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패션 진화의 '뒷(?)'이야기 ③

✓Big Bang - stylist 지은

한국 아이돌 중 패션 아이콘으로 인정받은 빅뱅.인터뷰를 시작하며 이렇게 운을 떼자 빅뱅의 스타일리스트 지은은 얼굴이 잔뜩 빨개진 채 큰 소리로 웃었다. 빅뱅이 아이돌 신화를 일군 것이 벌써 몇 년째이건만 아직도 칭찬을 들으면 어색하다.

"YG는 회사라기보다 가족과도 같아서 그 안에 있다 보면 우리가 밖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가끔 어제 생방송에 입혀 내보낸 의상이 다음 날 동대문 시장에 깔리는 걸 볼 때나 '아, 빅뱅이 이만큼 영향력이 있구나' 싶을 뿐".

그녀는 빅뱅의 스타일리스이자 YG의 초기 멤버로 지누션, 원타임, YG 패밀리 등 이 사단에 속한 모든 뮤지션이 그녀의 손을 거쳤다. 연습생부터 시작한 빅뱅은 매일 보던 옷 잘 입는 큰누나와 아버지 같은 큰형, 음악 잘하는 둘째 형에게 온갖 영감을 흡수 받으며 자라난 셈이다.

타고난 아이돌처럼 보이는 지드래곤이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그루브를 가진 태양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잘' 자라게 한 성장 배경의 중요성이 새삼스럽다. 힙합과 관련된 마니아 적 패션이라면 눈과 귀가 그 누구보다 틔어 있고, 그들을 죽 지켜봐온 스타일리스트 지은이 빅뱅을 맡게 된 것은 서로에게 행운이었다.

패션이라면 죽고 못 사는 욕심을 가진 그녀에게 다섯 명의 다른 캐릭터를 완성시킨다는 건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신나는 실험의 연속이었으니까. "데뷔곡인 '거짓말'이 나오기 전 우리는 이미 뮤직 비디오를 10개나 찍어 놨다. 그 당시 배기팬츠부터 하이톱 스니커즈, 하이 패션부터 스트리트 패션까지 하고 싶은 아이템과 스타일링, 비주얼 작업을 다 실험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렇게 한 결과 다섯 명에 대한 스타일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라며 데뷔 전 치열하고도 재미있었던 준비 기간을 회상했다.

빅뱅에게 가장 필요했던 스타일링 노하우는 다섯 명을 얼마나 서로 다르게 또 각자의 캐릭터대로 잘 살려내느냐 였다. 같은 옷을 입혀놔도 왠지 스타일리시해 보이는 지드래곤, 어리고 개구진 성격이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가장 카리스마 있는 대성,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뮤지션의 느낌이 나는 태양, 포멀부터 캐주얼까지 마치 모델처럼 잘 소화해내는 탑, 그리고 흡수력 있는 캐릭터의 승리까지 각자의 성향에 비추어 다양성을 이끌어내느라 절충에 절충을 반복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훌륭한 스타일링의 가장 큰 관건은 당사자가 얼마나 그 패션을 마음에 들어 하느냐다. "본인이 입고 싶지 않을 때 어쩔 수 없이 풍기는 기운이 있는데, 예민한 사람들 눈에는 그게 다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빅뱅 멤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고 언제나 노력한다"

결국 진심으로 즐기는 패션이 진정한 패션이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매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언젠가 TV에서 우연히 코사크 햇을 쓰고 무대에서 그야말로 '뛰노는' 지드래곤을 보고, 순식간에 빅뱅에 호감을 품게 된 사건의 경위가 일거에 풀렸다.

그건 그들이 패션을 소화해내는 자연스럽고도 즐거운 애티튜드 때문이었던 것! 누군가가 득달같이 꾸며서 입혀 내보낸 것이 아닌, 춤과 노래와 손짓과 발짓 그 모든 것과 그냥 '하나'처럼 보일 수 있게 하는 그 마음 때문이었던 것이다.(기사제공: W Korea 최서연 기자 www.wkorea.com)

한경닷컴 bnt뉴스 패션팀 fashion@bntnews.co.kr> > 2편 보기> > 1편 보기▶ [아듀 2009 fashion] 2009 패션산업 10대 뉴스 ▶ [아듀 2009 fashion] 드라마 속에 '패셔니스타'가 있다?! ▶ [아듀 2009 fashion] 그냥 넘기기엔 눈물 나는 올해 '핫' 아이템 ▶ 송혜교 자는 모습 전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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