된 수록곡 '틴 에이지 라이엇'이 그 상징이다.

'틴 에이지 라이엇'은 기성의 시대에 불화하는 청춘의 욕구가 만들어낸 한낮의 미몽이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언어의 파편들이 변칙 튜닝의 기이한 하모니와 펑크의 도발적인 리프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식의 인디 록 송가였던 것이다. 이 노래의 기대 이상 성공으로 소닉 유스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다. 상업적 타협이 아니었다. 음악작업의 전권을 보장받은 창조적 절충이었다. 마이클 애저래드는 그것이 인디 음악계에 "영향이 아니라 영감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너바나의 1990년대를 가능케 한 발상의 전환이었다는 것이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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