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효정 "내가 장숙자가 아니라 부끄럽다"

입력 2009. 7. 28. 10:54 수정 2009. 7. 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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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극 '찬란한 유산'에서 카리스마 있는 할머니인 장숙자 여사를 연기해 호평을 받은 반효정(67) 씨는 "내가 장숙자가 아니라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숙자 여사는 극중 19세 때 유복자를 가진 채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어린 과부가 된 후 갖은 고생 끝에 수백여개의 가맹점을 가진 설렁탕 전문업체 '진성식품'을 일궈내고 피 한방울 나누지 않은 은성(한효주)에게 상속권을 주겠다고 유언장을 작성하고 종업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등 인간 중심적인 경영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다.

반효정 씨는 27일 경기도 부천 모식당에서 가진 이 드라마 종방연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 운영에 합당하지 않아도 자기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장숙자는 너무 존경할만한 사람이다"면서 "실제 나는 그보다 못하다. 한데 사람들이 나를 존경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반효정 씨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트에서 만나도 '장숙자 여사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나를 장숙자 여사로 보는 게 부끄러웠다. 나는 수오지심을 아는 사람이다"고 덧붙였다.반효정 씨는 "그동안 많은 드라마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끝나고 나면 나(의 실제)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며 한 6개월 간은 위로하며 살았는데 이번 배역은 충격이었다. 그러는 너는? 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면서 "그래서 인터뷰도 안하고 피해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반효정 씨는 "이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다. 마치 내가 가진 재산을 떼놓아야 하고, 적금을 털어 내놓아야 할 것 같고, 정말 괴롭다"고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장숙자 여사 캐릭터와 이번 드라마에 대한 소감을 묻자 반효정 씨는 "혼탁한 현실에 확실한 가치관을 지닌 바람직한 장숙자가 있어 행복했다.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데 존경을 넘어 너무 감동받았다"면서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하기도 했다. 평생에 보기 힘든 감동스러운 작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얼핏보면 청춘드라마 같지만 이 시대 기업관과 윤리관을 심어준 드라마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 효정 씨는 "처음에는 그냥 할머니다. 오프닝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정도로 알고 배역을 수락했는데 진행되면서 내가 주인공이었다"면서 "점점 중압감으로 다가오면서 40년 연기에서 정말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숙자 여사가 피 한방울 안 섞인 은성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상황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4회 내내 한효주와의 연기에 신경을 쓴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반 효정 씨는 "TV 드라마를 통해 조금씩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것을 느낀다. 좋은 캐릭터를 맡으면 닮으려고 하고 반성도 한다. 이 나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화려하게 보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배우란 내가 살고 있는 만큼의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개인보다는 작품으로서 보여주길 원한다. 장숙자는 너무 근사한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TV에서 노인네들이 실수하면 막 웃는 식은 싫다. 좀 근사한 노인을 그렸으면 한다"는 생각도 전했다.

반 효정 씨는 "시청률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드라마는 아닌데 이번 드라마는 시청률과 드라마의 내용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 작가의 대단한 힘을 느꼈다. 대본은 일주일이 몸살이 날 정도로 기다리게 했다. 라스트도 잘 만들어줘 고맙다"면서 "마지막회 이승기와 연기하는 한효주가 너무 부러웠다. 이런 감정이 있으면 아직 연기를 더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우는 24시간 공개된 생활을 한다. 완전히 벗고 있는 기분이다.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내가 운전하고 다닌다"면서 "평소에는 멍청하게 있는 걸 즐긴다. 많은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반효정 씨는 "사람들이 반효정 하면 까칠하고 잘난 체 한다는 이미지를 연상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연기자로서는 행운이다. KBS 전원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에서 내가 맡은 한길선이 장맛을 지켜온 종갓집 노종부로 대를 잇듯, 앞으로도 내 역할을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전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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