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전우치' 카메라 앞에서 원 없이 놀아봤다"[인터뷰①]

2009. 12. 30. 09: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외모 이면에 유쾌한 악동이미지를 발견했다."최동훈 감독은 <전우치>프로젝트를 떠올린 순간부터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그만큼 <전우치>는 강동원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영화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과 말투, 건들거리는 몸짓, 슬림한 몸과 긴 팔 다리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선보인 우아한 와이어 액션까지. 강동원은 자유롭고 솔직하다 못해 뻔뻔하기 그지없는 천방지축 악동히어로 '전우치'로 분해 러닝타임 내내 빛난다. 무엇보다 이명세 감독과 함께 한 영화 '형사'와 '엠M'이후 차기작으로 '전우치'를 선택하며 "카메라 앞에서 신나게 놀아보자. '전우치'로 그 끝을 보자'했던 강동원 스스로의 목표도 달성했다. 그렇게 '전우치'는 배우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작품들로 채워졌던 그의 필모그래피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전우치'에 참여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M' 촬영을 막 끝내고 났을 때였다. 한동안 어두운 작품을 주로 했던 터라 차기작으로 뭔가 신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전우치'를 제안 받았다. 최동훈 감독님을 만나 얘기를 들어 보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더라, 그래서 '나는 너무 좋다.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촬영 들어가기 전 고전 원작도 읽어봤나? 물론 영화야 고전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이상의 의미는 없었지만.

● 시나리오 나오기 전에 고전 소설을 두 권이나 샀다. 한 권은 진짜 고전을 샀고 또 다른 한 권은 그림이랑 같이 있는 것을 샀는데 두 장 인가 세 장 읽다 '이게 뭐야' 하면서 덮어버렸다. 전우치 책을 두 권이나 샀는데 딱 세 장인가 본 거지.(웃음) 근데 일단 제가 감독님께 설명 들은 거랑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그림도 내가 상상했던 거랑 너무 틀리고. 그래서 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 생각대로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지.

-전우치가 처음 등장하는 궁궐 몹신.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주인공 전우치는 바로 이런 애'라고 요점 정리해 주듯 캐릭터의 성격과 특징적인 성향을 콕 집어 보여 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 원래 전우치의 첫 등장신은 현대에서 헬멧 쓰고 경찰들과 싸우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위해 화이바 쓰고 액션도 다 찍었는데 편집과정에서 없어져 버렸다.(웃음) 그래서 말씀하신 궁궐 몹신이 전우치의 첫 등장신이 되었지. 전우치란 캐릭터의 핵심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일 뿐 아니라 대사나 연기의 리듬감도 매우 중요했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고 나니 나 역시 전우치란 캐릭터에 대해 감이 딱 오더라. 그렇게 캐릭터에 대한 감을 초반에 빨리 잡은 편이라 촬영하면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명확한 생각이 정리돼 있었지.

-하늘에서 옥황상제처럼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그 장면. CG인 줄 알았는데 아날로그로 직접 사람이 와이어를 타고 찍은 것이라고 해 놀랐다.

● 근데 그 장면에서 와이어는 제가 안탔다. 얼굴이 아예 안 보인다고 하셔서. 그 촬영 사실 되게 위험했다. 밑에 발판이 엄청 무거웠는데 거기에 와이어 줄을 매달고 공중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으니. 물론 제가 위험하든 대역하신 분들이 위험하든 위험한 건 마찬가지 인데 제가 다치면 촬영이 중단 돼 버리니까.

-동원씨 와이어 실력은 정두홍 무술감독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하던데. 덕분에 촬영하며 와이어 액션 난이도가 점점점 올라갔다고.(웃음)

● 제가 어려서부터 운동을 무척 좋아해 액션 연기도 즐기는 편인데 촬영 전 액션스쿨에서 처음 와이어 타는 연습을 할 때 몇 번 밖에 안탔는데도 정두홍 감독님이 그걸로 됐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연습 할 땐 이런 거 별로 필요 없다고 해 놓고 촬영 하면서 욕심이 생기시는지 높이도 점점 올라가고 난이도도 점점 높아지는 거다.(웃음) 가장 높은 고공신은 테헤란로에 있는 30층 높이 건물 옥상 난간에 서 있던 신. 그래도 그 장면은 발판이 있고 공중에 안 매달려 있어 좀 괜찮았는데 8층 높이 건물의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신은 거꾸로 매달려 촬영하니 정말 무서웠다.

-6층 높이의 박물관에서 고공 낙하하던 연기도 아찔해 보이던데.

