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양손 태핑' 헤비메탈 구원하다

입력 2009. 8. 11. 18:50 수정 2009. 8. 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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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상을 바꾼 노래 87] 밴 헤일런의 '이럽션'(1978)

펑크 무브먼트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음악계 전체의 흐름을 뒤바꿔놓았다. 그러나 혁명이 급진적이었던 만큼 반성과 반동의 역풍도 거셌다. 내부적으로는 펑크 무브먼트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세포분열이 왕성한 진행을 보였는데, 이미 1978년쯤에 그 이념과 태도와 양식에 따라 포스트 펑크, 뉴 웨이브, 노 웨이브 등으로 흐름이 분기한 상태였다. 더욱 주목할 것은 외부적 요인이었다. 메시지보다 사운드를 선호하는 기성 록 지지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음악업계의 위기의식 또한 상승하고 있었던 것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헤비메탈의 부활은 그러한 분위기가 산출해낸 반작용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헤비메탈 계열 역시 자극이 필요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보내면서 자아도취와 매너리즘으로 침체를 자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일군의 젊은 영국 밴드들이 이른바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시 헤비메탈'을 기치로 등장한 배경도 거기에 있었다. 새로운 스타가 절실했다. 다만, 헤비메탈의 구원자가 캘리포니아의 조그마한 교육도시 패서디나에서 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태생의 형제 알렉스와 에드워드를 주축으로 하는 밴드 밴 헤일런이었다.

밴 헤일런의 데뷔는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밴 헤일런의 연주 때문이었다. 양손 태핑 혹은 라이트 핸드 주법이라 일컬어지는 그의 주특기는 왼손으로 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그것을 지판 위에 직접 때려 누르는 생경한 방식이었다. 왼손으로 코드를 짚고 오른손으로 그것을 퉁기는 연주의 기본 원리를 뒤엎은, 기타와 피아노의 하이브리드처럼 보이는 그의 연주는 일렉트릭 기타의 사운드와 이미지를 동시에 바꿔놓은 혁신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양손 태핑을 구사한 연주자들은 있었다. 그러나 밴 헤일런만큼 빠르고 격렬하게 프레이즈를 펼쳐낸 이는 없었다. 그래서 <기타 월드>지는 그를 무대 위의 존재감만으로 모든 연주자를 주눅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지미 헨드릭스 이래 최초이자 최후의 기타리스트"라고 평가했다. 한 곡만으로도 충분하다고도 했다. 밴 헤일런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1분 42초짜리 연주곡 '이럽션'이 그것이다.

헤비메탈의 날카로움과 바흐 선율의 우아함을 낯설고 현란한 테크닉으로 결합해낸 '이럽션'은 제목 그대로 "용암을 분출하는" 활화산 같은 연주였다. 비평가 피트 브라운과 에이치피 뉴퀴스트는 그것이 "심장마비 환자를 재생시킨 전기충격"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밴 헤일런의 등장을 통해 당대가 "(일렉트릭) 기타의 황금시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드워드 밴 헤일런의 기타 혁명은 전방위적인 것이었다. 요컨대 그는 '브라운 사운드'라 불리는, 에릭 클랩턴의 '우먼 톤'과 함께 일렉트릭 기타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음색을 창조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신이 연주할 기타를 스스로 제작(사진)함으로써 그런 독자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데, 그의 '프랑켄스트랫'은 브라이언 메이(퀸)의 '레드 스페셜'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자작 악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디아이와이' 에토스가 펑크의 전유가 아님을 입증한 사례였다. 전대의 기타 영웅들인 척 배리와 지미 헨드릭스도 그랬다. 따지고 보면 로큰롤은 언제나 그랬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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