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뮤지컬 '클레오파트라' 여주인공 전수미·박란

2009. 6. 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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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오파트라'가 뮤지컬 무대에 올랐다. '드라큘라' '햄릿'에 이어 3번째로 선보이는 체코 뮤지컬이다. 뛰어난 외교 전략가이자 화려한 남성 편력의 요부인 클레오파트라 역에 낙점된 여주인공은 전수미(30)와 박란(24). 10년 경력의 베테랑과 4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을 꿰찬 신인 배우가 한 무대에 선다.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여인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두 주역이다.

 극장 '용'에서 7월12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2002년 프라하 디발도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초연된 뒤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체코의 대표적 뮤지컬. 지난해 9월 국내 초연 당시 김선경, 박지윤, 김법래, 민영기, 최성원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국내에서도 주목받았다.

 올해 무대는 의상과 무대장치가 더욱 화려해진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역사적 고증을 거친 전쟁장면은 영상프로젝터 작업을 통해 한층 현실감 있게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무엇보다 배우들의 몫. 그중에서도 여주인공 클레오파트라는 두 말할 것도 없다.

 2000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해 올해 10년차를 맞은 전수미는 5살 때부터 '싹'을 보인 베테랑급 연기자. 이에 맞선 박란은 오디션을 통해 무려 4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여주인공을 꿰찬 신인 배우다. 베테랑과 신인이라는 극과 극의 관계지만 무대에선 한 치의 양보가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1999년 뮤지컬 '판타스틱스'에 감동해 뮤지컬배우로 나선 전수미는 이번 작품에서 '강인한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한다. 그 역시 클레오파트라를 '잔 다르크'에 비유할 만큼 강한 여자로 인식하고 있다. 첫 무대 등장 때 의상도 강렬한 빨간색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04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첫 주인공을 맡은 후 무대에 자신이 생겼지만 '역사의 거물' 클레오파트라를 완벽하게 재현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 게다가 총 41곡의 노래 중 절반 이상을 소화해 내기도 벅차다.

 하면 할수록 배울 게 많고 목표가 생긴다고 할 만큼 그녀는 욕심이 많다. 그러니 쉽사리 물러설 수는 없는 법. 두 달간의 연습기간 동안 따로 시간을 내서 클레오파트라를 연구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공연이 없는 날에도 '왕'처럼 산단다.

 그만큼 자신의 배역에 몰입한 탓일까. '대단한 여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그는 커튼콜 때마다 항상 눈물을 흘린다. 그간 작품을 통해 수만은 배역을 연기했건만 이번 작품을 대하는 감동이 남다른가 보다.

 이목구비가 뚜렷해 무대에서 눈에 잘 띄는 게 장점이라는 그는 춤과 노래, 연기는 기본. 여기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드럼을 배우고 짬짬이 쇼핑몰을 운영할 만큼 매사 열성적이다.

 올해 연세대 성악가를 졸업한 박란은 오디션을 통해 단숨에 여주인공을 꿰찬 기대주다. 전공인 정통클래식을 뒤로하고 뮤지컬배우로 들어선 이유가 재밌다.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보다 무대를 활보하며 노래를 부르는 뮤지컬배우가 자신의 성격과 딱 맞는단다.

 이 때문에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과 트러블도 많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응했다. 결과는 대만족. 여주인공에 낙점되자 엄마는 '로또가 당첨된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몫이 큰 만큼 부담도 크게 마련. 모든 게 낯선 그로서는 무조건 배운다는 생각이다. 불평할 여유도 힘들어할 겨를도 없다. 대선배인 전수미가 지금으로서는 멘토인 셈. 공연이 없는 날이면 전수미의 공연을 보며 한 수 배운단다.

 그녀 역시 '나만의 클레오파트라'를 만드는 것이 관건. '전수미표 클레오파트라'가 강인함에 초점을 맞췄다면 박란은 '내면에 숨겨진 여인의 본성'을 표현하는데 무게를 뒀다. 첫 등장 때 의상도 전수미의 빨간색과 대조되는 파란색이다.

 첫 공연을 끝낸 후 무대에서 내려와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그는 2시간의 공연이 2분처럼 훌쩍 지나갔다고 했다. 무대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녀의 신고식은 성공적이었다. 성악을 전공한터라 노래는 자신 있지만 간간히 나오는 대사가 오히려 그녀에겐 부담이란다.

 무대에 서면 매 순간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에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린다는 이들은 "'클레오파트라'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쯤 볼만한 뮤지컬"이라며 "이집트와 로마의 역사는 물론 의상, 무대 등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입을 모았다.

< 글 윤대헌·사진 이석우기자 > [스포츠칸 연재만화 '명품열전' 무료 감상하기]-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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