● 정말 아찔했지.(웃음) 6층 정도 높이에서 밑에 에어 매트만 깔고 거의 자유 낙하 수준으로 20여 번 그냥 뛰어내린 거니까. 물론 줄은 매달았지만 전혀 안 잡아 주는 상황이여서 뛸 때마다 에어 매트에 그대로 퍽퍽 꽂혔지. 박물관이라 유리로 된 전시관이 사방에 자리해 더 위험하기도 했고. 게다가 엘리베이터도 있는데 정두홍 감독님이 6층 높이를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라고 하시는 거다. 그래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속으론 '왜 엘리베이터 두고 계단으로 가라하시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혼자 생각했었다. 그렇게 20여 번 계단으로 올라가고 뛰어내리니 진짜 힘들어서 더는 못 하겠더라.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하니 정두홍 감독님이 뛰어와 '어디가 힘드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6층 계단을 20여번, 거의 120층 높이를 계속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신 거지. 저나 함께 뛰어내린 선우선씨가 긴장하는 눈치기에 몇 번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긴장 풀라고 한 건데 20 여 번을 꼬박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갔으니.(웃음)

-헉. 왜 그럴 때 반항 한 번 안 해본 건가?(웃음) 어째든 선우선씨도 '전우치' 와이어 얘기하면 거품 물긴 하더라.(웃음)

● 그랬을 거다. 근데 제가 선우선씨 보다 30배는 더 탔으니까.(웃음)

-그래서 크랭크 업 하는 날 다들 살기 품고 최동훈 감독님께 달려들었다고 하던데.(웃음)

● 그랬었지. 감독님을 와이어에 매달려고 했는데 도망가시더라. 대신 김상호 선배님이 와이어 타고 싶다고 하셔서 크레인 저 끝까지 올렸지. 그리고 막 돌렸다. 선배님 본인도 크레인을 돌릴 거란 생각은 못 하고 타신 건데 정두홍 감독님이 장난치신다고 크레인 돌려 버리라고 하셔서. 그 때 상황, 정말 웃겼다.(웃음)

-그나저나 다들 보험은 들고 찍었던 거지.(웃음)

● 물론. 영화사에서 들어줬지.(웃음)

-근데 확실히 전우치 같은 캐릭터. 배우가 연기할 맛이 나는 캐릭터다.

● 맞다. 연기하는 맛이 있는 캐릭터지. 그동안 제가 좀 답답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지 않았나?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인물들이었지. 그래서 이젠 뭔가 좀 터뜨려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전우치를 만난 거다. 연기하면서도 정말 신이 났지. 감정 표현에 워낙 솔직한 인물이라 화낼 땐 화내고 투덜대고 싶으면 투덜대고 놀랄 땐 놀라고 그렇게 확확 바뀌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전우치는 잘난 척하기 좋아하고 자기명성에만 신경 쓰는 천방지축 악동 캐릭터이지만 일단 호감이다. 물론 그런 전제가 깔려야 이 영화가 힘을 받고 갈 수 있는 거긴 하지만.

● 그렇게 보셨다면 다행이다. 솔직히 그 부분을 정말 많이 걱정하며 신경 썼다. 제 마음가짐이 이번 작품처럼 그렇게 대놓고 상업 영화라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이니까. 때문에 캐릭터의 타당성이 떨어져 버리면 다른 영화보다 문제가 많을 것 같더라. 이전 작품들에선 캐릭터가 완전히 이해 안 돼는 모호한 면이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거지. 그래서 애가 뭘 해도 이해되게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랑 받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이 전우치에게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캐릭터에 나사가 좀 풀린 듯한 느낌을 일부로 넣은 것도 그 때문이고. 그게 더 매력적일 것 같아서. 원래 시나리오상에선 그런 멍청한 느낌이 없었다.

-동원씨의 전우치 연기도 좋았다. 'M' 때 동원씨 연기를 보며 뭔가 스스로를 가두던 틀 하나를 깨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전우치'에선 그 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고 할까? 전우치처럼 한바탕 잘 논 것 같은.

● 맞다. 'M'때 연기적으로 좀 더 자유로워진 면이 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전우치' 때는 그 보다 더 나아갔고. 그래서 '됐다. 이제 극복했다' 했는데 '의형제' 찍으며 다시 '어 아닌데' 한 거지.(웃음) 제가 무너지면 영화가 무너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이것도 못 하겠고 이거 하면 안 될 것 같고. 계속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미치겠더라. 그것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지.

-전우치 외에도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많다.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되게 재미있었을 것 같다.

