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메탈 '푸대접 시대' 끝내다

입력 2009. 12. 8. 19:30 수정 2009. 12.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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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104] 콰이어트 라이엇의 '컴 온 필 더 노이즈'(1983년)

<빌보드>가 지금의 '닐슨 사운드 스캔' 집계 방식을 적용한 것은 1991년 3월26일치 차트부터다. 전산망으로 판매 기록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그 효과는 즉시 드러났다. 급격해진 순위 변동이 차트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예컨대 이전까지 연평균 10장 안팎에 불과했던 넘버원 앨범이 이후 20장 이상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음반 판매점에 대한 전화조사로 통계를 내던 예전 방식의 오류를 여실히 드러냈다. 조사 대상자의 편견, 조작 혹은 태만이 통계의 정확성에 영향을 미쳐왔다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의 객관적 척도라는 대표성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차트의 신뢰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근본적 이유다. 유명세는 반사이익을 동반했고, 무명/비주류/신인은 평가절하를 감수해야 했다. 비평가 척 클로스터먼에 따르면, 그 최대 피해자는 헤비메탈 밴드였다.

콰이어트 라이엇의 성공을 두드러진 이변 가운데 하나로 꼽는 이유가 거기 있다. 그들의 앨범 <메탈 헬스>는 1983년 11월26일 앨범 차트 정상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는 <빌보드>의 낡은 집계 방식이 야기한 '순위 디플레이션'이 극에 달한 시기였는데, 1983, 1984년을 통틀어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른 작품이 10장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단 3장의 앨범?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폴리스의 <싱크로니시티>, 프린스의 <퍼플 레인>이 전체 기간의 80%인 76주간을 점유했다. 그런 조건에서 사실상의 데뷔작(앞서 낸 앨범 두 장은 일본에서만 발매)을 발표한 무명인데다 비주류 헤비메탈 밴드가 차트를 정복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헤비메탈의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1970년대 하드록과 1980년대 헤비메탈 사이에 단층면을 형성함으로써, 당대 대중음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진앙으로 위치했던 것이다. 요컨대 <메탈 헬스>를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으로 평가하는 시각은 (이미 앨범 6장을 차트 정상에 올려놓았던) 레드 제플린의 표준을 배제한 것이다. 물론, 견해차가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콰이어트 라이엇이 헤비메탈의 음악적 경계 변화를 웅변한다는 사실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비평가 세라 파는 80년대 들어 헤비메탈의 장르 경계가 좁아졌고, 그 결과 "헤비메탈을 발명했다고 평가받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이 더 이상 장르 기준에 편안하게 들어맞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평했다. 비평가 디나 와인스타인 또한 "1983~84년 헤비메탈에 두 하위장르가 등장했다. 하나는 멜로디를 특화했고, 다른 하나는 리듬을 강조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진화한 사운드의 현재성과 멜로디를 강조한 대중성. 콰이어트 라이엇이 제시한 헤비메탈의 새로운 기준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컴 온…'은 <메탈 헬스>를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린 견인차였다. 영국 밴드 슬레이드의 1973년작을 커버한 이 노래는, 헤비메탈 싱글로는 이례적으로 차트 5위까지 올라, 앨범의 정수일 뿐만 아니라 시대의 이정표이자 장르의 송가로 자리매김했다. 머지않은 뒷날 본 조비와 모틀리 크루가 이룩한 80년대 헤비메탈 데카당스는 바로 이 노래의 성공에서 발화한 것이었다.

박은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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