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교수 'e러닝'으로 국악한류 일으킨다
호주에는 별신굿의 리듬을 서양 재즈에 접목해 연주하는 푸른 눈의 드러머가 산다. 지난 8월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라는 호주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 영화는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우연히 동해안별신굿(무형문화재 제82호) 음반을 듣고 충격에 빠져 지난 2005년 한국에 들어와 별신굿 기능보유자인 김석출 선생을 찾아 사사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다.
그가 미국 정통 재즈를 버리고 별신굿 전수자가 되는 데는 김동원 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예술학과 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덕수 사물놀이에서 활약하던 김 교수는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 등과 함께 세계를 돌며 한국음악을 세계화하면서 '국악 한류'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바커는 김 교수를 통해 김석출 선생과 만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김 교수가 남태평양 건너로 날아간다. 18일 벽안의 별신굿 전수자를 다시 찾아 다시 호주로 떠난 것. 오는 22일 멜번에서 열리는 호주 월드뮤직엑스포에 강연자로 참가해 '컵을 통해 한국전통음악 이해하기'라는 독특한 강의를 펼칠 그는 강연 후 사이먼 바커의 공연장을 찾기로 했다.
"바커는 여전히 자신의 밴드와 함께 서양악기인 드럼으로 재즈를 연주하지만 별신굿의 리듬을 놀랍도록 교묘하게 반영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바커와 함께 음악 창작 활동을 하기로 하고 작품 구상을 함께 할 계획이다. 그는 바커를 통해 우리 전통음악 세계화의 시작을 보고 있었다.
김 교수는 세계에 전례가 없는, 온라인을 통한 전통음악 교육의 선구자다. 김덕수 사물놀이 시절부터 연구교육부장을 맡으며 관련 교재와 그림책을 만들던 그는 지난 2005년 원광디지털대에서 전통예술학과를 설립하면서 교육 시스템 구축 전반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구전심수(口傳心受)'(말로 전하고 마음으로 배운다)로 전해지는 전통예술을 이러닝(e-Learning)으로 가르친다는 발상 자체가 '발칙'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하며 커리큘럼과 동영상 교재 개발 작업에 몰두했다. 결과는 대성공.
온라인 동영상 강의로 장고 치기, 전통춤 등을 가르치기 시작하자 이 학과에는 학생들이 매년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몸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만학도들이 전통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모여들었다.
"예순에 입학하셔서 졸업해 배운 전통예술로 노인분들에 봉사하시는 분도 있고요, 암 투병을 하면서 병실에서 동영상 강의를 들어 졸업을 앞둔 40대 여학생도 있습니다. 몇 년전 큰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가 된 뒤 사물놀이에 빠져 우리 학과에 들어와 공부하며 장애우 복지시설에 봉사 공연을 다니는 40대 남학생도 있죠. 온라인 전통예술 교육만이 할 수 있는 기적이었습니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실험 중인 전통예술 이러닝을 전세계로 확대해나가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했다.
"태평양 건너에서도, 먼 추운나라에서도 컴퓨터만 있으면 우리 전통음악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이먼 바커 같은 친구가 늘어날수록 우리전통예술의 가치가 전세계인의 문화 속에 깊이 각인되겠지요."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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