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브이가 만든 흥행법칙, 그 첫번째 신화

입력 2009. 9. 8. 19:00 수정 2009. 9. 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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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91] 올리비아 뉴튼존의 <피지컬>(1981년)

1981년 8월1일 대중음악의 역사는 다시 한 번 혁명적인 변화를 맞았다. 24시간 음악만을 방송하는 케이블 텔레비전 채널 '엠티브이'가 개국한 이날 이후, 대중음악 산업의 '게임의 규칙'은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 영상이 음악만큼 중요해지고 외모가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물론, 엠티브이가 뮤직비디오를 '발명'한 것은 아니었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1975) 클립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래, 뮤직비디오는 이미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음악 산업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뉴 웨이브 듀오 버글스가 라디오 시대의 향수와 비디오 시대의 우려를 담은 노래('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를 1979년에 벌써 발표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엠티브이 혁명의 본질은 실상, 뮤직비디오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한 데 있었다. 엠티브이가 개국 방송의 첫 곡으로 다름 아닌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를 송출했다는 사실은 그 방증이다. 노래의 인식적 배경을 역이용함으로써 시대가 바뀌었음을 기정사실화했던 것이다. 비디오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 측면에서 올리비아 뉴튼존의 '피지컬'은 엠티브이 시대의 본격적인 서막이었다. 뮤직비디오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거대한 성공을 가져온 최초의 사례였던 것이다.

'피지컬'의 비디오는 전신 윤곽을 드러낸 레오타드 차림의 뉴튼존이 피트니스 클럽을 누비는 영상으로 일관한다. 그의 빼어난 외모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럼에도 이 비디오가 섹시함이 아니라 코믹함을 강조했다는 점에 있다. 이는 무엇보다 노랫말 때문이었다. '피지컬'은 여성 화자가 섹스를 종용하는 내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 시도였던 것이다. 방송 금지 조치가 속출했고 그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했다. 더불어 올리비아 뉴튼존의 경력도 고려해야 했다. 1971년 데뷔한 이래 그는 '컨트리를 노래하는 이웃집 소녀'로 대중에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존 트래볼타와 함께 출연한 영화 <그리스>(1978)의 성공으로 변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뉴튼존의 청순함과 '피지컬'의 관능성 사이에는 여전히 현격한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응 전략으로서 '피지컬' 비디오의 신화가 탄생한 지점이다.

'피지컬'의 뮤직비디오는 섹스 텍스트로서의 육체를 운동 이미지로서의 육체로 치환함으로써, 내용의 자극을 희석시키고 뉴튼존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피지컬'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무려 10주 동안이나 지배함으로써 그 해 최대의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그래미상의 '올해의 비디오'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누렸다. 뉴튼존의 변신을 정당화시킨 것은 덤이었다. 비평가 스티븐 토머스 얼와인은 '피지컬'이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하나의 팝 문화 현상"이었다고 평한 바 있다. 이 노래가 불러일으킨 에어로빅 열풍과 워크아웃 비디오 제작 붐을 통해 당대 대중문화의 단편들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피지컬'은 80년대가 엠티브이와 키치의 시대가 되리라는 예언이었던 셈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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