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비' 벌주려다 횡재만 안기다

2009. 11. 17.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99]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머니 포 너싱>(1985년)

아이러니는 뮤직 비디오의 생래적 특성이다. 음악을 담은 영상인 동시에 영상에 담긴 음악이고, 역동적인 영상 작품인 만큼이나 효과적인 상품 광고이며, 난해하리만치 진보적일 수도 있고 짜증날 정도로 진부할 수도 있는 기이한 매체인 것이다. 그런 속성을 통해 뮤직 비디오는, 비평가 솔 오스털리츠의 말마따나, "아방가르드 영화와 텔레비전 광고 사이의 어디쯤"에서 대중음악의 작품성과 상품성 사이 역학 관계를 측정하는 저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뮤직 비디오를 비판하기 위해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 록그룹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방식과 그렇게 만들어져 뮤직 비디오의 혁신을 이룬 '머니 포 너싱'의 성과는, 그러므로 엠티브이 시대가 만들어낸 아이러니의 극치라고 볼 것이다.

영국 저널리스트 돈 왓슨은 뮤직 비디오가 선전하는 것은 비단 레코드뿐만이 아니라고 썼다. "팝 문화가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상업 광고에 이보다 근접했던 적은 없다." 선망과 질투의 대상으로서 스타라는 물신을 홍보하는 뮤직 비디오의 그런 이면을 '머니 포 너싱'은 전자상가 노동자의 일인칭 서술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건 일이라고 할 수도 없어 / 엠티브이에 나와서 기타나 튕기며 /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돈을 벌고 마음대로 여자들을 얻지." 반반한 얼굴 덕에 불로소득을 얻는 스타를 꼬집은 것이다. 그런 구절은 주인공의 '진짜 노동'과 그가 처리하는 '진짜 상품'을 다룬 후렴 부분에서 명백한 대조를 이룬다. "우린 전자레인지를 설치하고 주문제작 주방기구를 배달해야 해 / 우린 냉장고를 옮기고 컬러 티브이를 날라야 한다고."

노래의 직설적 메시지로 판단할 때, 애초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비디오를 제작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로 보인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뮤직 비디오라는 미디엄 자체를 믿지 않았던 그룹 리더 마크 노플러의 태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머니 포 너싱'의 성공은 그를 설득해 비디오를 만들게 한 연출가 스티브 배런의 역할에 상당한 빚을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배런은 '머니 포 너싱'의 클립에서 당시 첨단 기술인 3디(D)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뮤직 비디오의 기술적 수준을 격상시켰는데, 같은 해 선풍적 인기를 누린 아하의 '테이크 온 미' 비디오 또한 그의 작품이었다. 노래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언급된 엠티브이가 '머니 포 너싱'의 화제몰이에 조연 노릇을 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개국 방송 첫 곡으로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를 송출했던 채널답게, 엠티브이는 이 노래의 뮤직 비디오에 담긴 풍자를 도리어 홍보에 사용해 예의 상업적 감각을 발휘했던 것이다.

사실, '머니 포 너싱'은 그 자체로 훌륭한 노래이기도 하다. 특히, 노플러의 예리한 리프는, <롤링 스톤>이 "역사상 가장 뛰어난 기타 연주 100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정도로 돋보인다. 게다가, 얘기를 건네듯 읊조리는 그의 음성은 뮤지션 스팅의 백그라운드 보컬과 결합해 노랫말의 냉소를 강화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머니 포 너싱'은 대중문화사상 가장 아이러니한 두 가지 매개인 로큰롤과 뮤직 비디오를, 가장 완숙한 단계로 끌어올림으로써 각각의 근본을 성찰하도록 만든 당대의 화두로 남았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