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녘이면 장 보는 아주머니들로 '시장통'을 이루는 징메이 야시장은 해가 뉘엿뉘엿 지는 5시께가 되면 자연스럽게 야시장으로 변신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재래시장의 모습을 띤 탓에 첫 인상부터 일체의 어색함 없이 친숙하다. 약간은 복고적인 분위기도 풍기는데, 남대문 시장의 축소판 같다는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특히 비가 올 때면 징메이쩡지아는 밀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람들이 주문하는 메뉴는 미리 입이라도 맞춘 듯 하나같이 마요지탕(麻油?湯, 참기름과 닭고기를 푹 고아 맛을 낸 탕)과 요우판(油飯, 참기름· 간장· 버섯 등으로 쪄낸 찹쌀밥)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따끈한 국물의 마요지탕과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요우판을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요우판은 번쩍거리는 외형 때문에 자칫 느끼할 것이라고 오해를 사기도 하나, 착착 입에 감기는 그 맛을 느끼게 되면 누구라도 금세 광팬이 된다. 이외에도 파이구탕(排骨湯, 갈비탕), 차오미펀(炒米粉, 볶음면)등이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이 와중에도 불타는 학구열로 박사 학위를 위한 논문만을 남겨뒀다는 쩡 사장은 낮에는 자동차와 그 관련 부품을 일본, 한국 등지에서 수입해 러시아에 팔고 저녁에는 야시장 사장님으로 둔갑한다. 이런 인연 덕에 20번 이상 방문하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도 각별한 사람이다.
이 밖에 징메이야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25년 전통의 '징메이쯔쭈빙(景美自主?)'도 유명하다. 여기선 사장님이 얼음을 갈아 주시면 토란, 말린 망고, 푸딩, 고구마 등 20가지 재료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배합해 먹는다.
'야시장'이라 하면 으레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인파에 왁자지껄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징메이 야시장은 어느 곳보다도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이다. 보통 야시장보다 2~ 3시간 빠른 10시께부터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는 모습도 이채롭다. 편안한 마음으로 대만 야시장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징메이 야시장'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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