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이 '촛불산책'을 하는 까닭

2009. 6. 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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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환 기자]8일 저녁 7시 덕수궁 대한문앞.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강압통치 중단을 촉구하며 지난 4일부터 닷새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여전히 농성 천막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단식농성에 들어간 첫날에 비해 수척해 보이긴 했지만 표정은 밝았다.

"아직은 견딜만해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이 의원이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지나가던 시민들의 인사에 일일이 허리를 굽히며 답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 의원이 머물고 있는 천막 안까지 들어와 악수를 건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민들이 이 의원에게 건넨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힘내세요. 의원님 덕분에 이 나라가 발전합니다.""몸이 안 좋아 보이세요.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이 의원은 시민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힘 없어 보이는 고갯짓이었지만 시민들을 향한 고마움이 묻어있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8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촛불산책'을 하고 있다.

ⓒ 김환

서울광장에서의 '촛불산책'...시민들 "잡혀가는 거 아닌가"라고 묻기도

이정희 의원은 지난 7일 < 오마이뉴스 > 에 기고한 글(☞바로가기 민주주의 산책, 저하고 함께 하실래요?)을 통해 매일 저녁 7시마다 서울광장에서 '촛불산책'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이 의원은 이날도 어김없이 시민들을 포함한 일행 10여 명과 함께 손에 촛불을 들고 산책을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구호도 없었고, 피켓도 없었다. 오직 한손에 쥐어진 촛불 뿐이었다. 이들은 타고 있는 불꽃을 바라보며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다. 몇몇 경찰들은 이들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촛불산책'을 주시했지만 별다른 제지는 하지 않았다.

서울광장에 있던 시민들도 '촛불산책'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대다수 시민들은 "서울광장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편하게 쉴 수도 있고 촛불을 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촛불을 들면 경찰이 잡아간다'고 생각하는 일부 시민들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직장인 박아무개(32)씨는 기자에게 "서울광장에서 촛불을 들면 경찰에게 잡혀가는 걸로 아는데 진짜 그런가" 라고 묻기도 했다.

"서울광장은 우리 것... 아직도 투명 차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이 의원은 '촛불산책'이 서울광장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서울광장에서 차벽이 없어진 그날(4일), 화물연대 노동자들 몇 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들어갔다가 또다시 쫓겨났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직까지도 투명 차벽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민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서울광장은 시민의 공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한 가장 작은 실천이 바로 '촛불산책'입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강압통치 중단을 촉구하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지난 4일부터 닷새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김환

이 의원은 6.10 범국민대회와 관련해서도 "서울광장에 모여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10 범국민대회는 서울광장에 모여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기초를 다져가는 첫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찰은 불허 방침을 내렸습니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는 '모이지도 말고 말도 하지 마라'고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행동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습니다. 서울광장을 뚫어야 합니다."

이 의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긴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가 얼마나 서울광장과 촛불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에게 "'촛불'과 '서울광장'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서울광장 쪽을 잠시 쳐다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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