● 정말 다들 너무 재미있게 찍었다. 전우치 외에도 다른 캐릭터들이 전부 다 살아 있는 게 너무 좋았지. 완성된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보니 모두들 표정이 살아 움직이더라. 근데 화담은 다른 캐릭터 대비, 좀 답답했을 거다.(웃음)

-유일하게 정상이었으니까.(웃음)

● 그렇지. 화담이 유일하게 정상이었다. 사실 화담이 제일 악당인데 유일하게 정상인 거지. 그 많은 캐릭터 중에 생각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화담 밖에 없었던 거다.(웃음)

-화담마저 나사 하나 풀리면 이 영화가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해 지니까. 화담 같은 캐릭터가 잘 자리 잡고 있어야 전우치도 마음껏 놀 수 있는 거고.(웃음)

● 맞다. 화담은 영화의 중심을 잡아 준 캐릭터다. 그래서 제가 '의형제' 때 많이 답답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제가 흔들리면 영화가 흔들릴 수 있는 캐릭터라 정말 죽겠더라.(웃음)

-그러고 보니 김윤석, 송강호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두 배우가 강동원을 공유한 사이가 됐다.(웃음)

● 우연치 않게 연속으로 그렇게 됐다. 사실 술 먹을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지. 이태원에서 김윤석 선배님이랑 술 마시고 있으면 송강호 선배님이 오시고 송강호 선배님이랑 술 마시고 있으면 김윤석 선배님이 오시는 그런 상황?(웃음)

-현장에서도 두 분이 그렇게 술을 자주 먹이셨다고 하던데.(웃음) 그러다 보니 동원씨가 술보다 담배를 가까이 하던 상황이 담배보다 술을 가까이 하는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 맞다. 사실 끊었던 담배를 'M' 때 다시 피워 실패했는데 요즘은 술이 더 많이 늘긴 했다. '전우치' 때도 그랬지만 '의형제' 때도 강호 선배님이 매일 부르시니 처음엔 좀 괴로웠다. 사실 좋긴 한데 몸이 힘드니까. 일주일에 6일에서7일 정도 계속 술을 마시는데 하루 정도는 더 쉬고 싶은 거지. 근데 나중 되니 내성이 생겨 오히려 심심한데 안 부르실까 걱정 되더라. 진짜 그렇게 되더라.(웃음)

-그렇게 길들여지는 거지.(웃음) 근데 주량은 쎈 편인가? 또 그렇게 배우, 스텝들과 어울려 자주 술자리 갖는 것, 촬영과정에서 도움이 될 때도 잇지 않나?

● 촬영 할 땐 독한 건 못 마신다. 주로 맥주를 하는데 하루에 7-8캔 정도. 그 정도 마시면 적당한 것 같다. 또 배우, 스텝들과 어울려 자주 술자리 갖는 것 도움이 될 때가 있지. 일단 상대 배우나 스텝들과 편해지니 연기하며 실수를 해도 '아이고 죄송해요'. '오늘은 잘 안 되네요' 이러면 되니까.(웃음) 무엇보다 서로 연기에 대한 얘기보단 작품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이런 얘기를 많이 하니 그게 참 좋았고.

-이번에 (임)수정씨가 농담처럼 '전우치' 촬영장의 꽃도 여배우가 아닌 동원씨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처음엔 살짝 당황했다고.(웃음)

● 친하긴 친했지. 남자 분들과도 친했고 여자 분들과도 친했다. 제가 제일 길게 찍은 작품이 6개월 반 찍은 '형사'였는데 '전우치'는 그 보다 긴 8개월 반을 찍었으니. 그렇게 긴 시간 함께 하다 보면 다들 친밀해 지는 거지.(웃음)

-친한 것도 친한 거지만 동원씨가 예쁨을 많이 받았다고 하던데. 배우가 직접 슬레이트도 치고 스텝들과 함께 비에 젖은 세트장 걸레질도 하고. 동원씨 덕분에 최동훈 감독님도 걸레를 들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다들 '강동원은 묘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며 호감을 표하던데.(웃음)

● (쑥스러운 듯)갑자기 비가 왔다 그쳤는데 바닥이 말라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근데 시간은 없고 일손은 딸리는 상황이라 걸레질을 거든 것뿐이었는데...

-어쨌든 촬영이 끝난 요즘도 선배님들이 종종 술자리에 불러내시나?

● 요즘도 선배님들과 계속 만나 술을 먹고 있는데 솔직히 술자리에서 연기얘기는 잘 안한다. 다들 연기는 '니 알아서 하는 거지' 이런 분위기지.(웃음) 물론 '니가 하는 게 맞다. 의심하지 말고 믿고 해라' 이런 조언은 해 주셨지만. 또 '연기가 경험에서 나오긴 개뿔, 죽어봐야 죽는 연기하나? 그냥 상상하고 하는 거지' 이런 얘기도 서로 했는데 이건 '전우치' 팀과 술 먹을 때 나온 얘기지. 저도 그 말엔 동감한다. 제가 미쳐봐야 미치는 연기를 하는 건 아니니까.(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은영 기자 helloey@mk.co.kr/사진=김성중 기자]

강동원 "'전우치' 카메라 앞에서 원 없이 놀아봤다"[인터뷰①]
강동원 "배우로서 욕심? 일단 내가 즐거운 게 최우선"[인터뷰②]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바일로 읽는 매일경제 '65+NATE/MagicN/Ez-I 버튼'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