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고 붙이고..'샘플링 혁명' 기폭제

입력 2010. 2. 2. 18:00 수정 2010. 2.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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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112] 마스의 <펌프 업 더 볼륨>(1987년)

짧지만 거셌던 디스코의 열화는 현대적 댄스 음악의 실마리들을 잿더미 속에 남기고 산화했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가 그 육감적 뉘앙스를 주류 팝 사운드와 크로스오버하여 슈퍼스타덤에 등극했다면, 그 원초적 리듬감을 테크놀로지와 접목시켜 댄스 클럽 마룻바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주인공은 언더그라운드의 디제이들이었다. 요컨대, 뉴욕의 힙합, 시카고의 하우스, 디트로이트의 테크노는 그들 디제이를 매개로 탄생한 음악 창작의 새로운 방법론이었다. 특히 하우스와 테크노는, 음악적 주도권이 엠시로 급격히 이동한 힙합과 달리, 샘플링으로 기성 음악의 표본을 추출해 그것을 '자르고 붙이는'(컷 앤 페이스트) 기법을 발전시키면서 이른바 '디제이 레코드'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디제이 레코드의 붐에는 저렴한 하드웨어의 등장과 보급이 큰 몫을 했다. 비평가 사이먼 레이놀즈는 그것의 음악적 속성이 "래핑을 배제한 대신에 부조리한 사운드의 파편들을 우선하는 한편 템포에 민감히 대응하도록 만든, 브레이크 비트와 샘플의 콜라주"라고 정의했다. 그것은 곧 빌 브루스터와 프랭크 브로턴의 말마따나 "힙합을 사랑하지만 스크래치나 랩을 할 줄 몰랐던 이들도 이제 레코드를 만들 수 있다는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였다. 그것이 미국보다 영국에서 더욱 활발한 흐름으로 대두한 이유도 거기 있었다. 힙합 레이블이 1986년에야 처음 등장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영국은 힙합적 양식의 전통이 부재한 상황에서 하우스와 테크노를 동시에 수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스의 '펌프 업 더 볼륨'이 기폭제 구실을 했다.

마스(M/A/R/R/S)는 샘플링 기법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뮤지션들의 프로젝트 밴드였다. 컬러박스와 에이아르 케인이라는 기성 팀 멤버들이 참여했고, 그들 이름의 머리글자를 조합해 마스라 자칭했다. 애초 공동작업을 목표로 했던 그들은 견해차와 작업 방식의 상이함 때문에 화학적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게 되자, 개별 작업의 결과물을 물리적으로 결합시켜 절충에 합의했다. 그 결과 두 개의 트랙이 완성되었다. 그것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샘플링을 사용한 노래로는 영국 대중음악사상 최초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펌프 업…'이었다. 멤버들의 역할마저 '자르고 붙인' 과정부터가 샘플링의 본질과 맞닿아 있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성과물이었다.

'펌프 업…'은, 에릭 비 앤 라킴의 노래에서 가져온 타이틀 프레이즈를 비롯해 제임스 브라운의 솔과 퍼블릭 에너미의 랩은 물론이고 낡은 에스에프 영화의 대사까지, 30개 가까운 음원 샘플을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를 재구성해낸 음악적 콜라주의 결정판이었다. 더불어, 당대 힙합보다 격렬한 템포는 하우스의 폭발적 리듬과도 맞닿아 있었다. 현대미술의 '파운드 아트'(일상용품을 예술품 소재로 활용한 팝아트의 일종)처럼, 이 노래는 결코 새로울 게 없는 개별적 요소들을 하나의 유기적인 악곡으로 통합시켰다는 점에서 독창적이었다. 그래서 비평가 토비 크레스웰은 이 노래가 "샘플링 기법의 로제타 스톤"이라고 평했고, 더글러스 월크는 "이후 몇 년간 등장한 거의 모든 댄스 음악이 이 노래에 빚을 졌다"며 "최초의 의미심장한 하우스 뮤직 레코드"라는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중도와 통합에도 창의성은 필수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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