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성리비는 신라 지증왕의 판결문"

2009. 9. 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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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시 교수 "비문 첫줄에 '只折盧' 보여"

(경주=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지난 5월 포항에서 발견된 고(古)신라 비석인 포항 중성리비가 학계와 일반에 공개됐다.

발견 직후 이 비석을 경주로 옮겨 분석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2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 비석 실물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한 데 이어, 3일 경주 보문단지 내 드림센터에서는 이 비석의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비석의 발견 경위 보고와 그 발견 지역인 포항 흥해의 역사 및 고고학적 고찰에 이어 중성리비가 신라 금석학에서 차지하는 위치(선석열.부산대)와 비문의 어문학적 검토(권인한.성균관대), 비문 내용과 건립연대(이우태.서울시립대), 비문의 서체와 고신라 문자생활(고광의.동북아역사재단)과 같은 개별 발표와 이에 대한 개별 및 종합토론이 있었다.

몇 글자가 깨져 없어지고, 다른 몇몇 글자가 판독에 논란을 빚은 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비문은 각 글자가 양호한 상태임에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어떤 발표자나 토론자도 자신있는 답을 내 놓지 못했다.

발표자 중 한 명인 이우태 교수는 "이런 의미로 생각했다가 돌아서면 다른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 말로 해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이 중성리비가 지금의 포항 흥해 지역에서 당시에 발생한 모종의 소송에 대해 신라 조정이 관여해, 그것을 결정한 판결문을 새겼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과연 이 비가 정확히 언제 건립되었으며, 소송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다.

건립 시기에 대해 비문 첫 줄 맨 앞에 '신사'(辛巳)라는 간지가 보이고, 그 내용이 20년 전에 같은 흥해에서 발견됐으며 503년(지증왕 4년)에 건립됐다고 추정되는 영일 냉수리비와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 '신사년'이라는 해가 지증왕 때인 501년 혹은 그 이전이라는 데도 이견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몇몇 발표자와 토론자는 신사년이 501년(지증왕 2년)일 것이며, 비문 첫줄 중간 이하에 보이는 글자를 지증왕을 지칭하는 이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예컨대 선석렬 박사와 이우태 교수는 첫줄에 보이는 '○折盧'(○는 불확실한 글자)의 '折盧'(절로)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보이는 지증왕의 다른 이름 표기들인 '지철로'(智哲老)나 '지대로'(智大路), 혹은 '지도로'(智度路)의 '철로'나 '대로' 혹은 '도로'와 같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이 가능성을 제기한 것과는 달리 이성시 교수는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折盧'의 불완전한 첫 글자를 '只'라고 보면서, 결국 '只折盧'(지절로)는 지증왕의 다른 이름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재판 소송의 대상으로 비문에 보이는 '宮'(궁)이라는 글자를 고대 일본에서 흔히 보이는 '미야케'('宮'이라고는 말로 자주 표기)와 같은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결국 비문에서 말하는 '宮'은 경주에 기반을 둔 진골 유력 귀족의 식읍(食邑)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냉수리비에서는 '교(敎)', 즉, 판결 내용(결정 사항)을 내린 주체가 갈문왕을 비롯한 고위급 관리가 7명인 데 비해, 이 중성리 비문에서는 그 주체로 중간급 관위(官位)인 아간지(阿干支.6등) 2명만 등장하는 현상을 비교하면서, 이우태 교수는 "냉수리비문이 대법원 전원재판 판결(문)인 데 비해, 중성리비문은 대법원 단독심리 판결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취재:이승형 기자(대구경북취재본부),편집:하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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