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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락 접목 찬송가, 세계에 자랑합시다"

송고시간2009-11-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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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락 접목 찬송가, 세계에 자랑합시다"
향린교회서 '우리가락 예배' 콘퍼런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명동의 고층빌딩 숲 사이 낮은 곳에 자리잡은 향린교회. 9일 오후 향린교회는 예배가 없는 월요일인데도 흥겨운 찬송가 소리로 들썩들썩했다.

"'좋은 일이 있으리', 이 노래는 굿거리 장단입니다. 덩기덕 쿵더러러러~ 아시죠? 흥을 담아 불러봅시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부르는 자는/좋은 일이 있으리라 많이 있으리라~"

이날 향린교회가 자랑하는 국악 찬송가를 소개하기 위한 '우리가락 예배의 오늘과 내일' 콘퍼런스에서 향린교회 한동철 집사 등 교인들은 전국에서 모인 다른 교회 관계자들 앞에서 장구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한창 국악 찬송가를 들려주고 있었다.

"조금 어색하기도 하시죠?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지만 요즘은 이만한 찬송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교인 중에서 국악 찬송가가 없다면 우리 교회 안 나올 분들도 계실 겁니다."(웃음)

2003년부터 향린교회에서 시무하는 조헌정(56) 담임목사는 국악과 찬송가를 접목시킨 향린교회의 국악 찬송가를 국내 여러 교회에 전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린교회에서는 주일 예배에 사용하는 찬송가 8곡 중 6곡이 국악찬송가일 정도로 국악찬송가가 정착됐다.

25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그는 "2013년 WCC총회에서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서양과 똑같은 신앙고백과 예배순서, 찬송가 등 어느 하나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분명히 자신들만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도 서양팝송, 서양 것만 좋아하던 국악 문외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120년 역사가 됐지만 10년 전부터 교인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종교를 멀리해서는 아니죠. 천주교나 불교는 신자 수가 늘고 있으니까요. 우리 개신교가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와 영성에 연결되지 못한 것도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봐야 합니다."

향린교회의 국악찬송가는 조 목사의 전임인 홍근수 목사가 1993년 교회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교회개혁선언을 하면서 우리 고유의 예배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하기 시작할 때 첫선을 보였다.

16년이 흐르면서 현재 향린교회가 사용하는 '국악찬송가' 집에 수록된 국악찬송가는 230여곡에 달하고, 평신도들로 구성된 국악선교회 '예향'은 매주 예배 때마다 찬송가를 연주하고 국악찬송가를 가르치는 공개강좌를 진행하는 등 자리를 잡고 있다.

향린교회는 예배도 징소리 세 번으로 시작한다. 교회 건물 3층 대예배실에는 한국식으로 창호지를 만들고 창틀을 만든 전통 창문이 있고 소박한 간이의자가 놓여 있다.

개량 한복을 차려입은 조 목사는 "징소리를 듣고 나가버리는 교인도 더러 있었다"면서 "하지만 보통 교회에서 사용하는 '땡'하는 종소리는 서양교회에서는 없고, 일본이 신도(神道)의 신사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일제시대에 시작된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교회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사용하는 사도신경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신앙고백은 시대의 고민을 담아서 하는 것으로 미국의 장로교회에서도 10가지 이상의 신앙고백을 골고루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삼위일체 논쟁으로 고민하던 4세기에 만들어진 사도신경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

한국 기독교계의 대표적인 진보 인사인 조 목사는 요즘의 한국교회라면 "가난한 자들에 대해, 환경문제에 대해, 4대강에 대해 신앙고백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향린교회의 희년 신앙고백으로 만든 국악찬송가 '이 땅의 향기로운 이웃'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신앙고백"이라고 자부했다.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 하나님/지금도 우리를 만드시는 하나님/공동체로 우리를 부르시고/억압 속에서 자유를 꿈꾸게 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예수의 몸과 맘/ 이땅의 향기로운 이웃(하략)"

"우리가락 접목 찬송가, 세계에 자랑합시다" - 2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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